[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어릴 적 인격에는 색깔이 없다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어릴 적 인격에는 색깔이 없다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9.07.25 08:10
  • 수정 2019-07-24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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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제법 굵은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빗물소리를 잘 못 들었나 싶어 다시 들어보니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비 오는데 누군가 싶어 문을 여니 노란색, 파란색, 그리고 빨간색 우비를 입은 세 아이가 부끄러운 웃음을 지으며 서 있었다. “어떻게 왔니”라고 물으니 직접 자신들이 구운 커피용 단빵을 판매하기 위해 왔다고 한다. 동네에 사는 아이들이 방학이라 엄마에게 빵 굽는 것을 배워 아르바이트로 판매를 한다고 했다.

”빵은 어디에 있니”라고 물으니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킨다. 어깨 너머로 보니 꼬마 어린아이가 손수레에 담은 빵을 빗물에 젖을까 큰 우산으로 덮고 서 있었다. 아이들 넷이 장대비를 맞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가격은 싸지 않았다. 작은 빵 한 조각이 3000원 정도라 하니 제과점보다도 비싼 셈이다. 하지만 막 구워 가지고 온 빵이라 아직도 따끈따끈하다고 했다. 비오는 날 직접 구워 파는 정성이 아름다워 4개를 사겠다고 하고 인터넷 결제가 가능하냐고 물으니 엄마 전화번호와 연동된 간편결제앱를 알려 준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옆집으로 신나게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의기양양해 보였다.

동네에는 종종 아이들이 직접 아르바이트를 위해 가정집을 방문하곤 한다. 어떤 아이들은 커피 재료를 직접 시장에 나가서 사서 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 시장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집에까지 직접 배달하는 격이니 서비스 비용 정도로 생각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닌 셈이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중고등학생들의 경우 축구클럽에서 나와 유럽친선 경기를 위해 여행비를 모으는가 하면, 때로는 판매이익을 아프리카 지원을 위해 쓴다고 하는 아이들까지 다양하다. 주로 단체활동 기금을 충당하기 위해 나오는 경우거나 초등학생들의 경우는 용돈을 직접 벌기 위해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부모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단체여행 등의 경비를 해결하거나 용돈을 충당하기 위한 자립적 목적을 가진다.

저녁이면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기 소리를 내며 소형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집 앞에서 일하고 있으면 지나가면서 손을 흔들기도 하고, 걸어가다가 마주치면 눈 인사를 해 눈에 익은 아이들이다. 가끔 오토바이를 타고 갈 때 말을 걸어 대화하기도 한다. 오토바이는 누가 사주었는지를 물으면 대개의 경우 자신이 벌어서 샀다거나, 일부금액을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수리비나 휘발유 등의 비용은 본인이 충당한다고 한다. 오토바이가 고장 나면 아버지와 함께 모터를 분해해 문제의 원인을 분석한다고 했다. 모터를 몇 번 반복해서 고치다 보니 이제는 스스로 고칠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고 귀띔해준다. 스웨덴 청소년의 기계조작법과 수리법, 요리 등의 습득방법에 대한 연구에서 부모의 역할은 절대적인 비율로 나타난다.

스웨덴에서는 자녀가 15세부터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 운전연습을 할 때는 부모 중 한 사람이 운전교습자격증을 직접 취득해 자녀에게 운전을 직접 가르친다. 운전학원 교습비가 워낙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초운전연습은 가정에서 배우게 한다는 취지다. 교통법으로 보호자 중 한 사람이 교습교육을 이수하면 5년간 자격을 갖게 돼 언제든 운전연습자의 옆 조수석에 앉으면 도로주행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대신 차량 뒤편에는 ’운전연습차량’이라는 안내판을 부착하도록 해 일반운전자 차량과 구분하도록 하고 있다. 부모가 운전교사가 되어 교통법대로 운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자녀가 제대로 배우기 때문에 부모의 운전행동도 자연스럽게 재교정하게 하는 1석2조의 효과도 있다.

정치심리학자인 울레 홀스티(Ole Holsti)는 인간의 사회적 자질과 역량은 탁아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대부분 습득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보호자로부터 배우는 사회화 과정은 인간의 가장 깊숙한 내면에 내재된 인성과 자각능력을 갖게 해 주는 나침판의 구실을 한다고 본다. 부모로부터 받은 인자는 이 같은 학습과정을 통해 더욱 탄탄한 자기내면화의 단계를 거쳐 더 강화된다고 보았다. 이때는 좌와 우의 구분보다는 선악의 구분, 사회생활에 필요한 관습, 지식, 언어, 태도, 규범을 배우기 때문에 창의적 인성과 독립적 자아의 형성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한다. 좌파는 빨간색, 우파는 파란색, 환경당은 녹색 등의 색깔구분은 청소년시기 이후 체험과 교육 그리고 접촉을 통해 사상적 선호와 자유, 평등, 분배, 정의, 생존과 우주와 같은 철학적 세계관이 생겨난다고 보았다. 어린아이에게 천진난만한 모습이 보이는 이유는 아직 그들에게 사상과 철학적 채색이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어린이들의 인성과 독립심, 기초생존지식, 옳고 그름의 판단 그리고 창의적 능력 등은 부모와 보호자들과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 성장한다는 것이 스웨덴의 청소년 연구결과에 잘 나타난다. 부모들이 자녀들의 좋은 선생님이 될 때 사회의 진정한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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