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작가 오계숙 “여성은 삶에서 누구나 예술가였다”
설치 작가 오계숙 “여성은 삶에서 누구나 예술가였다”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9.07.22 21:02
  • 수정 2019-07-24 2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재미 설치작가 오계숙
손수건·행주·치마 등
손 때 묻은 천으로 작업
바느질 통해
과거와 동시대 연결
오계숙 작가의 ‘푸른 해먹’(2010). 여군 간호복과 실, 천 등을 가지고 만든 해먹이다. 미국 스펜서 아트 박물관에 있던 작품을 최근 국내 개인전에서 공개했다. ⓒ아트링크
오계숙 작가의 ‘푸른 해먹’(2010). 여군 간호복과 실, 천 등을 가지고 만든 해먹이다. 미국 스펜서 아트 박물관에 있던 작품을 최근 국내 개인전에서 공개했다. 오 작가는 “전쟁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간호원의 품을 상징하는 해먹을 통해 위로와 안식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아트링크

여성들의 손때 묻은 손수건, 행주, 천 조각, 한지, 베갯잇, 앞치마로 작품을 만든다.

재미 섬유 설치미술 작가 오계숙(78)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과거와 동시대의 여성의 연대를 표현한다. 중고 수공예품으로 설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다. 베트남 전쟁 당시 여성 간호 장교가 입었던 옷을 가지고 해먹을 만든 ‘푸른 해먹’(2010), 옛 한복치마와 헌 행주를 이어 여성의 태반을 표현한 ‘태반 속에서’(2019), 여성의 타고난 가능성을 씨앗으로 표현한 ‘여행-꿈꾸는 씨앗’은 한지에 바느질을 했다.

지난 6월20일부터 7월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안국동 갤러리 아트링크에서 개인전 ‘삶이 지나가는 자리’을 통해 공개한 작품들이다.

오계숙 작가.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오계숙 작가.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오 작가가 어린 시절, 집집마다 할머니와 엄마 고모 이모 누나들은 직접 수를 놓아 수예품을 만들었다. 오 작가는 이처럼 이름 없는 여성들의 숨이 어린 수예품에 예술작품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어머니들의 힘든 노동 속에서 나온 섬세한 물건들이 예술작품의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다. 과거의 수예품이 오 작가를 만나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여성들이 썼던 재료를) 내 작품으로 가져옴으로써 당시 여성들의 창작욕, 꿈, 정열을 담아내고 그 여성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이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과거에는 여성들이 예술인이 될 수 없었거든요.”

바느질은 오 작가의 대표 작업 방식이다. 바늘과 실은 할머니가 사용했던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경은 아트링크 관장은 “바늘과 실은 인류사적으로 여성의 물건”이라고 했다. 한국 여성이라는 주제를 작품 속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오 작가는 바늘과 실에서 답을 찾았다. “예전에는 집에서 다들 바느질하기 바빴었죠.” 그의 작품에는 곳곳에서 바느질의 흔적이 보인다.

오계숙 작가의 '태반 속에서'(2019). 옛 한복 치마저고리 아래 행주를 엮어 만들었다. ⓒ아트링크
오계숙 작가의 '태반 속에서'(2019)는 옛 한복 치마와 행주를 엮어 만든 작품이다. ⓒ아트링크
오계숙 작가의 '여행'. 한지에 바느질을 해서 씨앗을 표현했다. ⓒ아트링크
오계숙 작가의 '여행'. 한지에 바느질을 해서 씨앗을 표현했다. ⓒ아트링크

오 작가는 자신이 지은 시 ‘집사람’에서 “할머니는 문맹인이였고 그녀의 온 세계는 집안이었다 / 그러나 할머니는 손자수로 그녀의 마음과 정열을 표현 하실줄 아셨다 / 마치 당신의 언어처럼 / 내 작품은 옛할머니들의 인내와 창작력에 감동한 결과물이다”라고 썼다.

처음부터 설치 미술에 관심 있었던 건 아니다. 서울대 미대 응용미술과를 졸압한 오 작가는 1964년 남편과 미국으로 건너간 뒤 유화작업을 주로 했다. 오랜 타지에서의 생활 속에 작품을 통해 ‘한국 여성’을 그리고 싶었던 그는 1983년부터 혼합 매체(Mixed Media·다양한 재료로 만드는 설치 작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뉴욕, 필라델피아. LA, 시카고, 텍사스, 달라스,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에서 다양한 전시를 펼쳐 왔다.

그 다음 전시회에 관한 계획을 묻자 오 작가는 “나도 모르지만 뭔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전시를 하고 나면 제가 성장을 하게 돼요.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받은 영양분이 있으니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