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행복한 가정의 노하우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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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다. 반쪽이 최정현 만화를 보면 그런 생각 밖에 안 난다. 익히 알려진 대로 그의 만화는 반쪽이 최정현이 또 다른 반쪽 변재란, 그리고 온쪽이 하예린과 함께 알콩달콩 평등 부부, 평등 가족을 일궈내며 사는 이야기다. 그의 만화 속엔 생활이 녹아있고, 고민이 녹아있고, 빙긋 웃게 만드는 유머감각이 녹아있다.

반쪽이 최정현이 본지에 최근 2년 간 연재한 ‘반쪽이의 가족일기’를 모아 책을 냈다. <하예린은 내 친구(한겨레신문사 간)>란 이름으로. 마냥 아기일 것 같던 하예린은 이제 반쪽이에게 친구가 됐다. 중학생인 하예린은 의젓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고,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온쪽이 하예린의 내가 본 파리>란 책까지 낼 정도로 컸다. 세월 참 빠른 건가? 그러나 아직도 반쪽이의 육아일기는 쉽지 않다. 반쪽이 부부가 자기 의지대로 아이를 키우기엔 세상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하예린이 꿈을 펼치기 위해선, 미대를 가야하고 그러기 위해선 학원도 다니고 석고 데생을 하는 미술학원에도 가야한다는 엄마의 주장과 그런 데생 시험을 보는 학교에는 보내지 않겠단 반쪽이의 싸움처럼.

평등한 가족을 이뤄내는 그들의 시시콜콜한 일상과 ‘대안명절’같은 평범하면서도 기발한 발상말고도, 공방을 운영하며 집안 곳곳을 DIY하는 데 관심 많은 그의 관심사 따라, 유용한 생활의 지혜도 만만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덧붙여 반찬 배달하나를 놓고도 그냥 지나가지 않는 이들 부녀의 대화를 보다보면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막을 수 없다. 생활 속 평등 교육이 이런 거군. 그리고 뒤따른 생각. 멋지십니다.

“반찬 배달해 먹는 것은 정말 여성혁명이야.”

“왜?”

“수많은 여성들이 반찬 때문에 집에 갇혀 있으니까 사회진출을 못하는 거야.

“여성이 사회 진출을 많이 하면 여성이 원하는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 이 말이야?”

“오-. 제대로 이해하는 군.”

“그럼 반찬 배달 때문에 여성 대통령도 나올 수 있겠네?”

“그럼 당연하지.”

“아빠! 혹시 반찬배달 회사 직원 아니야?”

조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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