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격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파농가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양파 농가 구하기'에 나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양파 100t을 구매했다. 전국은행연합회 등 6개 금융협회를 비롯해 농협과 우리은행·KEB하나·신한은행 등도 총 670t 양파를 사들였다. 양파 생산량이 작황 호조로 평년보다 17만t 과잉 생산돼 농가는 가격 폭락에 시름하고 있어 일찍이 은행권은 양파 구매를 확정하고 소비 촉진에 힘을 보태는 분위기다.
주목할 점은 허 행장이 타 은행이 고객에게 양파를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것과 달리, 양파를 영농업체에 가공비용을 들여 양파즙으로 임직원에게 제공하자는 의견을 낸 것이다. 허 행장은 실무진에게 “고객이 양파를 사은품으로 받으면 양파를 소진하는 데 시간이 걸려 추가적인 양파 수요를 막을 것 같다”며 “시장 수요를 감안해 실질적으로 양파 농가를 도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실무진들은 우리 사회의 어려움을 나누기 위해 KB국민은행이 100t 규모의 양파를 구매해 양파를 고각 사은품으로 활용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허 행장이 양파에 가공비용을 들여 건강즙으로 만들어 임직원에게 제공하자는 안을 내자 실무진들이 ‘아차’했다는 후문이다.
양파 구매로 농민들을 지원함과 동시에 양파 가공을 통해 영농법인 등 지역 소규모 영세업자를 살리면서 직원들에게 건강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허 행장은 평소 “KB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고객과 직원”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번 양파 농가 지원도 그가 말하는 경영 철학이 녹아 든 결정이라고 점쳐진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중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등 위생관리시스템을 인증받은 시설에서 양파즙 약 60만포를 생산해 본점과 영업점에 배송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