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만화

@16-2.jpg

만화가로 산다는 건 괴롭다. 식사도 만화를 그리면서 하고, 산책을 나가서도 귀는 스피커가 돼 “앞집 개가 도둑을 잡아먹었데”이런저런 소리를 엿들어 적기 바쁘고, 응가를 한 뒤에도 물을 내리는 게 아니라 돌아서 주저앉아 팔을 걷어붙이고 휘적휘적 변기 속을 휘젓는다. 건질 게 있을지 몰라서. (이향우의 ‘만화가의…’) ‘계간 만화 2003년 봄’호는 말 그대로 계간으로 나오는 ‘만화’잡지다. 박재동의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 스케치, 2003년 한국 만화를 진단하는 대담, 한국 만화산업의 전망, 작가 아이완 인터뷰 등 만화에 관계된 온갖 게 실렸다. 강성수, 윤태호, 김성희 등의 만화도 실렸다. 문학계간지에 버금가는 만화계 계간지다. 서울산업진흥재단 간, 16,000원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16-3.jpg

깜찍한 제목만큼 내용도 깜찍하고 발랄하다. 부제도 생각을 바꾸면 더욱 즐거워지는 사진 배우기다. “‘김치’나 ‘치즈’보다는 ‘하늘 봐’‘사랑해’ 같은 말을 하면서 찍으면 즐거워져서 더 고운 표정이 나오고 찍을 때 재미도 있을 거야.”“카메라를 단순히 기계로만 생각하지 말아야 해. 카메라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삼아보자는 거지.”“카메라 앵글에 변화를 주는 일부터 굳어진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을 즐겨봐!”같이 맛깔스러운 말속에 조근조근 사진 찍기에 대해 알려주는 재미난 사진 찍기 입문서다. 국민일보와 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인간보다 떨어지는 침팬지에게 사진 찍는 법을 가르친단 가정 아래 대화하듯이 꾸몄다. 일단 재밌어 좋다. 팁 하나. 인물 사진은 “한 사람의 성품이 어린 눈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 것이 더 중요”하다나?

오동명 글, 사진/ 학고재 간/ 13,000원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여자이야기

@16-4.jpg

누구나 소설 한 권 분량의 이야기를 안고 산다. 더구나 1920년대와 30년대에 태어난 할머니들은 더하다. 일제시대와 6·25를 넘으며 시대가 바뀌는 걸 온몸으로 살았던 세대다. 그들 할머니들 가슴속에 쌓인 절절한 가슴속 이야기를 그대로 구술로 풀었다. 사진도 찍고.

“살기가 폭폭하이 그런 거지 내가 미워서 그랬겠나”라고 말하는 강원도 워래골에 사는 김씨 성을 가진 두 할머니나 “여자라면 아주 징글징글햐”라고 말하는 전라도 깊은금마을에 사는 며느리 정씨와 시어매 심씨 등, 고만고만한 연배 할머니들이 거칠고 된장내 나는 목소리로 인생 역정을 털어놓았다. 할머니들 말투 그대로 실린 그 말투가 징하고 인생살이가 징하다. 말투 때문에 피식피식 웃다가도 가슴이 퍽퍽하다. 어떻게들 살았을까.

유동영, 허경민 구술정리와 사진/ 디새집 간/ 8,500원

여성신학사전

~16-5.jpg

신학이란 말은 서구의, 백인, 그리스도교의 지배,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가부장적 이미지와 관련이 있어왔다. 어떤 여성들은 ‘여신학(thealogy)’을 말함으로써 하느님(God/Goddess)에 대한 자신들의 논의가 하느님에 대한 남성적 이미지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은 ‘여성 신학들’의 사전이다. 하나의 관점에서 다뤄진 용어사전이 아니다. 기고자의 인종적·경제적·국가적·성적·정치적 배경에 따라 아주 상이한 관점들을 볼 수 있다. 물론 각 수록어 마다 끝에 저자들의 이름과 날짜가 적혀있다. 가족, 가부장제, 남성 중심주의, 성폭력, 페미니스트 이론들, 힘까지 가나다순으로 실렸다. 먼저 용어의 전통적 의미를 설명하고 나서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설명했다. 그 뒤에 그 용어에 대한 심화된 연구와 성찰을 위해 문제점을 제시했다.

레티 M. 러셀, J. 샤논 클락슨 엮음/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간/ 23,000원

꿈꾸는 지렁이들

@16-6.jpg

이 책을 펴낸‘꿈지모(꿈꾸는 지렁이들의 모임)’는 에코 페미니스트들의 모임이다. 에코 페미니스트를 우리말로 바꾸자면 생태여성주의, 생명여성주의쯤? 이들이 에코 페미니스트적 관점에서 책을 펴냈다. 목차만 봐도 감이 온다.

어머니인 여성의 직장 내에 보육 시설을 촉구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모유 수유 운동이 결국 아이를 돌보는 것이 온종일 여성의 몫이 되도록 만들 거라는 지적이나, ‘아이의 임신에 필요한 용기, 일종의 숙주’가 돼버린 대리모 여성이나, 고통스럽게 난자를 채취하고 호르몬 치료를 받는 불임여성은 소외돼버린 불임치료의 문제점을 드러낸다는 등 우리가 무심코 겪는 생활이지만, 생명여성주의 입장에서 이슈가 될만한 문제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피임약 이후 최대의 발명처럼 여겨지던 생리대가 여성건강을 망친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 대안 생리대 운동도?

꿈지모 지음/ 환경과생명 간/ 11,000원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