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사회 문제 드러내는데 앞장
정치권 진출 장애물은 그대로
‘선거법 개정 안될 것’ 비관론 높아
“민주당 여성가산점 25% 소용없어”

7개 여성단체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평등국회를 위한 정치개혁과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한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7개 여성단체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평등국회를 위한 정치개혁과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한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9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제21대 국회의원 총선도 남성들만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 참여 확대를 위한 정치권의 변화도, 여성계의 전략도 찾아보기 어렵다. 내년 총선은 여성 대표성 확대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게 중론이지만 17%에 불과한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제자리걸음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과 오는 21대 총선의 차이점은 여성들의 사회 질서를 바꾸려는 열망이 강력하게 분출됐다는 점이다. 지난 4년 간 여성들은 ‘페미니즘 리부트’와 촛불집회, 미투운동 등으로 사회와 권력의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행동하면서 변화를 이끌어왔다. 제도적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의회에 참여해야 하지만 정치권의 문은 여성들에게 열리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후보자를 선발하는 정당이나, 후보자 선출에 관한 규정인 공직선거법 등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해온 기존의 조건을 바꿀만한 변화가 사실상 없다.

공직선거법에서 정당의 지역구 후보자 30% 여성 공천을 노력조항 대신 의무조항으로 개정하는 법안이 이미 수차례 발의된 상태다. 그러나 남성들이 주도하는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없다는 비관론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국민의 다양성을 선거에서 반영할 연동형 비례대표제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심사에서 여성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지만 이것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16일 국회에서 7개 여성단체가 ‘평등국회를 위한 정치개혁과 여성대표성 확대 전략회의’를 개최해 내년 치러질 21대 국회의원 총선에 대응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출마희망자 10여명을 소개하는데 그쳤다. 행사는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대표 이진옥), 한국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 백미순),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최금숙), 한국여성유권자연맹(회장 양금희), 한국여성정치연구소(소장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맹(총재 김방림), 한국YWCA연합회(회장 한영수)가 공동주최했다.

참가자 일부는 ‘여성들의 사회 참여는 활발하지만 여성 정치 참여를 위해 여성단체들의 마땅한 전략이 없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했다.

광역 의원을 지냈던 한 출마예정자는 “국회에서 30% 여성 공천 선거법 개정 절대 안 된다. 어느 당이든 총선 전엔 여성유권자나 사회 변화를 의식해 여성을 공천하겠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말한지 30년이 지났다”고 꼬집었다. 또 “민주당이 공천룰에서 여성 가산점 25% 주겠다고 했는데 아무 소용없다”고 강조했다. “공천하고 싶은 남성이 있는데 여성에게 25% 더 준다고 해서 경선에 붙을 수 있을까. 공천심사위원회의 함정을 다 통과하셔야 한다”고 했다.

김태희 한국여성정치연맹 이사는 “여성에게 정치 참여 경험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당의 자격 검증시스템을 통과했을 경우 경선에 내보내야 한다. 경선 기회를 준다고 해서 무조건 당선되는 것도 아닌 만큼 지역에 자신을 알리고 훈련하는 것이 도전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7개 여성단체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평등국회를 위한 정치개혁과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한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7개 여성단체들이 16일 국회에서 개최한 ‘평등국회를 위한 정치개혁과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한 전략회의’에 참석한 총선 출마예정자 박인숙, 오김현주, 김경희, 김양희, 이경은, 이정근, 이동은씨(왼쪽부터). / 한국여성단체연합

총선에 도전하는 여성들 목소리

오김현주 정의당 서울마포을지역위원장

“정의당 내에서 남녀동수제 관련 논의를 논의한 바 있다.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한쪽 성이 과반수를 넘지 않는 제도를 각 당에서 함께 고민해나갔으면 한다. 또 30대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사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다음 국회는 청년 여성들 목소리가 좀 더 담길 수 있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재인 한국당 서울강남병 당협위원장

“정당 사상 초유 한국당이 공개오디션을 도입했다. 여성 남성 둘이 붙이면 무조건 여성이 이겼다. 15개 경합지역에서 서류공천, 면접공천 안하고 국민배심원단 앞에서 실시간 토론배틀 통해 후보를 선정하는 획기적 방식을 했더니 여성 남성 경합지역 전원 여성이 선출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지역구 30% 여성 공천을 선거법에 넣자는 기류로 한국당이 가고 있다.”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서울서초갑지역위원장

“이혜훈 의원의 지역구인 서초는 한국당의 정당 지지도가 높은 지역이어서 여성을 전략공천해왔던 지역이다. 정당에서 특정 지역을 여성에게 우대지역으로 정해주면 그것이 몇 해 지나고 나면 그 지역이 여성 후보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고 본다.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여성 우대공천 지역으로 개발해달라.”

김양희 자유한국당 청주흥덕구 당협위원장

“정치에 여성이 안 보인다고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았고 가려서 안보일 뿐이지, 정말 여성이 꿈이 없었던 게 아니라고 말씀드린다. 사회적 편견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 수동적이고 비자발적인 모습은 없었나 돌아보면서 자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김숙향 자유한국당 서울동작갑 당협위원장

“서울 동작갑 같은 경우는 자유한국당이 세 번을 놓쳤다. 당이 가장 어려울 때 여자인 제가 당협을 맡게 돼서 여기까지 이끌어왔다는 게 큰 변화를 이룬 게 아닌가 확신 갖고 있다. 여성 남성을 떠나 지역 발전과 주민을 위해 무엇할 것인가 고민하는 한 정치인, 리더로서 사명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경은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이사

“나라를 위한 마음은 여성이나 남성이나 같다. 제 딸이 3명인데 이 아이들이 함께 자라날 세상에 엄마인 제가 어떻게 이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까 고민하면서 정책을 만들 것이다.”

조성은 한국여성정치연맹 이사

“연동형 비례대표제, 여성의 공천할당제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이 관철되려면 여성단체들이 다 힘 합해야 하고, 무엇보다 여성단체도 정치 성향이 다를 수 있지만, 여성단체들은 우리가 이뤄야하는 목적을 더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김경희 자유한국당 중앙위원회 자문위원

“여성 신인들의 진입장벽이 높다. 특히 지역은 조직력, 인지도 면에서 어렵다. 신인들이 정치에 진입할 때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 어떤 로드맵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동은 자유한국당 서울마포을당협위원장

“지역 정가에서는 공천 전쟁이다. 유권자들도 관심이 많다. 손혜원 의원을 향해 지역구인 마포 떠나 목포로 가라고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경쟁자인 저에게) 맞상대해서 인지도를 높이라고 하는데 저는 안 한다. 여성이야말로 좋은 정치를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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