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피, 추미애 의원 못 만나 아쉬워

“언제까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려를 바랄건가. 물론, 그동안 뺏긴 권리를 되찾아야겠지만, 동시에 우리 스스로 능력을 키우고 자질을 검증받아야 한다.”(여당 중진)

“제도를 고치는 게 중요하다. 능력이 있음 뭘 하나. 단지 여성이란 이유로 배척받아 왔지 않았나. 정치에 나갈 통로가 차단돼 있는데, 우리 능력만 키운다고 되나.”(야당 중진)

14인의 현역 여성 의원을 만난 기억을 돌이킬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반된 두 주장이다. 전체 국회의원의 6%에 지나지 않은 숫자지만 여성 의원들의 의정활동과 사고방식, 현안을 보는 견해는 천차만별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입헌기관’인 국회의원의 생각이 다 같으리라 보는 건 어리석지만, 적어도 여성 현안에 대한 ‘통일된’ 의견을 기대했던 이들에겐 적잖은 혼동을 가져다 준 게 사실이다. 특히, 여성의 정치진출 확대에 대한 의견은 ‘할당제파’와 ‘주체역량파’로 확연하게 나뉘었다.

워낙 숫자가 적고 의견도 갖가지라 구분의 의미가 커 보이진 않지만 제도개선을 통한 여성의 ‘파이’ 확보에 중점을 둔 할당제파는 야당 쪽이, 여성 의원과 정치 후보군의 역량에 무게를 둔 주체역량파는 여당 쪽이 많았다.

이는 양당의 분위기와 관련이 있는 듯 했다. 여성문제에 관한 한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란 평을 듣는 한나라당에선 할당이란 강제조항이 설득력이 있고, 여성에게 길을 텃다는 민주당에선 더 많은 ‘인재풀’을 원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여성의 정치진출을 확보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은 한나라당이 먼저 통과시켰다.

애초 여성 의원 인터뷰를 기획한 것은 대선 뒤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여성들이 설 자리를 찾고, 17대 총선에서 얼마나 많은 의석을 획득할 것이냐를 크게 내다보기 위해서였다. 각 여성 의원들의 말을 가능한 보태거나 빼지 않고 그대로 내보낸 것은 그 의원의 됨됨이를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이 ‘정치혁명’으로까지 불리는 정당·정치개혁의 회오리에 휩싸이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파병문제가 불거지면서 의원들은 현안에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여전히 보수적이고 위험한 발상을 가진 이도 있었고, 속내를 감춘 채 ‘할 말’만 하는 이도 있었다.

이라크 파병에 대한 의견도 다양했다. 여당 쪽은 찬성, 야당 쪽은 반대로 크게 갈라섰지만 각각의 이유와 명분은 제각각이었다. 몇 몇 의원은 표결에 불참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의원들은 ‘과연 국익이 무엇이냐’는 명분보다 ‘현실론’에 무게를 두는 눈치였다.

여성운동을 보는 눈도 편차가 컸다.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 여성문제를 환기시키는 ‘우군’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고, 아집에 파묻혀 현실과 멀어지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대부분 우호적이었지만, ‘여성운동도 변해야 산다’는 전제를 깔았다.

회를 거듭하면서 독자들의 반응도 늘었다. 많은 독자들이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다’, ‘내년엔 찍지 않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역시 의정활동을 잘 하고 있다’는 의견은 소수였다. 일각에선 ‘몇 몇 여성 의원은 낙선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50대의 중년이라고 밝히고 전화를 걸어 온 한 여성의 말은 여성 의원 연재 인터뷰의 결론을 대신해 줄만 했다. “여성이란 이유로 쉽게 정치하고 자리 맡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여성이라고 전부 개혁적이고 참신한가. 그동안 누리지 못한 권리를 되찾는 건 어디까지나 전제고, 여성 의원이나 우리 유권자 모두 개혁을 화두로 삼고 변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입각한 김화중 전 의원, 뇌물수수로 재판 중인 김방림 의원은 차치하더라도 두 달 넘는 섭외 요청에도 끝내 만나지 못한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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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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