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주’ 많은 재주꾼, 여성·서민 대변자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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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을 가진 탓에 첫인상에서 그이의 품새를 넘겨짚는 버릇이 있다. ‘이 바닥’에서 지낸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됐으니, 십중팔구는 들어맞으리란 오만까지 생겼을 정도다. 남들이 코웃음을 친들 어쩌랴. 그게 기자들의 고질병인걸.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 민주노동당 영등포갑지구당 홍승하(36) 위원장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 ‘넘겨짚기’의 자만은 극에 달했을 게다. 깡다문 입술에 날카로운 눈매, 짧고 적은 말투. 12일 신길동 사무실에서 맞닥뜨린 홍 위원장의 모습은 솔직히 ‘기숙사 사감’ 같았다.

“내년 17대 총선은 여성과 진보정당에게 준비된 선거입니다. 민주노동당의 여성 후보가 이 곳 영등포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얘기죠. 목표는 당선입니다.” 작지만 무게가 실린 목소리였다.

“우리 지구당은 지역주민과 호흡하는 것을 가장 중히 여겨요.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 반전평화 운동도 당원·주민과 함께 했죠. 영등포에서 30년을 산만큼 주민들의 애환을 알거든요. 그 덕에 제가 민노당 최초의 여성 지구당위원장이 됐는지도 모르죠.”

사실 홍 위원장이 감성이 풍부하고 인간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란 걸 알아챈 건 대화를 시작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서였다. 학창시절 화가를 꿈꿀 만큼 ‘손재주’와 ‘감각’이 있었고, 대학에서 소외받는 여성들의 참담한 현실에 눈 뜬 뒤로는 그들을 위해 주저없이 현장으로 몸을 던진 그다.

“사회의 변화는 그 사회의 현실과 역사를 반영하죠. 우리 사회도 그동안 더디고 힘들었지만 많이 변했습니다. 문제는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소신을 버리지 않는 것이죠.”

겉보기와 달리 홍 위원장의 삶은 곡절이 많았다. 미술학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그림 대신 선택한 건 건축공학. 여성 건축설계사로 향했던 그의 인생경로는 졸업도 하기 전 뛰어든 노동현장에서 급선회했다. 남을 위한 삶을 택했던 많은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홍 위원장도 91년 구로공단에 투신했다.

노동조합을 만들려다 입사 넉달만에 ‘위장취업’을 빌미로 해고. 이듬해 다시 전자회사에 입사했지만, 이미 ‘블랙리스트’에 오른 그는 같은 이유로 40일만에 회사를 나와야 했다. 93년엔 구로에서 지역도서관 운동을 하는 ‘반달도서원’을 꾸려 상근자로 일했고, 구로지역민주단체대표자협의회가 뜨면서 총무를 맡았다.

노동조합 지원, 노동법 교육 등 노동관련 문제와 문화소모임을 운영했던 도서원이 1997년 문을 닫은 뒤엔 학원강사를 하며 생활을 이어갔다. 새로운 전기를 맞은 건 99년 민노당에 합류하면서부터. 중앙당 여성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하다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2월 영등포갑지구당 위원장에 추대됐다.

“지구당을 맡은 지 꽤 됐지만, 아직은 조직단계입니다. 민원상담과 홈페이지 개편 등 현장에 다가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죠.” 유권자가 15만여명인 영등포갑이지만, 아직은 당원 350명에 후원자 100여 명의 미니 지구당. 몸집을 키우는데 주력하는 이유다. 결혼하지 않은 것도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영등포구는 과거 두 명의 민선 구청장이 뇌물수수란 불명예를 안았어요. 현 구청장은 학력 허위기재로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죠. 하지만 재판이 늘어지면 흐지부지 될 공산이 커요. 그래서 주민소환제 도입을 검토중입니다.”

주민소환제의 필요성을 알리면서 민노당의 입지를 키우겠다는 작전이다. 문래동 쪽에 밀집한 주물공장과 역 근처에 즐비한 성매매업소 여성들에게도 다가갈 준비를 하고 있다. 30년 영등포토박이답게 지역구 사정에 훤하다.

“제 아무리 신당이라 해도, 서민과 소외 여성을 대변하는 당은 민노당밖에 없습니다. 출발점과 정서가 다른 것이죠.” 신당 창당 쪽에 기울고 있는 민심에 대해 홍 위원장은 “진보정당은 민노당 하나”라고 잘라 말했다.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개혁당과도 “사람도 생각도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여성주의를 내걸었지만 실제론 자신의 공명심을 채우려는 이들에 대해서도 조심스럽지만 날카로운 한마디를 던졌다. “몇 몇 명망가들의 로비로 여성들의 권익을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성운동은 어렵고 힘든 소외 여성을 대변해야 해요. 성차별은 물론, 이 땅에 숨은 모든 차별을 없애는 게 진정한 여성주의 아닌가요.”

영등포는 일제시대 때부터 진보운동이 활발했던 곳. 홍 위원장이 “진보의 전통을 잇기 위해 영등포에서 꼭 당선하겠다”고 공언하는 이유다. 진보의 전통은 언제쯤 완전히 복원될까.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문제는 권력과 제도에 접근하는 것이죠. 우리가 노력하면 2017년 대선에선 민노당이 집권할 수도 있습니다.”

▲67년 서울 ▲86년 성균관대 건축공학과 입학 ▲91년 신한전자 입사 뒤 '위장취업' 빌미로 해고 ▲92년 엘코코리아 입사 ▲93년 구로 지역운동단체 ‘반달도서원’ 상근간사 ▲99년 민주노동당 입당, 여성위원회 선전홍보국장 ▲2002년 민노당 영등포갑지구당 위원장 선출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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