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전시 금지하는 법률개정안
국회 상정 통과되면 3개월 내 모두 폐업
현행법 규정 외 생물 전시 영업장 규제 밖에

서교동에 위치한 B라쿤 카페. 높은 곳을 좋아하는 라쿤을 위해 높은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여성신문
서교동에 위치한 B라쿤 카페. 높은 곳을 좋아하는 라쿤을 위해 높은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여성신문

야생동물을 영리 목적으로 전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3개월 안에 라쿤 카페, 미어캣 카페 등 야생동물 카페는 사라진다. 제대로된 서식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비좁은 공간에서 살아야 했던 라쿤과 미어캣은 풀려나겠지만, 이 동물들은 결국 안락사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야생동물 카페에 대한 관련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현행 법상 애완동물에 속하는 개, 고양이, 토끼, 패럿, 기니피그, 햄스터를 전시하는 카페는 동물보호법 제32조에 따라 영업장 시설 및 인력 규제를 받는다. 동물을 10종 50개체 이상 키우는 곳은 동물원으로 분류돼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경부에 허가를 받고 영업할 수 있으며 규제를 따라야 한다. 

그러나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모든 생물을 이용한 전시 영업장은 현재 규제 밖에 있다. 7월 현재 확인되는 전국의 야생동물 카페는 약 30여 곳으로 파악된다. 라쿤, 미어캣, 양, 당나귀 등 다양한 동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음식점 혹은 휴게음식점으로 등록, 영업 중이다. 이로 인해 합사가 불가능한 동물 간의 합사, 지나치게 많은 개체 수,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시설, 수의사 등 전문인력의 부재 등 문제를 막을 수 없다. 

최근 폐업한 서울 서교동 A 라쿤카페는 언론보도와 동물권 단체의 문제 제기를 통해 동물 학대 논란이 꾸준히 제기 됐다. 27마리에 이르는 라쿤이 중성화 수술 없이 좁은 카페 공간에 갇혀 서로를 공격하고 새끼를 낳았다. 물을 좋아하는 습성을 가졌지만 제대로 된 물그릇도 없어 화장실 문 앞에 라쿤들이 모여 앉아 있기도 했다. 은신처 역시 마련되지 않았다. 

지효연 이색동물카페단체 회장은 문제가 된 야생동물 카페는 지속적으로 언론보도된 A 라쿤카페 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생동물 카페를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며 “그럴 수 없다면 라쿤의 자연적인 수명인 유예기간 10년을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방안으로 △허가제 도입 △시설 및 인력 규제 △폐업 처리에 대한 방안 △의무 교육 △지역구별 촉탁 수의사 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이 필요하다 주장했다. 지 회장은 “지금 이용득 의원의 법안이 통과된다면 야생동물 카페에 있는 동물 모두 안락사를 하라는 말과 다름 없는 상황”이라고 소리높였다. 

유익준 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야생동물 전시 판매·관리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대안으로 ‘화이트리스트’를 소개했다. 화이트리스트는 개인이 소유·거래할 수 있는 종을 법적으로 정하고 그 밖에 모든 종을 금지하는 것으로 블랙리스트의 반대 개념이다. 유 교수는 현재 야생동물 거래 및 전시규제 관련 개정안의 주요 쟁점으로 “야생동물 거래 규제와 영업의 자유 침해 문제”라며 “공익성이 야생동물 거래와 전시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신뢰 이익보다 커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는 그는 “전시업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정부주도관리가 필요하다”며 “화이트리스트를 도입하되 기존 소유 및 개인 사육은 인정하고 문제 없이 사육돼 온 애완 조류, 양서·파충류를 목록화해야 한다면 반발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야생동물 카페는 실내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적합한 서식환경 조성 자체가 불가능하고 또 지속적인 인간과의 접촉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의학적 관리 없이 질병, 부상에 방치되기 쉬우며 재미 위주로 전시하다 보니 생태학적 고려 없는 합사로 부상을 입는 동물이 다수 발생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