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
한국영상자료원
100년간의 한국영화 여성 캐릭터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에서는 6개 섹션을 주제로 영화 영상을 통해 여성 캐릭터를 볼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에서는 6개 섹션을 주제로 영화 영상을 통해 여성 캐릭터를 볼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

영화 ‘하녀’(감독 김기영)의 하녀(이은심) 부터 ‘친절한 금자씨’(감독 박찬욱)의 금자(이영애), ‘지옥화’(감독 신상옥)의 양공주 소냐(최은희)와 ‘아가씨’(감독 박찬욱)의 히데코(김민희)와 숙희(김태리) 까지.

약 42평(139㎡)의 전시실 공간에 들어서면 6개의 작은 스크린 위로 영화 속 여성 배우들의 연기 장면이 눈을 사로잡는다. 서울 마포구 한국영화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영화 속 주목할 만한 여성 캐릭터를 조명하는 전시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이다.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한국영상자료원이 마련한 이 전시는 지난 100년 간 등장한 여성 캐릭터들의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불온한 섹슈얼리티’, ‘위반의 퀴어’, ‘초-능력’, ‘비인간여자’, ‘법 밖에선 여성’, ‘엄마의 역습’의 6가지 주제로 여성 캐릭터를 소개한다.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에서 여성 섹슈얼리티를 다루는 서사의 원형을 제시한 ‘미몽’(양주남, 1936)의 애순(문예봉)을 포함해 팜므파탈의 대명사 ‘지옥화’(신상옥, 1958)의 소냐(최은희) 등 매혹적인 여성 캐릭터와 자신의 능력과 힘을 스스로 통제하면서도 거침없는 액션을 보여주는 '마녀'(박훈정, 2018)의 구자윤(김다미), 모성의 신화를 과감히 깨뜨리는 ‘마더’(봉준호, 2009)의 엄마(김혜자), 사회의 위선에 대항하는 ‘비밀은 없다’(이경미, 2015)의 연홍(손예진) 등 세월을 거쳐 변화한 여성 캐릭터를 다룬다.

남성 중심의 영화 산업 시스템 속에서 여성들은 영화에서 남성들이 만들어낸 이상적인 모습으로 대부분 비춰졌다. 욕망을 드러내면 나쁘거나 이상한 여자로 그려졌다. 1990년대 진입하면서 여성 캐릭터들은 강해지고 착해지고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불고 나서 스크린에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대중들도 영화 속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점점 더 원하고 있다. 일부는 ‘영혼보내기’(영화의 흥행을 위해 예매는 하지만 영화를 보지 않는 행위)를 통해 지지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연구원이 올해 2월 발표한 ‘2018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중 성인지 통계를 보면, 여성 감독이 만든 상업영화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물론 갈 길은 멀다. 한국영상자료원 측은 “최근 10년간 극장 개봉작 중 여성 감독의 영화는 10%를 넘지 못했다. 여성 주연 영화는 20%에 그치고 있다”며 “여성 캐릭터에 대한 관심과 담론이 확장되고 더 많은 개성 있는 여성 캐릭터가 출현하기를 염원한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전시를 기획한 조소연 한국영상자료원 연구전시팀 차장은 “예전에 본 영화 ‘지옥화’에서 팜므파탈의 이미지인 배우 최은희의 대한 인상이 깊었다”며 “자기 의지와 본능에 충실한 여성 캐릭터를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는 고전적인 여인상으로 자주 등장하던 최은희가 (’지옥화‘에서) 팜므팜탈 이미지로 등장해 관객들의 항의를 받았지만 오늘날에 지옥화는 중요한 영화로 취급된다”며 “영화가 당대 평가보다 긍정적으로 재해석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달 말부터는 이경미 감독 등이 참가하는 영화인 토크, 큐레이터 전시 해설이 진행된다. 전시는 10월 13일까지 서울 마포구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며 관람료는 무료다. 월요일은 휴무. 02-3153-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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