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만화경] 커피에게 평화가 있기를
[커피 만화경] 커피에게 평화가 있기를
  • 박우현
  • 승인 2019.07.19 07:45
  • 수정 2019-07-17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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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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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영화 ‘알라딘’이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알라딘’의 흥행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알라딘’의 여성 캐릭터의 변화에 관객이 호응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성은 술탄이 될 수 없다는 남성 중심의 사회·정치적 편견을 깰 뿐만이 아니라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알라딘’의 재미를 극대화했던 램프 요정 지니가 자유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장면은 혁명적 순간이기도 하다. 램프를 소유한 주인이 세상을 지배할 수도 있음에도 자신의 욕망을 누르고 지니라는 일종의 노예를 해방한 건 오늘날 매우 상징적이기 때문이다.

현실로 돌아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늘 날 아라비아 반도는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호화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지 않다. 이른바 중동 문제의 한복판으로 이란과 이라크를 비롯한 예멘에 이르기까지 그 땅의 민중들은 하루하루 긴장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예멘은 한 때 ‘알라딘’의 무대인 아그라바처럼 활력을 띤 곳이었다. 특히 예멘 서쪽의 항구 도시 모카는 커피향이 도시에 퍼질 정도로 커피 수출로 호황을 누렸다. 커피는 예멘과 홍해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는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발견됐지만, 커피 경작은 예멘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멘 서부는 기후나 해발고도, 토양 조건이 커피 경작에 적합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커피는 이슬람 문화에서 발전했다. 지금도 커피 원종을 모카 커피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의 모든 커피는 바로 모카 커피에서 분화된 것이다. 지금도 이탈리아에서는 커피 끓이는 기구를 ‘모카포트’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로 모카는 커피의 대명사였던 셈이다.

당시 교황이 지배하던 유럽은 이슬람의 커피를 이교도의 음료라고 배척했지만 아라비아 반도를 통해 유입되는 커피를 맛 본 유럽인들은 커피에 열광했다. 술에 취해있던 유럽을 아라비아의 커피가 깨우기 시작했다. 결국 유럽에 커피가 퍼지는 것을 우려한 기득권 계층은 교황에게 커피를 금지시키기 위한 탄원을 넣는데 정작 커피를 마셔본 교황은 “이처럼 맛있는 커피를 이교도만 먹을 순 없다”며 커피 음용을 공식화했다. 이를 커피 세례 사건이라고 부른다.(공식적 문건은 찾지 못 했다고 한다.) 중요한 사실은 유럽에 본격적으로 커피 바람이 불게 됐다는 점인데 유럽에 커피가 퍼지면서 유럽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긍정적 측면은 커피하우스가 발달하면서 문화, 예술, 정치, 경제 등 다방면에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진일보하면서 근대 시민 개념과 민주주의 개념이 태동했다는 점이다.

문제는 부정적 측면이다. 커피가 자라지 않는 유럽은 이슬람 세력의 모카항에서 커피를 전량 수입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커피 수입으로 부를 축적한 유럽의 신흥 부자 계층은 권력자들에게 돈을 대면서 커피를 비롯한 자원 수탈을 위해 식민지 개발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는데 대표적 회사가 동인도 회사다.

동인도 회사는 영국과 네덜란드가 합작해서 만든 회사로 영국은 인도, 네덜란드는 아시아를 (그들 마음대로) 맡기로 합의하고 출범했다. 영국은 인도에,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에 커피를 이식하는데 인도에서의 커피 재배는 대실패로 끝난 반면, 인도네시아 자바에 심은 커피는 대성공을 거둔다. 영국은 그 후 커피에서 차로 방향을 바꾸고 차 소비를 장려하기 시작한다. 유럽이 식민지에서 거둔 커피 재배 성공으로 커피를 자급하게 되자 예멘의 커피 시장은 폭락하고 쇠락을 걷기 시작하고 오늘날까지 예멘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재밌는 건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가 인도네시아에서 일본까지 접근해 일본에도 커피가 전파되기 시작한 점인데 만약 동인도 회사의 배가 표류하지 않고 조선에 제대로 정박했다면 아마도 조선에 커피가 먼저 소개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커피를 접한 유럽이 제국주의 길을 걸었고 일본도 그 후 제국주의로 돌아섰듯이 조선도 제국주의 길을 걸었을까? 제국주의의 말로를 돌이켜 보면 조선에 커피가 들어오지 않은 건 행운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라의 힘이 없어 타국의 지배에 들어간 역사는 고통스러운 기억이지만 우리는 ‘알라딘’의 알라딘처럼, 자스민처럼,지니처럼 세상의 참다운 가치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까. 커피에게 평화가 있기를!

* 별걸 다 하는 출판사 ‘우주소년’ 대표. 저서로는 『커피는 원래 쓰다』가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문학커피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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