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가출 청소녀들이 성매매의 피해자에서 성매매를 직접 알선하는 가해자로 바뀌고 있다. 사진은 10대가 많이 찾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흥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0대가 많이 찾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흥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가출 청소년 등 궁박한 상태에 놓인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과 성관계를 맺으면 합의한 관계라 해도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궁박한 상태’의 기준, 16세 미만에 한정한다는 점, 나아가 청소년이 의사결정 능력을 가지고 동의 하에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 16일 시행된다고 14일 밝혔다.

개정된 아청법은 만 13세 이상 만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 자발적 의사와 무관하게 최소 징역 3년 이상에 처벌하도록 했다.

경찰에 따르면 ‘궁박한 상태’란 정신적·육체적으로 곤궁한 상황도 포함한다. 가출이나 학대 등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기 어려운 아동·청소년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어도 처벌 대상이 된다.

지금까지 아청법은 만 13세 이상 만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강간·강제추행하거나, 장애 아동·청소년을 간음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또 미성년자 의제 강간을 규정한 형법 제305조는 13세 미만에 대한 간음·추행 행위만을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 때문에 14세를 넘은 경우 서로 합의하고 성관계를 했다면 처벌하는 것이 어려웠다.

실제로 성매수자가 13세 이상 청소년 중 가출했거나 경제적·정신적 환경 등을 이용해 성매매를 해도, 합의가 있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신고한 사람에게는 최대 100만원의 신고포상금을 지급한다. 경찰청은 개정 법률 시행에 맞춰 적발되는 사안을 수사하고, 다음달 말까지 성범죄 예방활동을 집중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위계 또는 위력으로 13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간음·추행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도 폐지된다.

그러나 여성단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모든 아동·청소년의 성매매를 위계·위력에 의한 성폭력·성착취로 봐야 하는데, 이 법 역시 동의 여부를 조건으로 내세워 동의했을 경우 성매매로 간주하는 것이다. 다만 16세 미만의 궁박한 처지의 경우 예외로 두고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나머지 16세 이상의 아동·청소년과의 경우가 당장 문제가 된다. 또 ‘궁박한 상태’를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지는 수사를 맡은 경찰 개개인의 판단에 달린 문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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