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협박 없으면 강간 아니다?… “동의 여부로 바뀌어야”
폭행·협박 없으면 강간 아니다?… “동의 여부로 바뀌어야”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07.10 12:18
  • 수정 2019-07-10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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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개 여성 인권단체
강간죄 개정 위한 연대회의 구성
9일 2차 의견서 국회 법사위 제출
행위수단별 강간통계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
행위수단별 강간 상담통계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

 

지난 달 10세 아동에게 술을 먹인 뒤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30대 성인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 받으며 미성년자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서울고법형사9부(재판장 한규현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직접적으로 폭행·협박 당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질문에 끄덕인 것 정도로는 현저히 곤란한 정도의 폭행·협박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해, 미성년자의제강간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의 배경에는 형법이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상대방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전제하기 때문이다. 

전국 208개 여성 인권단체로 구성된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는 9일 제2차 의견서를 내고 ‘최협의의 폭행·협박’을 강간죄의 성립 전제조건으로 보는 현실을 비판하고 “형법 297조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위원들에게 이같은 내용의 제2차 의견서를 전달했다. 

연대회의가 지난 1~3월 전국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성폭력 피해 사례 총 1030명을 분석한 결과, ‘직접적인 폭행·협박 없이 발생한 성폭력 피해사례’는 71.4%(735명)에 달한다. ‘직접적인 폭행·협박이 행사된 피해 사례’는 28.6%(295명)에 그쳤다. 

직접적인 폭행·협박 없이 발생한 성폭력 피해 사례는 두가지 유형으로 설명했다. 첫째는 가해자가 성폭력 행위 당시에 직접적인 폭행·협박을 하지 않더라도 피해자가 벗어나기 어렵고 도움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저항을 포기하는 사례다. 둘째는 해자가 성폭력 행위 당시에 직접적인 폭행·협박을 하지 않더라도 피해자를 속이거나 피해자가 신체적·정신적으로 무력한 상태를 이용하는 사례다.  

연대회의는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 중 대부분이 한국의 현재 법률에서는 처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실제로 처벌 가능한 성폭력 피해사례는 28.6%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며 “형법 제297조 강간죄를 개정하여 성폭력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대회의는 지난 3월에 국회법제사법위원회를 상대로 강간죄 구성 요건을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제1차 의견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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