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어머니회 명칭 변경 요구
청와대 국민청원 올라오기도

교내 아버지 회원활동은 가능
중앙회‧연합 임원에는 제한

변화하는 ‘가족’ 형태 따라
돌봄 영역 지역 사회로 확대

초등학교 앞에서 녹색어머니회 2명이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예방과 교통지도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과 기사는 관련없음. ⓒ뉴시스·여성신문
초등학교 앞에서 녹색어머니회 2명이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예방과 교통지도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과 기사는 관련없음. ⓒ뉴시스·여성신문

‘녹색어머니회’ 로고가 박힌 옷을 입고 아내를 대신해 초등학교 교통 봉사를 했다는 한 남성 블로거 H씨는  이 명칭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H씨는 “차라리 ‘녹색부모님회’나 ‘녹색학부모회’라고 명칭만 바꿔도 아빠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을 텐데”라고 활동 후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지난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녹색어머니회 명칭을 변경해주세요’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자신을 두 초등생의 어머니로 녹색어머니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녹색 어머니’, ‘어머니 폴리스’라는 이름은 엄마가 가장 우선적으로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맘카페와 같은 각 지역 육아커뮤니티에서는 직장 다니는 엄마들 사이에서 ‘녹색어머니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심지어 녹색어머니회 아르바이트를 연결해주는 어플리케이션과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녹색어머니회 활동은 학교 앞 교통안전지도 등 학부모들의 참여로 이루어지지만 명칭 상 어머니들에게 더욱 부담스러운 존재다.

녹색어머니회에 아버지의 참여는 제한돼있다. 정식 명칭은 ‘사단법인 녹색어머니회 중앙회’로 경찰청에 등록된 단체다. 정관 제2장 회원 제6조에 따르면 정회원은 본 호의 목적에 찬동하고 각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어머니’라고만 명시돼 있다.

이에 녹색어머니회 측은 “교통안전 활동에 참여하는 아버지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 학교에서의 회원 활동 및 임원 활동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중앙회나 연합 임원에 제한을 둔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는 “전국적으로 아버지 회원들의 비율이 아직은 그리 높지 않아서다”라고 했다.

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인터넷 카페 게시글 캡처
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인터넷 카페 게시글 캡처.

녹색어머니회 측도 명칭 변경을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3월 전국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아버지 회원들의 비율이 전체 회원 비율의 30% 이상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단체의 명칭으로 인해 돌봄의 책임을 ‘어머니’에게만 지운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어머니’를 사전적 의미인 ‘자기를 낳아준 여자’라는 성역할의 남녀가 아닌 아이들을 품고 안아줄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앞서 H씨처럼 ‘명칭부터 변경되면 아버지들이 녹색어머니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트위터 이용자 youn****는 “아버지들이 참여하고 싶어도 불편한 느낌이 들 거 같다. 이름만이라도 바꾸자. 녹색어버이회로”라고 했다. jin****도 “실제 남성 보호자가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어머니회’라는 명칭 자체가 이런 봉사는 엄마들이 하는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여성환경연대 장이정수 대표는 녹색어머니회 명칭 변경과 관련해 전적으로 동의했다. 장이 대표는 “지역사회의 돌봄 역할을 여성에 국한하지 않고 남성이나 주민 등으로 확산해야 한다”며 “요즘에는 사회가 많이 변화하여 정규직인 남성들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따라 아버지뿐 아니라 조부모까지 돌봄의 영역이 확대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아이 돌봄을 가족에게만 의존하는 지역사회도 옳지 않을 수 있다. 일반 시민들을 참여시키는 것도 방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본부 대변인도 “명칭 때문에 참여 자체를 한쪽 성별에만 규정하는 듯하다”고 밝혔다. 특히 “시대적 흐름상 실제 학교 현장의 상황과 단체의 정관과의 괴리가 있음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학부모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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