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와 장난감 쥐』 레오 리오니 글·그림
장난감 쥐 윌리처럼 되고 싶어
마법사 찾는 알렉산더 이야기

『알렉산더와 장난감 쥐』 레오 리오니 글·그림 ©시공주니어
『알렉산더와 장난감 쥐』 레오 리오니 글·그림 ©시공주니어

 

어느 날 생쥐 알렉산더는 새 친구 윌리를 만난다. 어디든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는 다리를 지닌 알렉산더와는 다르게, 바퀴가 두 개 달리고 등에는 손잡이가 있는 윌리는 사람들이 태엽을 감아줘야만 움직일 수 있는 장난감 쥐.

새 친구를 사귀게 된 것이 기쁜 알렉산더는 윌리에게 부엌으로 함께 가서 음식 부스러기를 찾아보자고 말하지만, 윌리는 갈 수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태엽을 감아 줘야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윌리는 모두 자신을 사랑하니까,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해도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윌리가 알렉산더는 부럽다. 음식 부스러기라도 먹으려고 부엌에 나타나기만 해도,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빗자루를 들며 쫓아오는 알렉산더에 비해 윌리는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서였다. 그래서 알렉산더는 혼자 구멍 속에 숨어있을 때면 한숨을 쉬며 생각한다. ‘나도 윌리처럼 장난감 쥐가 되어 사랑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미국의 심리치료사 시드라 레비 스톤은 가부장제는 외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우리 안에도 존재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 내면에 존재하는 가부장은 여성과 전통적으로 여성적이라고 알려진 요소보다는, 남성과 전통적으로 남성적이라 여기는 특질을 신뢰하고 그것에 가치를 부여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오랜 가부장제의 역사동안 우리 안에 쌓여왔을 내면의 가부장은, 세상에서 여성이 주체적으로 힘을 갖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일 터.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다고,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고 말은 하지만, 내면 가부장은 가부장제의 역사만큼이나 견고하다. 그것은 여성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일을 잘 할 때면 ‘기가 세다’고 이야기하고, 일을 잘 못하면 ‘여자가 별수 있겠어?’라고 낙인을 자연스럽게 찍어버리는데, 여성이 사회적으로 성공을 하면 그 성공을 여성이 스스로 노력한 능력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성공의 이면에 남성의 도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흔히 추측해대는 시선 또한 우리 안에 있는 가부장의 영향이다. 또 여성들 스스로 힘과 권력을 가지게 되면 남자들에게 혹시 미움을 받지 않을까, 생각하고, 너무 똑똑한 여자들을 남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회적인 통념 등 내면에 존재하는 가부장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우리 안에 무의식으로 스며들어 있다.

『알렉산더와 장난감 쥐』 레오 리오니 글·그림 ©시공주니어
『알렉산더와 장난감 쥐』 레오 리오니 글·그림 ©시공주니어

 

그림책 『알렉산더와 장난감 쥐』에서 알렉산더가 자신도 윌리처럼 장난감 쥐가 되고 싶어 누구든 원하는 동물로 변신시켜 주는 마법사 도마뱀을 찾아가는 장면은, 그래서 여성들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내면 가부장을 돌아보게 한다. 장난감 쥐가 되고 싶어 하는 알렉산더의 모습은 마치 여성이 주체적으로 나서지 않고 남성들 옆에서 순종적이고 부드러운 보조적인 역할만을 할 때 비로소 사랑받을 수 있는, 전통적인 여성상에 사로잡힌 여성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렇다. 알렉산더는 자신이 장난감 쥐와는 다르게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살아있는 존재라는 사실이 전혀 기쁘지 않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알렉산더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그의 마음 속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을 할 때 세상으로부터 미움받고 환대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무의식적으로 들어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예측 못할 반전으로 치닫게 된다. 장난감 쥐가 되고 싶어 알렉산더가 찾아간 마법사 도마뱀이 ‘둥근 달이 뜰 때 보라색 조약돌을 하나 가져오라’고 이야기하지만, 보라색 조약돌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날마다 보라색 조약돌을 찾아 정원을 뒤졌지만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조약돌은 있어도 보라색 조약돌은 찾을 수 없었던 알렉산더는 배도 고프고 지쳐서 집으로 돌아가고, 곧 내다 버려질 낡은 장난감이 담긴 상자 근처에서 보라색 조약들을 마침내 발견한다.

그런데 그 상자 안에 바로 윌리가 낡은 인형들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새 장난감들이 대거 들어온 덕분에 윌리를 포함한 오래된 장난감들이 상자에 담겨져 버려질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보름달이 뜬 밤 보라색 조약돌을 들고 신이 나서 마법사 도마뱀을 찾아간 알렉산더는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묻는 도마뱀의 질문에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윌리를 진짜 쥐로 만들어줄 수 있냐고, 외친다. 그리고 그날 밤 알렉산더의 소원대로 윌리는 진짜 쥐가 된다.

『알렉산더와 장난감 쥐』는 살아 숨 쉬는 생쥐 두 마리가 손을 맞잡고 행복하게 춤을 추고 있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비로소 장난감 쥐 윌리가 생쥐 알렉산더 내면에 자리했던 가부장이었던 것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다.

작가 레오 리오니는 독특한 콜라주 기법의 그림들로 우리에게 묻는다. 나도 모르게 오랫동안 길들여지고 익숙한 내 안의 가부장에 대해. 그것을 전복해서 진짜 자신을 찾아갈 용기가 있냐고.

『알렉산더와 장난감 쥐』 레오 리오니 글·그림 ©시공주니어
『알렉산더와 장난감 쥐』 레오 리오니 글·그림 ©시공주니어

 

윤정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공연을 만들어 올리는 작가다. 독서치료사로서 10년 넘게 그림책 치유워크숍 활동을 해오고 있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바라보는 문화예술 비평 작업도 활발하게 하고 있는데, 주요 저서로는 『조금 다르면 어때?』 『팝콘 먹는 페미니즘』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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