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앞 규탄 기자회견
지노위, 성추행 기자 6개월 정직 “과하다”
여성단체 “시대착오적 판정” 비판

한국여성단체연합이 8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노위의 판정은 직장 내 위계관계에서 성희롱이 발생하고 유지되는 맥락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여성신문
한국여성단체연합이 8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노위의 판정은 직장 내 위계관계에서 성희롱이 발생하고 유지되는 맥락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여성신문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후배 여성 기자와 아나운서들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성희롱을 한 KBS 남성 기자에게 내려진 정직 6개월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시대착오적”이라며 강력 규탄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8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노위의 판정은 직장 내 위계관계에서 성희롱이 발생하고 유지되는 맥락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한국방송공사 KBS는 모 지역국에서 발생한 직장 내 성희롱, 성추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해당 방송국 13년차 팀장급 기자 A씨에게 지난 12월 12일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A씨는 2014년부터 후배 기자들과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희롱, 성추행을 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피해자들은 그간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하는 상급자인 A씨에게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으나 지난해 전 사회적인 미투운동에 힘입어 KBS 성평등센터에 공식적으로 사건을 접수했다. 이에 KBS 성평등센터는 가해자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단하고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으나 A씨는 여기에 불복하고 지난 3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다.

지노위는 “성희롱 징계 사유는 인정 되지만, 징계 사유에 비해 정직 6개월이라는 징계 양형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지노위는 물적 증거(문자 메시지)가 남은 사건 하나만을 성희롱 사건으로 인정했으며 나머지 모든 사건들에 대해 “피해자의 진술만 존재하고 날짜와 장소가 특정되지 않는다”며 “징계사유에 비해 징계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여성단체연합 측은 “가해자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동료인 후배들에게 성희롱‧성추행 가해행위를 지속해 노동권을 침해한 행위”라며 “지노위의 판정은 직장 내 위계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발생의 전체적인 맥락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경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노동위원회는 노동위원회법 제8조 1항에 따라 여성의 위촉이 늘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 심의위원 중 여성은 단 1명으로 위원회는 관련법을 무시했다”며 “이들이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상황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성인지감수성을 갖춘 사람들인가”라고 물었다. 

김수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 국장은 “가해 행위자가 자신의 위력으로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아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면 그 행위는 분쟁 당사자 개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해당 조직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이 된다”며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징계내린 한국방송공사는 적당한 징계양형을 내린 것으로 고무적이나 서울지노위가 가해행위자의 손을 들어주며 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그 징계가 과하다 판정한 점은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박지혜 방송작가유니온 사무처장은 방송인 김생민이 과거 2008년 방송작가를 성추행했던 사건 역시 당시 작가가 문제제기를 했으나 문제제기를 했던 작가가 도리어 방송계를 떠나야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제기를 했을 때 고용과 생존 문제를 즉각적으로 위협받는 어려움에도 피해자들이 성폭력 사건에 강경 대응을 결심하기까지 수많은 용기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KBS에서 선도적으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음에도 양형이 지나치다 한 서울 지노위의 판정은 KBS 성평등센터의 활동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KBS 측은 서울지노위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최종 판정은 이르면 이달 말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내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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