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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오후 과천 정부 청사에서 진행된 ‘2003년 근로자의 날 정부 포상 전수식’에서 해태음료의 생산직 마향숙(43) 사원이 산업 훈장 동탑을 수상해 화제가 되고 있다. 마향숙씨는 올 해 산업훈장 금·은·동탑 수상자 중 유일한 여성이자 지금껏 산업훈장 수상이 없었던 음료업계 최초 수상자라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985년 2월 해태음료 부평 공장 생산직에 입사하면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마씨는 17년 이상을 근속하며 현재 해태음료 천안 공장 생산팀에서 생산반장을 맡고 있다. 생산 공정의 마지막 단계인 완제품 최종 검사를 하는 게 그의 주 업무. 제품이 포장 단계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제품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 일이다. 해태음료의 생산 공정 대부분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진행되지만 이 과정만은 반드시 사람이 해야한다고.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17년 동안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세심함으로 완제품 최종 검사 업무만을 담당해 온 마씨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불량품을 선별해 냄으로써 해태음료에서도 컴퓨터보다도 더 빠르고 정확한 베테랑으로 손꼽힌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마씨는 산업훈장 소식에 모처럼 미장원에서 머리도 하고 새 옷도 사 입었다며 쑥스러워 하면서도 “회사가 어려움을 잘 이기고 새 출발에 성공했기 때문에 그 동안 힘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 한 모든 해태음료의 사원들을 대표해서 받은 훈장”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시상식에서 유일한 여성이자 음료업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너무 큰상을 받아서 쑥스러워요. 끈기 있게 일한 거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데…. 좀 힘들었어도 돌아봤을 때 회사에 도움이 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게 기쁠 뿐이죠.” 2교대로 일하는 17년이 힘들었을 법도 하다. “새벽에 일하면서 졸리거나 기운이 없을 때 노래를 흥얼거렸어요. 그러면 기분도 좋아지고 잠도 달아났죠.” 17년 동안 한 회사를 다닐 수 있었던 것도 “회사 동료들이 너무 좋기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마씨. “해태음료에서 뼈를 묻는 게” 소망이다.

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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