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모험심 발휘해야 새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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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뛰어든 지 이제 1년 남짓. 다양한 정치적 상상력을 키우는 젊은 여성 정치인이 있다. 정치에서도 모험과 도전이 필요하다는 김혜련(27) 고양시 의원이 주인공. 김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고양시 화정2동에서 출마, 전국 최연소로 당선됐다.

환경연합에서 활동해온 그는 화정2동이 태양광 가로등과 야생화를 볼 수 있는 생태마을로 변하는 모습을 꿈꿨다. 하지만 지난 한 해 김 의원은 이상과 거리가 먼 우리 정치 현실을 실감했다.

“고양시 금정구에 한국전쟁 때 민간인 학살지역이 있어요. 학살된 사람의 가족과 학살자 가족들이 같이 살아가고 있는 거죠. 얼마 전 ‘위령사업 추진결의안’을 발의했는데 본회의에서 부결됐어요. 35명 의원 가운데 25명가량이 동의했던 법안이 주변 압력에 부결된다는 게 말이 돼요?”

재향군인회 등 반공우익단체들이 ‘빨갱이’를 들먹이며 의원들에게 이념공세와 협박성 전화를 걸어대는 통에 의원들이 쉽사리 포기해버린 것이다. 김 의원은 한마디로 “신념과 자질이 없는 의원들”이라고 못 박는다.

기초의원이 명예직인 탓에 돈 있고 나이 많은 지역 토박이들이 대부분이어서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김 의원은 일부 의원들이 미리 공원개발 정보를 입수해 주변 땅을 사놓고 차익을 챙기는 등 숨은 비리와 부패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고 전한다.

지방선거 전국 최연소 당선 화제

다양성 인정하고 공존이 기본가치

남성, 양성평등한 정책 생각 못해

의원들의 전문성도 지적했다. “시의회는 다른 기초의회에 비해 교통, 학교재정지원 등 큰 사업이 많아요. 5000억원을 심사하면서 정책평가도 함께 해야 하는데 전문성이 많이 부족하죠.”

여성의원이 턱없이 적은 것 역시 심각한 문제다. 기초의회의 경우 도서관이나 여성복지회관 건립, 대중교통, 주민민원, 여성발전사업 등 일상생활과 여성들 삶에 관련된 사업들이 많다. “남성들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문제에 관심이 없어요. 이해도 못하니 양성평등한 정책이 나오기 힘들죠.” 고양시의회는 32명 의원 가운데 4명이 여성이지만 다른 시도는 여기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이 1년 남짓의 기초의회 경험을 바탕으로 짚어본 문제점들은 우리나라 전체 정치 현실의 문제와 따로 놀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을 넘어서 새로운 정치를 일구기 위해 그는 녹색정치준비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학계,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새로운 정치의 방향을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존을 기본 가치로 삼는 정치.” 김 의원이 확신하는 새 정치의 그림이다. 그가 참여하고 있는 녹색정치준비모임도 다양한 대안정치의 한 분파일 거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지구를 위한 정치를 하지 않으면 공멸할 거란 걸 강하게 느꼈어요.” 환경연합에서 활동해온 그인 만큼 환경과 생명의 공존은 빠뜨릴 수 없는 명제다. 더불어 인간 사회의 공존도 함께 고민하게 된다.

“호주로 연수 갔을 때 녹색당을 방문했어요. 그곳에선 ‘녹색’이 선언적으로 반자본주의를 말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의원은 ‘40∼50대 결혼한 남성’을 우리 사회 주류로 꼽았다. 그에 속하지 않는 여성, 장애인,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당당히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를 꿈꾸는 것이다.

지역분권을 통한 풀뿌리 정치 역시 공존의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선 26개 지구당이 있어야 중앙당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중앙당 집중은 지역당이 후보를 내고 지역정치를 이루는 세계 정치 흐름과 맞지 않죠.”

김 의원은 이런 새 정치를 위해 “사람들이 정치적 상상력을 키우고 자신의 소신에 따라 모험심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을 강조했다. 다양한 목소리를 정치세력으로 형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사표 심리를 낳고 다당제를 방해하는 1인1표제를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민들과 만나는 일상적인 채널, 걷기 편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 천연가스버스 도입,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80평 작은 규모의 쌈지 공원 조성, 친환경농업 지원 등 김 의원은 현실 정치에서 새 정치에 가까워질 수 있는 실험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낡은 정치에서는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이 새 정치 속에서 함께 공존하기 위한 한 방법을 김 의원의 말에서 찾아본다. “여성들 스스로 정치를 더럽고 치사한 그들만의 정치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요. 내가 얻고 싶고 바꾸고 싶은 게 있다면 직접 정치에 들어가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김선희 기자sonag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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