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새 시대 위한 과감한 정책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새 시대 위한 과감한 정책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9.07.04 08:35
  • 수정 2019-07-03 2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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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만에 분단의 상징 판문점서
남·북·미 정상 손 잡아
세계 감동시킨 파격적 행보
국내 정치서도 보여줘야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역사적인 회동을 했다. 1953년 정전 협정이 체결된 지 66년 만에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이런 역사적 회동이 이뤄졌다는 것은 큰 진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남·북·미 3자 회동에 대해 “사실상 행동으로 적대관계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위해서도 의미 있는 날이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위대한 날이다”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렇게 나쁜 과거를 연상케 하게 되는 이런 자리에서 평화의 악수를 한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다”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판문점 깜짝 회담이 이뤄진 배경은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을 대선 가도에 ‘호재’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인 2년 전 (남북) 상황은 매우 위험했었는데 그 사이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한반도를 안전하게 만든 외교적 성과를 이룩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추론이 맞는다면 결국 트럼프 재선용 이벤트에 김 위원장이 호응해 준 셈이 된다.

한편 김 위원장에게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이후 실추된 존엄을 회복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 북·미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찾기 위한 명분을 찾고 있었는데 미국의 판문점 회동 제안은 자신의 체면을 살리면서 북미 회담에 대한 회의적 분위기도 불식시킬 수 있다고 판단 한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의 실질적 이득은 무엇일까? 현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온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 여정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평소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 진전이 서로 선순환 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재개를 비롯한 남북 경제협력 사업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이후 맞이하게 될 ‘밝은 미래’를 선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미 모두에게 매력적인 방안”이라고 자주 언급했다. 여하튼 북미 실무 협상에 큰 진전이 있으면 남북 경제 협력이 이뤄지고 4차 남북 정상회담도 열릴 수도 있다.

이제 관건은 향후 북·미 실무 협상이 어떻게 전개 될 것인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 직후 “제재는 유지되지만, 협상 도중 일정 시점에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미국 뉴욕타임즈는 트럼프 정부가 비핵화 협상 목표를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에서 ‘핵 동결’로 낮추기 시작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영변 핵시설 폐기+알파(α)’와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핵화에 대한 별다른 합의 없이 핵 동결로 이어지는 것은 국내외에서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백악관과 국무부가 NYT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즉각 반박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 이후 가진 첫 국무회의에서 “세계를 감동시킨 북·미 정상 간 판문점 회동은 기존의 외교 문법 속에서 생각하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그 상상력이 세계를 놀라게 했고, 감동시켰으며, 역사를 진전시킬 힘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국내 정치에서는 기존의 정치 문법을 파괴하는 과감한 상상력을 통해 협치와 공존의 정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해 보지 않는 파격적인 정책 대안으로 뒤틀리고 왜곡된 정치 조직 문화를 바꾸려는 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여성 정치 지도자들이 깜짝 회동해서 여성 지위 향상과 성평등 사회를 위한 건설적 투쟁 선언과 담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단언컨대, 여성들은 정파적·이념적 이해관계를 뛰어 넘어 서로 배려하고 힘을 합치고, 정치권은 과감한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새로운 평등 시대로 가는 실질적 대안이 만들어 질 수 있다. 지금이 기회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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