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예지 사진작가 첫 개인전 ‘마고’
창조의 여신 마고할미 모티브
여성의 초상·자연의 모습 담아
“여성이라는 단어 해석하고 싶어”
낙원악기상가 4층 D/P서 전시
7월20일까지

조각상 ‘마고’. 황예지 작가는 이 조각상에 대해 “전시의 숭고한 축이자 가장 강력한 세션”이라고 했다. ⓒ작가 제공
조각상 ‘마고’. 황예지 작가는 이 조각상에 대해 “전시의 숭고한 축이자 가장 강력한 세션”이라고 했다. ⓒ황예지

‘마고할미’는 산과 섬, 하천 등 세상의 지형을 창조한 거대 여신이다. 황예지 사진작가는 거대한 신이 자연을 창조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자신의 첫 사진 개인전 이름을 ‘마고’로 지은 이유다. “제가 여성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과 유사한 점이 많았어요.”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낙원악기상가 4층 D/P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 ‘마고’는 여성의 초상과 자연의 풍경을 담았다. 14점의 사진과 한 편의 영상, 황예지의 어머니가 열세 살 때부터 들고 다니던 조각상을 크게 확대한 목조각상 작품 한 점이 있다. 가슴을 드러낸 여성, 나무, 달무리 등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나체의 여성이 나무에 올라가 있는 사진 ‘마고’와 ‘마고’라고 이름 붙여진 조각상이다. 자연을 창조한 여신 마고가 떠오른다.

조각상에 대해 황 작가는 “태어났지만 만나지 못한 (둘째) 언니에 대한 애도를 시작으로 ‘여성’이라는 단어를 해석하고 싶었다”고 했다. 황 작가의 둘째 언니는 이름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전시의 숭고한 축이자 가장 강력한 ㄴ션이 됐다”고 했다. 2017년 발표한 사진집 ‘절기, Season’에서 부재한 엄마를 대신해 엄마 역할을 한 언니와 10년 만에 돌아온 엄마의 무심한 얼굴을 담았던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여성의 배가 다양한 의미로 확장되길 바란다고 했다. 창조의 근원을 찾으려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황예지 작가의 '꽃' ⓒ이민지 큐레이터
황예지 작가의 '꽃' 

전시를 통해 자신이 양성애자라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예전보다 더 ‘황예지’로 살아가는 것에 자연스러워졌다”며 “나의 길을 걷고 있다고 큰 확신이 든다는 점에서 나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이 세계에 살면서 바이섹슈얼(양성애자)인 것이, 여성인 것이 수치스럽고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며 “관계든, 작업이든, 일상이든 내가 닿은 모든 것에 의심을 품지 말고 잘 걸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1993년생인 황 작가는 안양예술고 사진과를 나와 계원예술대 사진예술학과를 졸업했다. “기록과 수집을 사랑하는 아빠 덕분에 자연스레 사진기를 잡았다”며 “감정 표현, 대화에 서툰 학창시절을 보냈고 우연히 만난 사진이 대화 상대이자 출구가 돼 주었다”고 했다. “많은 이들과 연대하고 소외에 대한 이야기하는 게 제 작업의 목표입니다.” 7월20일까지.

 

키워드
#황예지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