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남성 1개월 의무 육아휴직
현대백, 남성 육아휴직자 3개월 임금 보전
CJ, 남성 출산휴가 유급 14일
한화, ’아빠휴가‘ 한달 사용 의무화
중소기업은 아직 ’그림의 떡‘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저출산이란 상황에 대응해 아빠들의 육아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뉴시스

“난 둘째, 셋째 출산하고 각각 한 달씩 쉬고 옴. 정말 좋은 제도이고 아이들하고 가까워지는 결정적 계기이기도 해.”(롯데쇼핑 직원, 커뮤니티)

“출산과 동시에 1개월 자동휴직 진행되고 휴직기간 중 아빠들을 위한 대디스쿨 진행하는데 육아에 엄청 도움 됩니다.”(롯데쇼핑 직원)

“우리도 강제로 쓰라고 함. 월급도 안 짜고 지킬 건 지켜줘서 대만족.”(롯데면세점 직원)

남성 육아휴직을 지난 2017년 1월 국내 처음 도입해 강제로 시행 중인 롯데그룹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했던 아빠들의 소감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아빠육아’ 바람이 불고 있다.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회사가 육아휴직 활성화에 나서면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대기업 중심으로 임신·출산·육아 제도 등 다양한 제도가 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중 여성 고용비율이 50%를 넘거나 여성 직원 수가 많은 55개 기업을 대상으로 여성 인력 인사, 복지 제도 및 프로그램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다양한 출산, 육아 지원 제도, 여성 인재 육성제도, ’워라밸‘(일과 생활 균형) 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법정 출산휴가기간인 90일을 초과해 제도를 운영 중인 기업은 6.9%로, 최대 180일까지 시행하고 있었다. 12개월인 법정 육아휴직기간을 초과해 제도를 운영 중인 기업은 9%로, 최대 30개월까지 운영 중이다.

그러나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 비율은 평균 16.2%에 그쳤다. 육아휴직자 10명 중 8명 이상은 여성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이 지난해 13.6%보다 2.6%포인트(P) 증가해 매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7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남성 육아휴직 의무제를 도입한 롯데그룹은 남성 직원이 배우자가 출산 즉시 1달간 자동으로 출산 휴직을 의무적으로 신청하도록 했다. 통상임금이 한 달간 100% 지원되며 최대 2년까지 육아휴직을 연장할 수 있다. 또 육아휴직 후 복귀율은 100%로 남성은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써야 해서 회사 눈치가 전혀 없어 사내 제도로 자리잡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남성 육아휴직은 의무적으로 신청하며 승진과 승급 등에 영향 없이 100% 복귀하고 있다”라며 “ 재작년 1100여명, 작년 1900명이 남성 육아휴직을 사용했으며 올해 남성 육아휴직 비중이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남성 직원이 1년 육아휴직 시 △3개월간 통상임금을 100% 보전△1개월간 남성직원 2시간 단축 근무제 △자녀 학교참여 유급휴가제 △초등학교 입학 자녀 대상 7일간 휴가 제공 △30일 휴가제인 ‘육아월’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중 육아월 제도는 자녀를 출산하게 된 남직원을 대상으로 기존 출산휴가(7일)을 포함해 최대 1개월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제도로 앞으로 제도 보완과 혜택 강화를 통해 좋은 직장을 만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남성 육아휴직 현황과 복귀율을 알려드릴 수 없다”면서도 “다만 회사 눈치 때문에 남성 육아휴직을 쓰지 않거나 육아휴직 후 복귀 시 불이익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J그룹도 일과 가정의 양립 방안으로 남성 출산휴가를 유급 3일 무급 2일이었던 제도를 유급 14일로 바꾸는 등 남성 육아를 권장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6년 출산 초 육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기에 1개월 휴가 사용을 의무화한 ‘아빠휴가’를 도입했다.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간 연장이 가능하다. 자녀 출산 3개월 이내 남성 직원들이 신청할 수 있으며 휴직 기간 동안 자기개발 지원금이 지급되며 근속 기간도 인정된다.

그러나 아직 중소기업 종사자에게는 남성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이다.  

전문가들은 소수의 대기업에서 시행 중인 현행 육아휴직을 중소기업까지 활성화하려면 낮은 급여액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급여액을 높이기 위해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한데 ‘부모보험’ 도입을 통해 육아휴직을 보편적인 가족지원 정책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지난 1월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부모보험 도입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육아휴직자 수는 2011년 5만8137명에서 2017년 9만123명으로 증가했으며 육아휴직 지원 금액 또한 2008년 2650억원에서 2017년 9230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상과 육아휴직 급여액이 대폭 증가해 별도의 ‘부모보험’을 도입해 취업 상태와 관계 없이 보편적인 가족지원 정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출생아수 기준 육아휴직을 1/4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며, 고용보험에서 말하는 미가입자, 실업자 등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사용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입법조사관은 “재정 부분이 큰데, 현재 실업급여나 고용안정기금 등에 쓰이는 고용보험 기금으로부터 일부로 육아휴직 지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라며 "재원 자체 한계가 커서 대상 확대가 힘들고 미가입자에게 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육아휴직 급여가 커질수록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아지는데, 소득기회가 상실된 양육가구들이 육아휴직을 선택하기 때문에 급여액을 올려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부모보험이란 새로운 제도 도입을 통해 육아휴직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육아휴직 급여는 휴직 첫 3개월간 통상임금의 80%(상한 월 150만원, 하한 월 70만원)를, 이후 40%가 지급되고 있다. 

박 입법조사관은 ”고용보험에서 육아휴직에 대해 일부만 내 주는 상황으로 고용보험과 별도로 부모보험법을 만들어 재원을 마련해야 (육아휴직) 급여액을 올리고 대상자를 확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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