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갑상선암·자궁암 치료 특화
해외환자 60개국서 연인원 4천명
“3C(실력·편안함·편리함)가 비결”

유방암으로 잘라낸 환자들 고통에
유방 보존술 1986년 첫 도입

음식 관련 책도 내 “환자들 위해”

백남선 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이대여성암병원 병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백남선 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이대여성암병원 병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여성에게만 생기는 질병이 있다. 신체구조가 남성과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임신과 출산 등 생애주기별로 변화가 일어나는 신체의 특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 더욱 다양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화여대 여성암병원은 유방암, 갑상선암, 자궁암 등 여성암 치료를 특화한 의료기관으로 2009년 설립됐다.

유방암 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백남선 병원장은 2011년 부임하면서 3C(comptent·실력있는, comfortable·편안한, convenient·편리한)을 기치로 내걸고 병원을 이끌고 있다. 내국인은 물론 아랍, 동남아 등 세계 곳곳에서 환자가 병원을 찾고 있다.

백남선 원장을 만나 몇 년 새 빠르게 증가해 여성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유방암에 대해, 그리고 세계 각국의 환자들이 이대 여성암병원을 찾는 이유를 들어봤다.어김없이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한다는 백 원장은 늦은 오후에도 피곤한 기색없이 유쾌했다. 원장실 책꽂이에는 스페인어, 러시아, 프랑스어 교재가 보였다. 올해 연세를 묻자 “생물학적 나이에 0.7을 곱하면 진짜 나이”라며 웃었다.

다른 주요 암에 비해 유방암이 급증한 원인은 무엇이고, 어느 연령대의 발병률이 높습니까?

“2016년 기준 여성의 암 중에 유방암이 19.9%로 가장 많았던 갑상선암보다 더 많아졌어요. 연령대별로는 40대 발병율이 가장 높고 50대, 60대, 30대 순서로 많아요. 그중에서 요즘 30대 발병률이 높아지는 추세고요. 직장생활하는 여성이 늘면서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식습관이 바뀌면서 고칼로리 음식 섭취가 늘어난 것도 요인입니다. 또 피임약 복용이 늘고, 첫째 아이 출산이 늦어지고 모유 수유 기간이 짧은 것도 영향을 미칩니다.”

비혼 여성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나쁜 소식 아닌가요? 어떻게 예방해야 합니까?

“맞습니다. 그래서 수녀님들에게 유방암이 많다고도 하고요. 검진은 35세에 한번, 40세 전 한 번 한 뒤, 40세가 넘으면 적어도 2년에 1번씩 해야 합니다. 가족력이 있으면 더 자주 할 필요가 있고요. 예전에는 폐경(완경) 시기에 갱년기 증상 때문에 호르몬제를 먹었는데요. 증상은 없어지지만 유방암 발병률을 26% 높인다는 WHI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그래서 가급적 약을 처방하지 않아요. 대신 식물성 여성 호르몬이 있는 콩, 석류, 달맞이유 등이 폐경 증상을 서서히 완화시키고 유방암 발생 증상을 완화한다고 합니다.”

백남선 이대여성암병원 병원장이 병원 다목적실에 열리는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치료교육 전공생들과 함께한 이대여성암병원 미술치료 전시 ‘피어나다’ 전시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남선 이대여성암병원 병원장이 병원 다목적실에 열리는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치료교육 전공생들과 함께한 이대여성암병원 미술치료 전시 ‘피어나다’ 전시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986년 당시 유방보존술을 연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떤 환자가 기억에 남나요?

“당시 유방암에 걸리면 유방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식이었어요. 그런데도 암이 전이됐어요.부분 절제를 하고 방사선 치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에 좋은 방사선 치료기가 있던 원자력병원에서 일할 때였거든요. 그랬더니 선배들이 “위험하다. 조직을 살리면 암이 재발할 확률이 높아질 텐데 어린놈이 뭘 안다고 그러느냐”고 나무랐어요. 기억에 남는 환자 많죠. 결혼도 안 했는데 유방암 수술을 받게 된 약사가 유방을 다 떼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울었어요. 또 수술 후에 이혼을 당하거나, 먼저 이혼한 여성, 자살하는 여성, 직장생활을 포기하거나, 산으로 들어간 여성도 있었어요. 목욕탕을 못 간다고 하길래, ‘팔없는 사람도 가는데 왜 못 가느냐’고 했지만 그게 아니었어요. 여성들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고민하게 됐어요. 유방보존술은 유방 모양을 원래대로 갖추기 위해 수술 후 빈 곳에 팰릿 ADM을 채워넣어요. 쉽게 말해 사람 피부로 만든 알갱이예요. 선배들이 시키는대로만 하면 밥은 먹고 살아요. 산에 오를 때 남들이 다니는 길로 가면 쉽게 갈 수 있어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보지 못한 꽃을 보려면 다른 길을 개척해야 하죠”

외과의사로서 음식에 관한 책을 낸 점이 특별합니다.

“치료하다 보니 환자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게 무슨 음식을 먹으면 좋은지, 또 안되는지예요. 모든 암 발생 원인의 35%가 잘못된 식습관이기도 하고요. 30%가 흡연이고, 나머지가 스트레스, 공해, 유전자 같은 요인이에요. 일본 나카소네 총리 당시에 펀드로 국립암센터에서 음식을 연구했어요. 항산화비타민이라는 단어를 제가 처음 사용했어요.”

전세계 60개국에서 해외환자가 병원을 찾고 있는데, 비결이 있습니까?

“이대목동병원에는 전세계 60개국에서 연인원 1만2천 외국인환자가 찾고 있어요. 그 중 이대여성암병원은 4000명 정도 되고요. 우리나라 유방암 생존율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5년 생존율은 91%, 10년 생존율은 84%예요. 치료방법이 다르고 치료 결과가 좋다는 정보를 외국에서도 알고 찾아옵니다. 다른 병원에서 종양이 커서 유방을 다 떼라고 하는 경우에도, 우리는 수술 전 화학요법을 해 암이 줄어들게 한 뒤 수술합니다. 지난주에 노르웨이에서 열린 유방암 세계학술대회에서 기조 강의를 하고 왔고, 다음달에는 영국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합니다.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자꾸 알려야 합니다.”

후유증 적은 로봇수술이나 비침습 종양 제거법 등 앞서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의술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옵니까?

“도전정신도 있어야 하지만, 그만큼 기초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세계 트렌드를 알고, 교과서도 다 알아야 해요. 그게 기반이 돼야 더 좋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창조는 모방에서 나옵니다. 사람 손이 닿기 어려운 곳에 다빈치 로봇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더 나은 의술을 위해서는 사람의 아이디어가 중요합니다. 왓슨 같은 인공지능 로봇을 딥러닝시키는 것은 의료기록과 사람의 경험을 넣어 통계로 뽑아낸 건데, 그 딥러닝은 결국 일반 병원들의 평균치라고 볼 수 있어요. 교과서 역시 평균치를 담은 거죠. 또 10년 전의 내용이고요. 유명한 병원의 의료진은 경험이 많다보니 교과서 방식보다 더 좋게 치료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가능한 거죠.”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