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스토리』(The Over Story)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은행나무
2019년 퓰리처상 수상작
나무를 보지 않는 시대에 대한 경고
미 대륙의 원시림 구하기 위해
투쟁하는 아홉 남녀 이야기

『오버스토리』(The Over Story)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은행나무
『오버스토리』(The Over Story)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은행나무

 

“아무도 나무를 보지 않는다. 우리는 열매를 보고, 견과를 보고, 목재를 보고, 그림자를 본다. (중략) 하지만 나무는, 나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본문 중에서)

얼마 전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프로그램이 있다. 노년의 배우가 ‘동네 한바퀴’를 돌며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그곳의 이야기를 전하는 따뜻한 정취가 느껴지는 동네탐방기이다. 그 날은 ‘광진구 편’이었는데 광진구 최고령 토박이 700살 된 느티나무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이 느티나무는 “둘레가 7m에 달하며, 세종대왕 때 말 목장 위에 정자를 짓고 말들이 노는 광경을 즐기던 때부터 심겨있었다”고 한다. 700년 우리 굴곡의 역사를 버텨오며 한때는 숲이었을지도 모를 그 자리에 여전히 뿌리를 박고 홀로 굳건히 서 있는 나무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리고 길어야 100년의 인생을 살면서 자연을 지배한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오만함으로 훼손되고 파괴되는 자연의 문제를 생각해본다.

올해 2019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오버스토리』 또한 ‘나무’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인 리처드 파워스는 스탠포드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기에 마주하게 된 거대한 삼나무에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제목 오버스토리는 ‘숲 상층부의 전체적인 생김새’를 뜻하는 것으로 작가가 책 속 이야기를 통해 ‘숲과 나무를 보지 않는 시대’에 대해 경고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살아 있는 숲이 합창으로 여자에게 노래한다. 네 마음이 조금만 더 푸르렀어도 우리가 너를 의미로 가득 채울 수 있었을 텐데.” (본문 중에서)

작가는 미 대륙의 얼마 남지 않은 원시림을 살리기 위해 투쟁하는 아홉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곁에서 “토양을 만들고, 물을 순환시키고, 영양분을 교환하고, 날씨를 만들고, 대기를 쌓고, 인간이 셀 수 없는 이상의 생명체들에게 먹이를 주고 보살피고 은신처를 제공하는” ‘나무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말한다.

『오버스토리』는 ‘뿌리’, ‘몸통’, ‘수관’, ‘종자’로 목차가 구성되어 있으며 나무와 얽혀진 아홉 명의 각자의 스토리가 마지막 원시림을 구하기 위한 목표 아래 연결되고 연합되어 하나의 숲 이야기가 된다. 자연은 그 이름처럼 언제나 너무 자연스럽게 곁에 있어서 우리가 소중함을 잊기 쉽다. 작가는 이러한 자연의 소중함을 외치기보다 등장 인물을 통해 독자들까지 숲 안으로 들어가 자연의 감동을 직접 체험하도록 초대한다.

아홉 명의 주인공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지는 나무 이야기는 소설의 흥미와는 별도로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의 잔혹함과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 남은 원시림의 벌목을 막기 위해 60m 높이의 나무 위에서 거의 일 년을 살며 투쟁하는 닉과 올리비아는 900살 된 3m 두께의 나무들이 20분 만에 쓰러지고 또 한 시간 안에 운반 되는 참혹한 광경에 안타까워한다. 엔지니어에서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미미는 “버섯들마저 다 죽을 만큼 디젤을 쏟아 붓고 불에 태운 다음, 빠르게 자랄 이 회사의(벌목회사) 병목식 단일작물 외에는 아무것도 자랄 수 없게 제초제를 퍼부어놓은 땅. 그 작물들도 몇 차례 자라고 나면 토양이 완전히 죽어버리게 되는” 땅의 훼손에 분노한다. 청각과 언어장애가 있지만 나무와는 완벽한 소통을 하는 식물학자 패트리샤는 미래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간이 해야 할 일은 과거를 구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나무 한그루를 자를 때 그걸로 만드는 건 최소한 당신이 잘라낸 것만큼 기적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또 “하루에 300㎢씩 새로 늘어나는 농경지. 그리고 줄어드는 숲은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더욱 높여서 먹고사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 예언한다.

한편 소설에는 나무와 관련된 온갖 경이로운 이야기가 내포되어 있다. 10년 사이에 30m까지 자라는 미루나무, 5000년에 걸쳐 천천히 죽는 강털소나무, 공기는 움직임이 없어도 바람이 부는 것처럼 몸을 떠는 사시나무, 너도밤나무(beech)라는 단어가 이 언어 저 언어를 거쳐 책(book)이라는 단어가 된 이야기.

내셔널지오그래픽의 2019년 자료를 보면 현재 전 세계 면적의 30%인 숲의 소멸 추세가 1990년부터 2016년 사이 위험 수위로 급상승했으며 남아프리카 대륙보다 넓은 면적의 숲(1300만 ㎢)이 사라졌다고 한다. 서울 토박이인 나도 어린 시절 집 앞에 야산이 있어서 여름방학이면 곤충채집 숙제를 하러 가곤 했었다. 요즘도 가끔 그곳을 지나치곤 하는데 옛 모습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고 30층 고층아파트가 빽빽하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마스크가 필수품이 아니었던 지금보다 불편함은 있어도 결코 불행한건 아니었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진다.

저자는 소설의 후반부에 역설한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그리고 곧 아무것도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반문한다. “내일의 세계를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훌륭한 일이 무엇인지?”

장윤금 숙명여자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장윤금 숙명여자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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