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있는 그 곳에 사람이 산다](끝)
제주도 구좌읍 세화리 사회적 기업 ‘카카오패밀리’
공정무역 카카오 맷돌로 갈아
초콜릿 만드는 ‘콩장’ 김정아씨

플루트 전공 살려 마을 주민들과
동아리 만들어 분기별 연주회도
지역아동센터와 손 잡고
청소년 음악 프로그램도 운영
“아이들이 편히 쉬고 뛰어놀며
성장하는 마을 아지트 만들고파”

카카오패밀리를 운영하는 김정아씨와 남편 이인욱씨. ©카카오패밀리
카카오패밀리를 운영하는 김정아씨와 남편 이인욱씨. ©카카오패밀리

플루트 연주자, 다섯 아이의 엄마, 카카오를 볶는 콩장, 제주 창업가 멘토,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참 많다. “이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카카오를 볶는 콩장이예요.” 제주도 구좌읍 세화리에서 예비 사회적기업 ‘카카오 패밀리’를 운영하고 있는 콩장 김정아씨의 이야기다.

그가 꿈꾸고 키우는 것은 지역 커뮤니티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매진하면서 이것을 가지고 지역과 마을과 소통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지역커뮤니티 속으로 들어가 봤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토요일 저녁에 구좌읍 세화리에 있는 카카오패밀리를 찾았다. 10㎡(3평) 공간에 매장이 있고 15㎡ 공간에 전시장이 있고 두 개를 공간을 합한 크기의 제조 공장이 뒷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가게 안은 온통 카카오 천지였다.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과 카카오 카라멜, 카카오닙스, 카카오볼 등 카카오로 만든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천연 카카오가 많이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우리 맷돌을 이용해서 갓 볶은 카카오 원

이곳에선 카카오를 맷돌로 간다. ©카카오패밀리
맷돌로 간 카카오로 초콜릿을 만드는 모습. ©카카오패밀리

 

두를 갈아 초콜릿을 만든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가게 한편에 철제 갑옷을 입은 듯한 맷돌이 놓여 있었다. 세계의 빈투바 초콜릿(제조 과정이 투명한 초콜릿)을 맛 볼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만들어 놨다. 여기에 에콰도르, 파라과이, 과테말라, 미국, 콜롬비아, 베트남, 한국, 파나마의 카카오를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카카오 박물관 같은 느낌이다. 전 세계 카카오 생산국의 모든 카카오를 만나볼 수 있다. 실제로 모양을 보면 약간씩 다르다.

카카오패밀리 매장 안. 초콜릿, 닙스 등 공정무역 카카오로 만든 다양한 제품이 진열돼 있다. ©카카오패밀리
카카오패밀리 매장 안. 초콜릿, 카카오닙스 등 공정무역 카카오로 만든 다양한 제품이 진열돼 있다. ©카카오패밀리

 

정아씨의 고향은 원래 서울이다. 10세 때 이곳 제주도로 내려왔다. 1987년 시골 음악목회를 비전으로 품은 정아씨 부모님은 네 명의 딸을 데리고 “제주도 깡촌” 하도리라는 마을로 이주해 왔다.

그때 정아씨 가족을 반겨 준 사람은 난쟁이 이모, 육손이 할아버지, 벙어리 할머니, 소아마비 아저씨 이렇게 네 분 이었다. 하지만 밝은 성격을 가진 정아씨는 아버지의 재주를 물려받아 대학에서 플루트를 전공하고 제주시립교향악단에 입단해 플루트 상임단원이 된다. 이후 지금의 남편을 만나 제주를 떠났다. 시댁이 과테말라로 이주하게 된 후 몇 년이 지나 김정아씨 가족도 과테말라로 이주했다.

과테말라에 살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정아씨 부부는 멕시코로 이주를 했다. 여기서 정아씨는 음악교사, 남편은 중국어와 컴퓨터 교사로 일을 하면서 한국의 NGO단체 파송선교사로 공정무역 커피 담당자로 일을 하게 됐다. 이 일을 계기로 현재의 제주 구좌읍 세화리에서 카카오전문점 카카오패밀리를 운영하고 있다.

플루트 합동 공연 모습. ©카카오패밀리
플루트 합동 공연 모습. ©카카오패밀리

 

2012년 다시 제주도에 정착한 이들은 자녀들에게 좋은 성품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에 정아씨 전공인 음악의 특기를 살려서 성품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교육 프로그램에 사용할 노래 100곡도 직접 작곡했다. 남편은 이 곡을 가지고 제주 지역 방송국에서 1년 동안 ‘아빠의 노래’라는 코너에서 소개를 했다.

그런데 이 일이 커졌다. 남편은 교육에 새 바람을 불어 넣자는 취지로 ‘바람공장’이라는 교육회사를 설립했다. 여기서 정아씨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인성을 바탕으로 한 진로교육, 경제교육,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환경교육은 커피, 카카오, 설탕 등 세 가지 주제로 교육이 이뤄졌다.

어릴 적 4명 이상 아이를 낳고 싶었던 정아씨는 그 꿈도 이뤘다. 5명의 아이를 낳고 제주도에서 독수리 오남매 엄마로 통한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들 5남매는 모두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가장 가방 끈이 긴 아이가 셋째 준하 군이다. 준하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 다녔다.

아이들의 인성이 바르게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 플루트 마을 동아리 활동이다. 이 동아리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동아리다. 현재 4명의 성인과 8명의 아이들이 함께하고 있다. 1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연습을 한다. 그리고 분기마다 한 번씩 ‘향상연주회’라는 자체 발표회를 진행한다. 이 동아리는 인근 지역에서도 유명해서 여러 번 행사에 초청을 받아서 연주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매주 토요일 세화리에 열리는 벨롱장에서 오남매가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다.  ©카카오패밀리
매주 토요일 세화리에 열리는 벨롱장에서 오남매가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다. ©카카오패밀리

 

세화리에는 토요일마다 벨롱(불빛이 멀리서 반짝이는 모양)장이라는 플리마켓이 열린다.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1시까지 두 시간 반짝 열리는 벼룩시장에서 독수리 오남매는 버스킹을 한다. 자신이 배우는 기타와 플루트를 가지고 독주 또는 합주(앙상블)를 하면서 벨롱장을 찾은 고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아이들이 노래를 하는 동안 카카오패밀리는 이곳을 찾는 주민과 관광객에게 직접 만든 초콜릿과 카카오 제품을 판매한다. 물론 제품의 반응은 아이들의 노래만큼 뜨겁다.

“아이들에게 버스킹을 해서 50만원을 벌어오면 엄마아빠가 50만원을 지원해서 여행을 보내 줄께라고 약속을 했어요. 근데 아이들이 한 달만에 40만원을 모았어요” 아빠 이인욱씨의 이야기다.

아이들의 관한 이야기는 더 있다. 이번엔 지역아동센터와 손을 잡았다. 이번 달부터는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해 기타 교실을 운영한다. 카카오패밀리의 아이들과 지역의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다.

정아씨는 “제가 살고 있는 제주에 저희처럼 작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현재는 육지에서 넘어 온 아티스트를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들 말고도 좀 더 많은 젊은 친구들이 제주에 와서 다양한 사업을 했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정아씨는 선배 사업가로 청년 사업가의 멘토 역할도 해 주고 있다. 제주 지역에서 제주의 농산물이나 해산물, 문화를 활용해서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정아씨를 찾는다.

최근 한 젊은 여성 트레이너가 정아씨를 찾았다. 그는 해녀들의 장수 비결이 뭘까 고민을 하던 중에 바다 속에서 해녀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체조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해녀 체조를 만들어서 관광 상품으로 판매를 하면 어떨까 하고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카카오패밀리는 지역의 교육 커뮤니티 뿐 아니라 글로벌 교육 커뮤니티도 고민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과테말라에 학교를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를 생산하고 있는 중남미 국가 중에 특히 과테말라는 여러 가지 사정이 좋지 못하다. 남편 이인욱씨는 코이카의 도움을 받아서 이곳에서 카카오 묘목 사업을 하고 있다. 카카오 원래 토종을 복원시키는 작업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로 인해 카카오도 바나나처럼 원종이 많이 사라지고 변종이 자라고 있는 상황이다. 원종을 복원하고 이로 인해 수익이 발생한다면 과테말라에 학교를 세우겠다는 목표다.

카카오패밀리의 꿈은 제주에 카카오빌리지를 만드는 것이다. 부부가 바르다고 생각하는 것 들을 카카오라는 매개체를 통해 펼쳐놓고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한다. 카카오패밀리는 사회적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에 대한 지역사회 투자가 매우 용이하다.

정아씨는 “마을에 우선 청소년이 편히 쉬고 놀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들고 싶어요. 그 다음은 이 아이들이 잘 자라서 마을의 일꾼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카카오패밀리도 성장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이곳에서 좋은 젊은 기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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