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자유한국당 여성정치 아카데미가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 진주원 기자
‘엉덩이춤’ 문제가 발생한 다음날인 27일 자유한국당 여성정치 아카데미가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 진주원 기자

 

여성 당원들의 엉덩이춤보다 자유한국당의 적반하장식 태도가 더 문제다. 일부 자유한국당 당원은 ‘별일도 아닌데 언론이 일부러 트집을 잡는다’고 비난하는 등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또 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 차원에서 낸 입장문을 놓고, 오히려 왜 사과하느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당은 엉덩이춤과 관련해 후속 대응이나 조치 없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여성정치 아카데미에서 만난 당관계자와 당원들은 불쾌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조혜정 자유한국당 여성국장은 이번 일과 관련해 후속 조치를 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없다”면서 별일 아닌 일이라는 식의 태도로 일축했다. 오전에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던 조 국장은 기자가 질문을 이어가려 하자 일을 해야 한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한 여성 당원은 “왜 문제가 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우리 당을 비난하기 위해 기자가 일부러 트집을 잡은 게 문제다, 다른 당도 이럴 건데 왜 우리만 그러나”라고 말했다.

기자에게 먼저 다가온 여성 당원은 “여성들 모임이었고 장기자랑을 한 건데 뭐가 문제냐. 웃고 넘어갈 일인데 우린 웃고 즐기지도 못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여성 당원은 “당시 그 자리에 있었지만 별로 주목하지도 않았고 지나간 일이다. 진짜 옷을 벗었던 것도 아니고, 전혀 선정적이지 않았다. 장기자랑 중에 아주 잠깐 바지를 내렸다가 곧바로 올린건데 그 장면만 사진으로 찍어 올리니 사람들이 그것만 본다. 딸을 키우는 엄마지만 아무 문제가 안 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26일 자유한국당이 개최한 우먼페스타 행사에서 여성당원들이 장기자랑 도중 바지를 내리는 엉덩이춤을 선보여 비난을 샀다. /SBS방송 캡처
26일 자유한국당이 개최한 우먼페스타 행사에서 여성당원들이 장기자랑 도중 바지를 내리는 엉덩이춤을 선보여 비난을 샀다. /SBS방송 캡처

 

자유한국당 여성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희경 의원은 당황스럽다는 반응 외에는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후속 조치나 대응은 없다고 의원실 관계자는 밝혔다.

이같은 인식의 배경에는 당지도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당대표는 행사장에서 “오늘 한 걸 잊어버리지 말고 좀 더 연습해서 정말 멋진 자유한국당 공연단 말들어주시길 바란다”고 총평하기도 했다.

한국당 공보실이 당일 오후 늦게 발표한 입장문에도 반성과 사과는 찾아볼 수 없다. “예상치 못한 돌발적 행동이었으며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면서 “이번 행사의 본질적 취지인 여성인재 영입 및 혁신정당 표방이라는 자유한국당의 노력이 훼손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말해 고 마치 제3자의 문제를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춤도 문제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황교안 대표의 발언으로 인해 당 관계자나 당원들도 그렇게 인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앞서 한국당은 26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여성당원 1600여명이 참석한 우먼 페스타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여성공천 30%', '여성의 힘으로 정치 개혁'등의 구호가 나오는 등 여성 친화정당을 표방하는 한국당 행보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장기자랑에서 여성 당원들이 바지를 내린 뒤 ‘한국당 승리’를 쓴 속바지를 입고 엉덩이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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