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한국에 있을 때 나와 함께 공부방 자원활동 교사를 하셨던 오정혜 선생님께서는 남편의 해외 파견으로 두 딸과 함께 미국 콜로라도주 고든시에 거주하고 계신다. 선생님이 간간이 전해주는 아이들의 여유로운 생활은 솔직히 ‘이래서 아이들을 조기유학 보내는구나’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이번 주에는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선생님 딸의 고등학교 시간표와 내 딸의 시간표를 비교해보면서, 한·미 두 나라의 청소년이 얼마나 다른 교육 환경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가를 보기로 하겠다. (표 참조)

우선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한국이 일일 6시간 30분(토요일 제외), 일주 총 32시간 30분이고 미국이 일일 7시간 5분 일주 총 35시간 5분으로 미국이 좀 더 많다.

그러나 미국 시간표에는 개인 자유시간, MVP(전교생 함께 듣는 강연이나 조회, 개인 자습시간 등으로 활용), 개인 독서, 보충시간과 같이 의미 있게 스스로 자기 시간을 관리하는 연습을 하거나 한숨 쉬어갈 수 있는 시간들이 포함돼 있다. 이런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노는 시간은 한국이 10분인 것과 달리 미국이 5분이어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백화점식 교과가 소화불량 환자로

또한 수업시간이 획일적이지 않고 개인독서, 미술, 밴드, 대수, 세계사 수업은 주 1회, 1시간 30분을 배정함으로써 집중 수업을 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예체능 수업은 이런 탄력적 시간 구성으로 내실 있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보인다.

반면 한국 학생은 더 짧은 학교 수업 시간에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총 17과목이나 배운다. 두 나라 시간표를 비교해보면 백화점식으로 잡다하게 늘어놓은 한국의 교과들이 원천적으로 부실 수업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며 아이들을 소화불량 환자로 만드는 것임을 간파할 수 있다. 학교의 이런 부실은 사교육의 성행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방과후의 시간에서도 두 나라 학생들은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한국의 경우, 대학을 가겠다고 작정한 이상 학원은 거의 필수적이다. 위 시간표에서 내 딸의 방과후 사교육 시간은 일주 8시간이지만 종합반을 다니는 아이들의 경우는 10시간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외에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0교시 수업과 야간 자율 학습이 있다.

교육운동 단체나 전교조 같은 곳에서는 이를 문제삼지만 의외로 부모들은 대입이란 현실 앞에서 숫제 학교가 아이들을 학교에 잡아주는 게 좋다고 말한다.

아니면 독서실 비용이 더 들고, 실제 대학입학률도 이런 학교가 더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아이의 방과후는 밴드 연습하고, 숙제를 좀 하고 자유롭게 보내는 여유 있는 시간이다.

장기적으로 창의력을 요구하는 정보화 시대에 어느 나라의 교육이 경쟁력을 갖나? 교육과정을 ‘교육’이란 순수한 목표에 입각해 구성하지 못하고 일제 식민지 교육의 답습, 교과·전공 이기주의 등이 작용한 야합의 졸작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들이대는 이 관료들과 엘리트들의 야만적 횡포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김정희/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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