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jpg

◀<사진·민원기 기자>

오월은 화창한 날씨 그리고 자연의 푸르름과 함께 감사하고 축하해 줄 일이 많은 달이다. 지난 주 어린이날을 전후로 TV를 통해 좋은 영화 두 편을 보게 되었다. <비밀의 화원>과 <아름다운 비행>.

먼저 <비밀의 화원>은 부모를 잃은 메리라는 소녀가 이모부 집에서 살게 되면서 버려진 화원과 좌절한 사람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내용을 담은 영화이다. 또한 외롭고 황폐해진 마음을 가진 메리 자신도 화원에 꽃을 심어 키우고 사촌 콜린에게 용기를 주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영혼을 치유하게 된다.

‘살리는 실천’이 주는 변화와 갈등

그런 ‘살리는 실천’이 가져다주는 변화와 감동은 <아름다운 비행>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갑작스런 사고로 엄마를 잃게 된 에이미는 수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아빠와 함께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미 잃은 기러기 알들을 발견하고 정성껏 돌보게 되고 다 자란 기러기들이 자유로이 살도록 남쪽의 서식지로 인도하는 데 성공한다.

두 편의 영화는 살림, 즉 살린다는 것, 만물의 생명, 영혼, 관계를 살린다는 것이 가져오는 행복과 풍요로움에 대해 말해 준다. 새싹이 돋고 자라는 모습, 기러기가 알에서 깨어나 세상 밖으로 나오는 광경, 그리고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장면 등은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에 묻어뒀던 감수성을 일깨우는 데 충분하다.

상처받은 인간, 자연에게 말걸기

‘살림’은 생명, 영혼을 살리는 것

<아름다운 비행>에서는 그저 낭만적으로만이 아닌 자연개발을 둘러싼 현실적 딜레마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있다. 습지를 개발하려는 사람들과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의 입장은 더 이상 농사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든데 땅까지 못 팔게 하는 건 안 된다고 주장하고, 후자의 사람들은 개발을 시작하게 되면 계속해서 파괴가 일어날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숲과 거기에 사는 생물들을 죽게 할 것이라 맞선다.

또 다른 장면. 약삭빠른 개발자들이 기러기 거주지를 차지하려 들자, 에이미 아버지와 한 철새 전문 교수가 그곳을 방문해 방법을 모색한다.

에이미 아버지가 이렇게 묻는다. “기러기가 이곳에 올 수 있다면 우리 땅이 되는 건가요?” 교수는 답한다. “아니, 기러기 땅이 되는 거죠.”

이 짤막한 대화가 어느 순간 자연을 소유하고 지배하려 드는 우리의 무의식과 태도를 잘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아 헛웃음이 나왔다.

우리는 그 동안 인간의 편의를 위해 너무나 많은 것들을 길들여 왔다. 그리하여 자연에게 말을 건네는 법을 잊었다. 여기에서 자연이란 단지 저기 어디쯤에 있는 그 무엇이 아니다. 다시 말해 인간 대 자연이라는 공식이 아니라 바로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나무 한 그루, 삭막한 도시에서 살아나가는 참새들, 그리고 소외받고 착취당하는 사회 곳곳의 사람들 등 함께 이 땅에서 살아 숨쉬는 모든 존재들을 의미한다.

이 땅에서 자라나는 우리나라의 어린이들만 봐도 그렇다. 자연과 친구가 된 영화 속 어린이들과는 매우 다르게, 현실 속의 그들은 조기교육, 학원 등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 뛰어들기를 요구받는다. 무엇이 중요한가를 물을 때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적자생존의 세계인가, 아니면 조화로운 공존인가. 최근 일어난 테러나 전쟁을 보더라도 누구를 이기거나 정복하려 하기보다는 존중하고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어린이 날에 총을 선물하는 것은…

살림의 가치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부터 인식되고 실천해 나갈 필요가 있다. 어린이들은 어린이날에 무엇을 선물로 받았을까. 장난감 총이나 탱크 대신 작은 화분을 하나 선물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를 통해 무언가를 돌본다는 것이 갖는 즐거움, 소중함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바로 그것이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아름다운 비행>에서 에이미는 기러기들을 헛간에 가둬 키우기보다 나는 방법을 가르쳐 자유롭게 사는 걸 돕기로 결심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이 갖고 싶어하는 것 1위가 애완동물이라고 한다. 메마른 도시환경에서 아이들은 자연의 기운, 생명력을 느끼지 못하고 점점 사라져가는 그들의 감수성을 집안의 애완동물을 통해서나마 찾으려 한다.

오래 전에 상영되었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가 내 가슴을 새삼스레 울리는 건 왜일까.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교훈을 담고 있어서가 아닐까. 다른 생명이 다친다는 건 바로 내 마음이 아픈 것이고, 그러기에 상처받은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살리는 실천은 너와 내가 함께 사는 것임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윤이현희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