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엑스칼리버
제작비 100억 투입한 기대작
영국 영웅 아서왕 전설 재해석
특수효과 어우러진 전투신 눈길
원작선 수동적이었던 기네비어
무예 갖춘 강한 여성 캐릭터로

아서왕은 나라를 구하는 영웅이지만, 견뎌내야 할 숱한 고통들을 안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아서왕은 나라를 구하는 영웅이지만, 견뎌내야 할 숱한 고통들을 안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진정한 영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숱한 세상의 고통을 맛봐야만 한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엑스칼리버’(연출 스티븐 레인)는 색슨족의 침략으로 혼란스러웠던 시대, 질투와 욕망으로 가득 찬 뜨겁고도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보여준다. 화려한 전투신만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커다란 반전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각 인물들이 마치 운명처럼 겪을 수밖에 없는 혼돈에 감정 이입하다 보면 155분의 시간도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국의 신화 속 영웅 아서왕의 전설을 무대로 옮긴 이 작품은 극적인 사건 묘사와 인물들의 캐릭터를 확고하게 살렸다. ‘아서-엑스칼리버’로 개발 중이던 작품의 월드와이드 공연 판권을 확보한 제작사는 뮤지컬 넘버의 60%를 새로 작곡해 극적인 플롯 구성에 설득력을 높였다.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만든 유명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이번 작품에서 38개의 곡과 멜로디를 작곡했다. 

6세기 영국, 성인이 된 아서는 마법사 멀린에게 자신이 색슨족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는 사실을 듣는다. 바위에 꽂힌 성스러운 검 ‘엑스칼리버’를 뽑아내 그는 왕의 길을 걷기로 한다. 용감한 여성 기네비어와 결혼한 아서에게 행복의 순간은 짧다. 충격적인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아서는 전쟁을 앞두고 방황한다. 아서의 이복 누이인 모르가나는 아서의 자리를 뺏기 위해 온갖 술수를 벌인다. 아서의 사연과 그의 이복누나 모르가나의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섞이지만 분위기가 달라 몰입하는 데는 힘들지 않다.

아서는 용감하지만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이고 검 실력이 아주 탁월하지는 않다. 완벽함을 갖춘 영웅과는 살짝 거리가 떨어진다. 하지만 자신에게 들어 닥친 고통과 어려움을 박차고 일어났을 때 진정한 영웅으로 우뚝 서게 된다. 그 안에서 인간미도 넘친다.

기네비어 역의 김소향. ⓒEMK뮤지컬컴퍼니
기네비어 역의 김소향. ⓒEMK뮤지컬컴퍼니

 

모르가나 역의 신영숙. ⓒEMK뮤지컬컴퍼니
모르가나 역의 신영숙. ⓒEMK뮤지컬컴퍼니

달라진 여성 서사는 플롯을 풍성하게 한다. 원작에서 수동적이었던 기네비어는 진취적인 캐릭터로 재탄생한다. 왕비가 되기 이전에 스스로 훈련을 거듭해 강한 여성으로 거듭난다. 남자들과의 싸움에서 힘은 밀리지만 지혜를 발휘해 이긴다. 모르가나 역의 신영숙은 폭발적인 성량을 마음껏 보여준다. 특히 그가 온 힘을 다해 부르는 ‘아비의 죄’는 전율이 돋는다. 공연이 끝나면 그의 음성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내공 있는 배우들의 안정감 있는 연기도 빛을 발한다. 아서왕 역의 카이, 기네비어 역의 김소향을 비롯한 중·장년 배우들의 앙상블에 귀가 즐겁다.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만큼 무대 효과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 각종 무대·영상 장치로 마법이 공존하던 고대 영국을 구현해냈고 비가 오는 장면을 위해 실제 물이 떨어져 몰입을 높여준다. 최대 70여명이 동시에 무대에 오르는 전투신은 웅장하게 다가온다. 8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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