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전 여성부 차관

세상이 바뀐 것 가운데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돈 대신에 신용카드가 널리 쓰이게 된 것이다. 백화점이나 식당은 말할 것도 없고 동네 작은 편의점에서도 카드로 지불하는 것이 예사로운 일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신용카드가 무려 1억장 넘게 발급됐다고 하니 어른 한 명이 네 장씩 가진 셈이다.

여성들의 신용카드 이용도 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카드사마다 다투어 다양한 이름과 쓰임새를 가진 여성 전용카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TV 광고에서 유명한 여성 탤런트가 나와 신용카드를 가지고 자동차를 타고 쇼핑을 하고 헬스클럽을 다니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확실히 세상은 편해졌다. 미국에 유학 가서 처음 등록하던 날 서울에서 가지고 간 100 달러 짜리 지폐 뭉치를 보고 등록 창구 직원이 놀라 경찰을 부르던 일이 생각난다. 엊그제 바로 그 학교의 성적증명서를 서울에서 신청하고 신용카드로 비용을 지불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편한 신용카드가 외환 위기를 겪은 이후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신용 불량자수가 3백만 명에 이르고 있고 그 중 절반을 훨씬 넘는 사람들이 카드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됐다. 20대 열 명중 한 명이 신용 불량자라고 하며 이 중에는 여성들도 25만 명이나 된다. 여성들 전체로는 신용불량자가 108 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사회에서 신용카드가 큰 문제가 된 배경에는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길거리 모집과 같은 카드 회사들의 무분별한 카드 발급과 이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한 정부 정책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들의 신용카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사용법이 잘못된 것이 큰 이유이다.

신용카드는 미국의 석유회사가 발행한 것이 그 시초인데 현금 없이도 카드, 즉 신용으로 거래하는 편리함을 주는 수단이다. 사전에도 ‘신용카드:회원으로 하여금 가맹 점포의 물품과 서비스를 카드 제시만으로 구입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고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이 결제수단인 카드가 우리나라에 와서 현금 서비스라는 이름의 돈을 빌리는 수단으로 변형되었다. 한 카드회사에서 돈을 빌리고 이를 갚기 위해 다른 카드회사에서 돈을 빌리는 돌려 막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신용카드가 신용의 상징이 아니라 오히려 빚의 근원이 되고만 것이다.

카드를 제대로 쓰는 방법의 첫 번째는 현금 서비스를 안 하거나 대폭 줄이는 것이다. 저금리 시대인 지금에도 카드사의 이자는 20%에 가까운 실정이다. 다음으로 물품구매도 그 규모를 현금으로 살 때라고 생각하고 맞추어야 한다. 카드는 어디까지나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이지 개인의 돈 자체를 늘려 주는 것은 아니다.

한번 신용불량자가 되면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기 어려우며 휴대폰이나 보험가입도 어려워지고, 심한 경우에는 취업에도 제약을 받게 된다. 현재 30 만원 이상을 3개월 연체하면 신용불량자가 되는데 이와 같은 불이익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가적으로는 카드 빚이 늘어가면 금융기관이 부실해지고 신용불량자가 너무 많아지면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어려워지며 결과적으로는 현재의 신용사회가 무너지게 된다.

‘갖고는 싶지만 꼭 필요한 지’따져보는 최근의 어느 카드사 광고처럼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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