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의 마음 읽기]

 

반려동물에 이어 반려식물까지

 

장난감이나 유희 목적의 애완이라는 표현에서 최근에는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짝꿍 의미인 반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반려동물이 대표적인 예이다.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는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식물을 키우는 행위에도 트렌드가 나타난다. 1990년대 초반 각 가정에는 초록 화분이나 바이올렛이라 불리는 작은 꽃 화분들을 집에서 키우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 당시에 화분을 키운다는 것은 집 꾸미기의 일종이었다. 부와 성공의 상징으로 내 집을 마련한 이후 집에서 화분을 가꾸는 행위는 일종의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이후 DIY 가구 만들기, 십자수 액자 만들기나 셀프 인테리어 등으로 집 꾸미기 관련 관심사는 계속 변화했다. 그런데 최근 반려식물 키우기에 대한 열풍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 열풍은 두 가지 정도로 분석된다.

가장 손쉽게는, 미세먼지에 대한 염려가 컸기 때문에 공기정화식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공기청정기 외에도 공기정화에 효과가 있다는 초록나무들을 집이나 사무실에 가져다 두는 것이다.

집안에 안정감을 주는 초록 벵갈나무. 사진 _구혜경
집안에 안정감을 주는 초록 벵갈나무. 사진 _구혜경

 

그 다음으로는, 이른바 홈가드닝족 혹은 홈파밍족이라고 하는데, 집에서 식물을 키우거나 농사를 짓는다. 작은 꽃 화분, 허브 화분은 물론 상추나 청경채, 방울토마토, 블루베리 등 채소와 과일들을 집에서 키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주말 농장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일들을 집에서 하는 것이다.

우리 집에만 오면 식물이 다 죽어, 나는 식물 키우는 재주가 없는 것 같아라는 말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듣는다. 정말 식물을 잘 키워내는 사람들이 있어 부럽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요사이 판매하는 화분들은 (신경 많이 쓰지 않고) 한 달에 물 한 번만 주면 되는 공기정화식물이라는 홍보 문구가 잘 보인다.

집에서 화분을 키우고, 채소를 길러내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사실 조금 귀찮다. 그러나 그 혜택이 크다. 실제로 공기가 정화되는지 체감하기는 어렵지만, 초록 초록한 집안 분위기는 안정감을 선물해준다. 쾌적한 느낌이랄까? 가끔 물을 주고, 가끔 햇빛과 바람을 쐬어주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도 맺는다. 초록 방울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을 매일매일 들여다보면 마음이 살곰살곰 설렌다. 비록 적은 양이지만 수확의 기쁨도 느낄 수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학습효과도 있다. 밭에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반려동물은 끼니와 간식을 챙기느라 힘들고, 외출할 때 혼자 남아 외로워할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데, 반려식물은 그러한 걱정도 없다. 그래서 최근에는 가족단위뿐만 아니라 1인가구들에서 반려식물을 많이 키운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여성들이 반려식물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다육이라고 불리는 작은 다육식물이나 공기정화식물을 키우는 데 열심이다. 수확의 기쁨도 있지만 함께 척박한 세상을 잘 버텨 나간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또 대리 만족도 가능하다. 어떤 사람이 집에 있는 반려식물을 자랑하면서 ‘야자수를 기를 수 없으니 이레카야자!’라는 표현을 썼다. 이레카야자는 쉽게 기를 수 있는 공기정화식물로 유명하다. 식물에 이름을 붙여주고, 아침 저녁으로 애정이 담긴 말을 건네준다. 물은 한 달에 한 번만 주어도 되니 고맙고, 쑥쑥 자라주니 더 고맙다.

'야자수를 기를 수 없으니 이레카야자!' 사진_구혜경
'야자수를 기를 수 없으니 이레카야자!' 사진_구혜경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났던 자리에 요사이는 꽃과 식물 가게가 많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엔 꽃집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러기엔 초록 화분의 비중이 훨씬 높다. 그리고 화원 사장님도 젊은 경우가 많다. 그리 비싸지 않은 화분을 사고 젊은 사장님이 키우는 법을 알려주고, 화분 꾸미기 커뮤니티가 있어 문제가 생기면 금방 정보를 찾아보고 해결할 수 있다. 사실 식물이기 때문에 시급을 다투는 일은 없어 더 다행이다. 화분에 이름을 붙여주고, 영양제를 꽂아주면서 잘 자라라...라고 한 마디 해줄 때 내가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마 그런 점들 때문에 젊은 여성들이 홈가드닝이나 홈파밍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아닐까?

소비자라면?

반려동물과 더불어 반려식물의 시대가 열렸다. 예전에도 식물 키우는 사람들은 분명 있었지만 젊은이들의 삶에 잔잔히 스며들고 있다는 것이 과거와는 다른 점이다. 열풍이라는 표현은 조금 과하지만, 어쩌면 삶의 기본 요소로 포함될 수 있겠다. 저렴하다고 한꺼번에 많은 식물을 사서 꾸미는 데 치중하지 말고, 한 두 개로 시작해서 애정을 쏟아보자. 또 다른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라면?

갑작스럽게 꽃집과 화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팔아 치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양질의 꽃과 나무를 판매해야 한다. 질 낮은 화분을 싼 값에 팔고, 소비자들이 잘 키우지 못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이후 반려식물을 계속 키울 수 없게 된다. 쉽게 잘 가꿀 수 있는 팁들을 소비자들에게 공유해준다면, 반려식물 시장이 점점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구혜경. 여성신문전문리포터로서 재능기부
충남대학교 소비자학과교수. 국내 대기업에서 화장품마케팅업무를 10여 년간 수행한 바 있다. 현재는 소비자정보, 유통, 트렌드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며 충남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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