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별에 사는 소녀 도로도로도로시가 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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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잡초밭인지 갈대밭인지에 한 소녀가 서있다. 팔짝 팔짝 뛰면서 소녀는 계속 외친다. 아이 엠어 슈퍼스타. 아이 엠 슈퍼 샤이. 계속 절규하듯이 외치고 또 외치고 눈물이 흘러 마스카라가 흘러내린 얼굴. 그리고 계속 목이 찢어져라 외친다. 아이 엠어 슈퍼스타, 슈퍼 샤이.

도대체 이게 뭐냐? 비디오 아트다. 제목은 ‘I am a SuperStar SuperShy Girl’. 이게 뭐야?

“슈퍼스타가 되고 싶은 소녀는 늘 슈퍼스타가 되길 노래하고 소리 치지만요. 어느 누구도 알아주질 않죠. 소녀 혼자 만의 독백이자 절규일 뿐이구요. 슈퍼스타와 슈퍼샤이라는 묘한 아이러니 속에서요.”

비디오 아트를 하는 윤미연, 그녀가 말했다. 그녀가 만들었다는 다른 작품은 하나 같이 독특하다. 세 소녀가 열심히 에어로빅을 하고 있는 ‘에어로빅으로 세상을 구원한다고 믿는 소녀’나, 테크노 같은 음악을 배경으로 어스름한 밤 남자들을 잡아 스트로를 들어 피를 빨아먹는 깜찍한 소녀 이야기 등등. 원 이상도 하여라?

“백남준이 합성하고 로봇이나 TV를 이용해서 물질적이라면, 난 비디오 안으로 들어가서 작업해요. 백남준과 저는 코드가 전혀 달라요. 제 첫 작업이 ‘Play With Dorothy’인데요. 퓨전 음식 같은 오늘날 우리의 핑크빛 문화를 우주멀리 저편에 스러럭쿵이라는 분홍별에 살고 있는 도로도로도로시를 통해 재미있고 유쾌하게 보여주고자 한 거예요.”

오호. 그렇게 깊은 뜻이?

“직업을 물어보면 참 곤란해요. 아티스트라고 말하자면 조금 부끄럽구요. 아티스트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그게 뭐냔 듯이 쳐다보드라구요. 후후.”

그런데 어떡하다 비디오 아트를 하게 됐어?

“원래 전공은 조소예요. 학부 때도 대학원 때도.”

헉. 조소? 그럼 조각가? 오호. 그러나 상상이 안 간다.

“원래 비디오나 TV를 좋아했어요. 대학원 수업 때 백남준과 만나다란 수업이 있었어요. 미국에 백남준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일본엘 갔다가 여권을 잃어버린 거예요. 며칠 있으면 미국에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미국 비자 때문에, 여기저기 뛰고 미국 백악관에 편지 보내고 말도 못했어요. 아무튼 어렵게 어렵게, 비자를 받아서, 약속 바로 전 날 미국에 도착했는데, 글쎄 약속이 깨진 거예요. 그때 깨달았죠. 백남준을 통해서 실은 내가 찾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 찾고 싶었던 거죠. 내 스스로 작업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얻었어요.”

딱 오즈의 마법사 같네. 그런데 왜 이렇게 분홍색이 많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 분홍색이에요.”

정말? 전혀 상상이 안 가. 분홍색 하면 공주과잖아. 하지만 어디로 봐서 공주과야? 털털 명랑 펑키과구만.

“악마적이면서 섹시하고 관능적인 색깔이 바로 분홍색이에요. 또 소녀 같고. 분홍색은 순수와 순결을 의미하는 하얀색과 욕망과 정열을 의미하는 빨간색의 혼합색이지만, 그 두 색보다 더 눈을 자극하며 어느 색에도 속하지 않는 듯이 들떠있어요. 그것은 마치 내가 한국인이지만 양장을 하고 MTV를 보고 스파게티를 먹고 헐리웃 스타를 동경하는 것과 같아요.”

오호. 그렇게 깊은 뜻이? 그럼 좋아하는 건 뭐야?

“섹시한 남자. 크크크.”

누가 있지? 섹시한 남자가?

“로비 윌리암스. 영국 팝스타.”

평상시엔 뭐해?

“요가 해요. 그리고 고양이 밥 주고, 자전거 타요. 음악 들으며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그때 막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저번 때는 4시간이나 자전거를 탔드라구요. 암스텔담에 있으면서도 자전거를 엄청 타고 다녔어요. 그리고 밤엔 친구 만나고. 주말엔 늘 클럽에 가서 놀고. 제가 안 나가면 친구들이 이상하다고 전화해요. 나오라고.”

근데 원래 이랬어?

“아뇨. 제가 96년엔가 홍대앞 클럽 MI에서 알바를 했어요. 그때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뭐, 그때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안 그럼 내가 누군지 모르고 살았을 거 같아요.”

최근 관심사는?

“유학이요. 토플 공부 해야해요. 영국에 골드 스미스라는 학교가 있는데, 거기 갈려구요. 그리고 인터넷 가서 쇼핑하기.”

어디 주로 가?

“외국 사이트요. 제가 작업하는 것들 사요. 속옷이나 수갑, 하이힐, 채찍, 코르셋. 그런 것들이요. 우리나라에서도 팔긴 하는데, 똑같은 게 우리나라에서 사는 게 훨씬 비싸거든요. 물건도 인터넷이 훨씬 많고.”

하고 싶은 건?

“뮤직비디오를 해보고 싶어요. 학생 때 기회는 있었어요. 그런데 좀 웃긴 게, 제작비 조금은 대줄 수 있는데, 나머진 네가 대라. 그래서 찍은 다음에 보자. 이러드라구요. 나참.”

꿈이 뭐야?

“세계적 아티스트. 뮤직비디오 만드는 사람. 마돈나 뮤비 찍어보고 싶어.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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