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70년, 현대 일본을 말하다

이 책의 저자인 우치다 다쓰루와 시라이 사토시는 눈앞에 처한 일본의 현실이 참으로 두렵다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전후 일본이 취했던 체제의 국가 전략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1945년 8월 15일 이후 패전을 부인하듯이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사고도 은폐와 기만으로 처리됐다고 주장한다.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시라이 사토시는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의 무능과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으려는 일본 사회의 풍광을 목도했다. 이를 통해 일본의 전후 시대 마감을 예견했다.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 역시 전후 70년의 일본을 돌아보며 현재 평화헌법 9조를 개헌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일본이 되고자 하는 아베 정권의 무모함을 비난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과 중국에 대한 과거사를 부정하는 자세에도 강한 일침을 놓는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로 이러한 현상 속에서 일본 사회에 뿌리내리는 내셔널리즘과 우경화 움직임이 거세지는 분위기를 꼽는다. 이런 변화를 두 저자는 고질라를 빗대 일본인의 자기 파멸 본성이라고 언급한다. 고질라가 일본 열도를 파괴하듯 차라리 다 부시고 다시 시작하자는 패전으로 인한 원한 섞인 욕망이 현재 아베 정권과 그 추종자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두 저자는 ‘평화와 번영’을 구가했던 일본 경제가 버블로 무너지고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저성장 사회를 지나면서 지금의 일본은 변화하지 않으면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들은 현재 일본은 민주주의가 억압받고 있으며 오로지 돈으로 환원되는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에 우경화 세력이 규합하면서 파멸을 향해 폭주하고 있다고 전달한다.

아베 정권이 애국심을 내세워 내셔널리즘을 전파하고 있는데 이러한 가짜 선동에 속지 말고 세계 시민 사회에 더 이상 폐를 끼치지 말자고 주장한다. 두 저자는 아베 정권을 불량배들의 애국주의로 표현하며 악성 내셔널리스트들이 애국주의의 깃발을 독점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또한 이들 무리가 애국자의 가면을 쓴 단순한 불량배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폭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메이지 유신 이래 일본의 근대화가 결국은 실패했다고 단정한다. 그러면서도 일본인이 세계 시민으로서 거듭날 수 있어야 파멸해가는 일본을 되살릴 수 있다고 진단한다.

두 저자가 목표로 삼는 것은 이상과 같은 의미에서 애국자이면서 세계시민이기도 한 존재다. 예컨데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통해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몰락해가는 일본을 다시 끌어올려 세계 시민의 길을 가자는 게 두 저자의 메시지다.

우치다 다쓰루, 시라이 사토시 지음 ㅣ 정선태 옮김 ㅣ 우주소년 펴냄  ㅣ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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