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은 지난 1983년 3월 자동차보험 다원화 조치와 함께 한국자

동차보험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것이 현재의 동부화재다. 당시 한

국자동차보험은 자동차보험시장의 36.2%를 점유하는 최대기업이었지

만, 20년간의 독점체제, 무사안일주의의 방만한 경영으로 1천억원의

누적된 적자를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보험을 독점하다시

피했기 때문에 보상관리조직만 있고 영업조직은 전무한 실정이었다.

이같은 구조적 문제점으로 후발업체의 자동차보험시장 전면공략에 무

력하게 대응, 시장점유율, 보험수입 등이 계속 하락하는 국면을 맞았

다.

손보사상 최초로 생보조직운영방식 도입으로 성공

이러한 때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동부화재 대표이사에 취임하고 '

경영정상화 10개년 계획'에 착수했다. 김회장은 최우선으로 영업조

직망을 정비했다. 손해보험업계로선 최초로 생명보험업계의 조직운영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동부화재는 50여명의 영업소장을 스카웃하는

동시에 여성보험설계사제도를 도입한다. 이 운영방식 개선의 효과는

4년만에 장기보험 부문 2위라는 성과. 이때 스카우트 된 영업소장 중

에는 여성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 현재 동부화재는 전체 3백58명의

영업소장 중 14명이 여성이다.

이 중에는 설계사로 영업능력을 인정받아 소장으로 발탁된 사람도

있고, 10년 이상 내근직으로 근무하다 영업쪽으로 진로를 바꾼 경우

도 있다. 남인천 지점의 최명순(45)소장은 전자의 경우다. 최명순

소장은 지난 92년 남인천 영업소장으로 발령받았다. 당시 남인천 영

업소는 신설된 영업소라 최소장은 설계사를 모으는 것에서부터 영업

체계를 갖추어나가는 것까지 모두 혼자 힘으로 해야 했다. 무에서 유

를 창조한 것만도 대단한 일인데 최명순 소장은 지난해 1개 영업소를

분할까지 했다. 현재 그가 맡고 있는 영업소의 설계사는 40여명. 그

는 1명도 없이 시작한 영업소가 성장해 분할까지 한 것을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꼽는다. "소장으로 일하면서 여성이라 불편한 점은 없

었습니다. 오히려 여성이 소장이라는 사실에 상대방도 놀라고 대단하

게 평가해요. 저는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늘 그점을 상기시키죠." 앞으로

영업과장, 나아가 지점장까지 할 생각이라는 최소장은 일은 고되지만

살맛난다고 전한다.

여성특유의 섬세·집요함이 최대 무기

중앙지점 안평영업소의 양우정(32) 소장, 경북 김천의 김천영업소장

박은희(31)씨 등은 후자의 경우. 양우정 소장은 보험영업직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던 80년대 초반 나름대로 보험의 전망을 점치고 내

근직을 영업직으로 전환, 소장직에 자원했다. 당시 동부화재는 8년

이상 근속한 여성을 5급에서 4급으로 승격시키는 '직무격상' 제도

를 처음 실시할 때였고, 그는 동부화재의 직무격상 1호 여사원이 된

다. 하지만 그가 맡은 영업소는 고작해야 직원 3-4명인 16개 지점

중 꼴찌인 지점. 그가 96년 분할한 안평영업소장으로 부임했을 때 '

여자가 하면 얼마나 하겠느냐''여자들도 소장합니까'또는 '확실

히 되는 겁니까'하는 주위의 불신과 냉대가 힘들게 했지만 그는 '

여자도 얼마든지 소장할 수 있다'는 배짱으로 버텨 3개월만에 영업

수준을 중간 정도로 끌어올리고 타영업소에 직원 8명을 충원시켜주

고, 현재는 3개월째 16개지점 중 영업실적 1위를 고수하는 한편, 지

난달에는 서울 설계사 영업본부 개인영업소 부문에서 1위를 달성했

다.

그는 자신의 성공비결을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집요함'이라고

전한다. "보험일은 가장 적은 자본으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입니

다. 그래서 쉽게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 가장 속이 상해요.

보험일은 비교적 시간 활용이 자유로워 가정생활과 얼마든지 병행할

수 있고 일한 만큼 경제적 여유까지 누릴 수 있으니 여성 직업으로

최상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여성들이 자아실현의 기회로 삼았으면 하

는 바람이예요."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바쁜 업무에 쫓겨 아직 결

혼을 하지 못해 나이 많은 설계사들을 관리할 때 가장 힘들단다. 이

들 여성 영업소장중 가장 나이가 어린 김천영업소의 박은희씨는 사무

직으로 입사한지 5년 정도 되었을 때 권태기가 왔다. 내근직으로는

승진의 기회도 없다시피하고 반복되는 단순업무가 지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때 그는 보험영업으로 눈을 돌렸고 마침 직무격상 기회가

주어져 영업소장으로 진급했다. 초기에는 자리가 잡히지 않은 업무

때문에 퇴근시간이 늦어져 신혼인 남편에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오히

려 남편이 격려와 외조를 아낌없이 베풀어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박은

희 소장은 밝힌다.

생활설계사 대부분 여성 여성소장이 관리 유리

여성 소장들은 탁월한 영업·관리능력을 인정받아 발탁되기 때문에

실적이 최악인 영업소로 발령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여성

소장들은 이런 악조건을 딛고 자신들의 영업소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데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상계 지점 창동영업소의

조순득(43) 소장은 "설계사가 전부 여자이기 때문에 여성 소장이 관

리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같은 여자로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훤히 알기 때문이죠. 그리고 같은

어려움을 안고 일하는 여성이라는 동질감이 바탕이 돼서 그런지 가족

적인 분위기가 업무의 수고를 많이 덜어줍니다"고 말한다. 진취적

여성 소장들이 진두지휘하는 동부화재에서 여성 지점장의 탄생도 멀

지 않은 것 같다.

'최이 부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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