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시다 만주 전 UN 여성폭력특별보고관
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대학 법학 교수
“지속가능한 평화 위해 더 많은
여성들이 테이블로 와야”

라쉬다 만주 전 UN여성폭력특별보고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되는 2019 세계전시성폭력추방의날 행사인 ‘우간다 전시성폭력 생존자 및 지원단체 국제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라쉬다 만주 전 UN여성폭력특별보고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되는 2019 세계전시성폭력추방의날 행사인 ‘우간다 전시성폭력 생존자 및 지원단체 국제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6월 19일은 ‘세계 전시 성폭력 추방의 날’이다. 유엔(UN)은 2015년, 종식되지 않는 전시 성폭력 추방을 촉구하고자 성폭행을 전쟁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보리 결의안 1820호 채택된 6월 19일을 세계 전시 성폭력 추방의 날로 지정했다. 전시 성폭력은 무력 분쟁이 일어나는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형태의 성폭력을 뜻한다. 무력 분쟁이 일어나는 세계 곳곳에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지금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콩고민주공화국 북키부 지역에는 최소 36개의 무장단체가 있으며 2018년에만 6627건의 성폭력이 신고됐다. 한국은 ‘위안부’로 불리는 일본군 성노예제를 경험했고 베트남 전쟁에서는 한국군에 의한 성폭력을 겪었다. 전시 성폭력은 우리에게 먼 이야기가 아니다. 

여성 인권 분야에서 30년 넘게 헌신해온 라시다 만주 케이프타운 대학 법학과 교수는 한국이 전시 성폭력의 피해자였음에도 베트남전에서 가해자 위치가 된 배경으로 “뿌리 깊은 가부장제”를 지목했다. “한국의 여성들이 전시 성폭력의 피해를 입었어도 그 공감대가 다른 나라로 전해지지 못 하는 데에는 고질적인 가부장제가 원인이다. ”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인권운동가인 만주 교수는 2009년 UN 인권이사회의 지명을 받아 6년 간 UN 여성폭력특별보고관으로 일했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여성폭력의 실태와 원인 및 결과, 여성폭력에 대해 국가가 취하는 태도에 대해 모니터링해왔다. 

세계 전시 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정의기억재단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만주 교수는 “전쟁 중 발생하는 성폭력과 일상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양상은 다르지 않다”면서 “전시 성폭력과 일상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을 분리시키려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시 성폭력과 일상의 여성폭력은 “스펙트럼 선상에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일상의 여성폭력은 전쟁이 발생하면 더욱 극대화 된다”고 말했다. 

만주 교수는 전시 성폭력의 근절과 지속 가능한 평화 구축은 별개의 문제거나 어느 한쪽이 우선시될 문제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평화 구축을 구상할 때부터 여성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강력한 흑인차별 정책인 아파르헤이트를 철폐하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자 할 때 인종 문제를 먼저 볼 것인가, 여성 문제를 먼저 볼 것인가 등의 논란이 있었다. 이러한 논의 자체가 분열을 야기하고 제대로 된 평화 구축을 위한 토의가 될 수 없다. 평화 구축을 위한 논의에 있어 우선시 될 문제란 없다. 모든 문제가 함께 논의 돼야 한다”고 말했다. 

라쉬다 만주 전 UN여성폭력특별보고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되는 2019 세계전시성폭력추방의날 행사인 ‘우간다 전시성폭력 생존자 및 지원단체 국제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라쉬다 만주 전 UN여성폭력특별보고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되는 2019 세계전시성폭력추방의날 행사인 ‘우간다 전시성폭력 생존자 및 지원단체 국제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평화 구축을 위한 토의의 장에 여성의 문제를 주요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만주 교수는 더 많은 여성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동시에 공적 영역에 진출한 여성에 더 많은 지원과 신뢰를 보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우리는 여성 리더가 나타났을 때 변화가 극적이지 않다고 해서 실망하기 보다 남성 리더에게 또한 같은 기대를 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그들은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더 열악한 환경과 싸우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더 이상 일본군 성노예제도 피해 생존자가 없을 상황에 대해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한국사회는 박물관 등을 통해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놀라운 것은 이미 한국사회는 박물관 등을 짓는 등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애쓰고 시민들이 힘을 합쳐 기금을 모으며 비슷한 경험을 한 코소보, 우간다, 콩고 등과 피해 경험을 나누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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