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성폭력, 개인 아닌 구조 문제로 접근해야”
“성차별·성폭력, 개인 아닌 구조 문제로 접근해야”
  • 진주원 기자
  • 승인 2019.06.21 11:58
  • 수정 2019-06-21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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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여성신문사가 17일 신규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 강의에서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미투 이후 한국 사회 상상하기: 성평등정책 방향’을 주제로 강의했다.
여성신문사가 17일 신규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 강의에서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미투 이후 한국 사회 상상하기: 성평등정책 방향’을 주제로 강의했다.

 

“성별임금격차는 남녀 간 호봉이나 임금 차이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임금 차별은 법적으로 금지돼있어요. 그렇다면 임금격차는 어디서 발생할까요. 여성의 고용 단절과 여성이 저임금 일자리에 편중된 성별 위계 구조가 노동시장에 반영된 것이죠.”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7일 여성신문사에서 신규 직원을 대상으로 ‘미투 이후 한국 사회 상상하기: 성평등정책 방향’을 주제로 강연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노동법 박사로 20년간 여성노동과 여성정책을 연구한 정책통이다. 그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돼왔던 각종 성차별 문제를 구조의 문제로 들여다보고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내용을 정리했다.

최근에 대학교 1학년 학생들 대상으로 한국사회의 성차별을 주제로 강의를 했는데 여성이 무슨 차별을 받고 있느냐고 묻더라고요. 대학 진학률도 여성이 더 높고, 고등학교 때까지 여학생의 성적이 더 높으니까요. 구조를 보고, 구조를 드러낸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한국사회의 노동시장의 구조, 가족의 변화, 성적 침해와 관련해 어떤 변화가 있는지 들여다보겠습니다.

1.노동시장의 성별 불평등

여성의 낮은 고용률과 성별임금격차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에 여전히 많은 장벽과 제약 요인이 존재함을 보여줍니다. 여성이 대학을 더 많이 진학하는데도 고용률은 20% 정도 더 낮아요. 오랫동안 문제 제기 해왔지만 (여성 취업률을 나타내는) M자 곡선 그대로입니다.

우리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유독 저조합니다. 여성의 경력단절 원인이 과연 임신·출산·육아 문제뿐일까요. 여성들은 유리천장 문제 등 직장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또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과 교육시스템 문제가 한가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초등학교 교육부터 신경써야 좋은 대학에 간다고 하니 그 시점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여성들도 그만두게 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여성 50~60대 취업률이 최근 높아지지만 좋은 일자리는 아닐 겁니다. 박근혜 정부 때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여성의 단시간 일자리를 늘렸습니다. 일자리의 질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나쁜 일자리라고 쉽게 단정 지어도 안 됩니다. 여성의 높은 비정규직 비율은 여성의 상대적 고용불안정성이나 임금수준의 저하뿐 아니라 사회보험과 같은 복지혜택이나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의 배제로 이어진다는 점도 봐야 합니다.

2.가족의 다변화와 가족 돌봄의 공백

가족 영역에서는 핵가족이 감소하고 만혼이 보편화 되고 비혼은 증가하고 있어요. 여성 1인 가구의 경우, 여성이 안전한 집을 구하기 위해 남성보다 주거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도 하고요.

가족 내 돌봄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돌봄을 필요로 하는 인구 역시 증가하고 있는데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 증가, 가족구조의 변화 등 때문입니다. 2014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을 돌보는 가족원은 아내, 딸, 아들의 배우자 등 주로 여성들로, 즉, 가족에 부과된 노인 돌봄의 책임이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역사가 곧 돌봄의 역사라고 할 수 있어요. 인간은 돌봄을 하고 돌봄을 받는 존재니까요. 또 돌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요. 아이돌봄을 부부에게 맡기는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화가 돼야 합니다.

3. 여성에 대한 폭력의 일상화와 양상 변화

지난해 시작된 미투운동을 통해 알 수 있는 게, 1990년대부터 젠더폭력 관련 법·제도와 인프라가 많이 갖춰졌고 피해자 지원시설, 법률·의료 지원이 잘 돼 있지만, 정작 피해자들이 이를 활용하지 않고 개인이 폭로하는 방식으로 문제가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정책들이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거죠. 또 서지현 검사 등의 사례에서 그동안 성폭력을 조직의 문제와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점도 알 수 있고요. 어떤 위치에 있건 간에 조직 내에서 성적 침해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1대1이 아닌 조직 대 여성의 관점이어야 하는 거죠.

과학기술의 발전이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몰카라고 불렸던 불법 영상물이 하나의 산업이 됐습니다. 웹하드업체가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요. 무섭고 잔인합니다. 지난해 혜화역 시위에서 분노가 드러났고 “죽이지마” 구호가 잊히지 않습니다. 영상이 끝없이 복제·유통되면서 한 여성의 영혼을 파괴하고 일생을 무너뜨립니다. 국가권력은 대수롭지 않게 봤고, 산업화됐는데 이것은 카르텔 덕분입니다.

사이버 상에서 여성혐오표현이 만연하면서 젊은 세대의 지배적인 정서로 굳어지는 경향이 발견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사이버라는 해방된 공간, 특히 유튜브 등에 아이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돼있습니다. 단톡방 성희롱은 초등학교 때부터 심각하고요. 죄의식도 없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성평등 정책의 향후 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 정책의 향후 방향은 첫째, 권력에 의한 성별 비대칭을 해소해야 하니다. 혜화역 시위에서 90% 여경을 선발하라고 요구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고, 조직에서 성폭력·성희롱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관리직에서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언어가 다르고 감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외에 △노동시장의 성별 격차해소 △일·가족·돌봄 지원 체계 강화 △젠더에 기반한 폭력 정책의 강화 △성차별시정 정책의 강화 및 성희롱 규제의 실질화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 △비혼공동체에 대한 법적 승인 △저출산에 맞는 사회구조 변화 △정책의 성주류화 전략으로 민관거버넌스를 강화해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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