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재순 전국가정관리사협회장
플랫폼, 일감 끊기 쉬워
노동자 통제 효과적
“수수료 지나치게 높아”

김재순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협회장이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8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존중과 인정을 위한 가사노동자 권리선언’ 행사의 사회자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재순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협회장이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8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존중과 인정을 위한 가사노동자 권리선언’ 행사의 사회자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플랫폼 노동을 거부한다.”

모든 서비스가 스마트폰 앱 속에 녹아들어 손가락 터치 몇 번이면 작동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모든 정보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고 축적돼 플랫폼에서 구현된다. 숙박, 배달대행, 대리운전 등이 대표적이다. 플랫폼을 매개로 이뤄지는 서비스산업 뒤에 존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플랫폼 중개를 거부하는 가정관리사들의 외침은 그래서 더 울림이 있다. 이들이 꿈꾸는 것은 기술 속에서 거래되는 파편화된 노동이 아니라, ‘인간의 얼굴을 한 노동’이다.

가사서비스 플랫폼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주이용자이었던 맞벌이가정 뿐만 아니라 요즘엔 직장인 1인 가구의 수요도 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카카오 등 대기업이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기도 했고 먼저 시장에 뛰어든 선발주자들은 대대적인 마케팅과 편의성을 앞세워 이용자와 노동자들을 플랫폼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17일 제8회 국제가사노동자의날을 앞두고 만난 김재순(54)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회장은 “가사노동은 플랫폼 사업으로 적합하지 않다. 택시나 배달대행 같은 업종들과 가사노동은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거대자본의 시스템에 의해 연결돼 거래되는 가사노동은 서비스의 품질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노동자의 노동권도 떨어지게 된다고”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12년차 가정관리사로 경기도 안산에서 일하고 있다.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하루 앞둔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8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존중과 인정을 위한 가사노동자 권리선언’ 행사에서 한 명 한 명 가정관리사의 이름을 부르며 서로에게 빵과 장미를 나눠주는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하루 앞둔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8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존중과 인정을 위한 가사노동자 권리선언’ 행사에서 한 명 한 명 가정관리사의 이름을 부르며 서로에게 빵과 장미를 나눠주는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앱 기반의 플랫폼은 시대적 흐름이 됐고 이용자도 늘고 있다. 가사서비스 업계는 어떻나.

“확실히 이용자가 많은 것 같다. 주위의 얘기를 들어보면 인터넷이나 핸드폰에 앱을 깔아 일을 받았다고들 한다. 플랫폼업체가 떼가는 수수료가 많아 관리사에게 돌아오는 돈은 터무니없이 작다는 푸념도 들린다. 가사고객도 서비스를 손쉽게 요청할 수 있지만 그 만큼 취소하는 일도 잦아 일자리가 노동자에게 불안정하다고 한다.”

-수수료가 많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이용자가 5만3천원을 내면 수수료를 8천원 정도 가져간다. 플랫폼 개발과 운영비뿐만 아니라 유명 배우를 고용해 마케팅도 엄청나게 했으니까 수수료가 높을 수밖에 없을 거다. 그 돈은 결국 가사노동자들에게서 거둬들여야 하고, 최대 이윤을 뽑아내겠다는 의미 아닌가.

애초에 거대자본의 플랫폼 운영과 가사서비스의 성격이 맞지 않다. 최대 이윤을 얻으려면 대량생산으로 원가를 낮춰야 하는데, 가사서비스는 대량생산하는 제품이 아니다. 순수하게 인간의 노동력만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이 어떤 점에서 노동자의 처우에 특히 문제가 된다고 보는지?

“특히 플랫폼은 자본이 노동자를 통제하는데 효율적인 방식이다. 노동자를 하나의 부품으로만 취급하게 된다. 손쉽게 일감을 끊어버릴 수 있다. KT가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에 작품을 연재하다가 계약 해지를 당한 노동자들도 있다. 일거리 주지 않는 게 그들의 업체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가정관리사들이 협동조합을 만든 이유는?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동영상 교육이 아니라 대면 교육을 실시해 전문성을 높인다. 지속적인 보수교육도 한다. 가사노동의 특성상 표준화나 성과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책임감과 전문성이 더 중요하다. 소속감이 주는 효과라고 본다. 소속 노동자 간 교류와 다양한 소모임을 통해 취미활동도 함께 한다. 얼굴있는 노동, 사람이 숨쉬는 노동을 추구하며 공동체로도 활동한다.”

-그렇지만 플랫폼 노동을 거부하는 것이 가능한가?

“플랫폼을 막을 수도, 없앨 수 없다는 걸 안다. 우리의 외침은 노동자를 보호하고,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고민을 해달라는 것이다. 10년 넘게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로 인정해달라고 법 개정에 앞장서왔다. 플랫폼업체가 제공하는 가사서비스도 있지만, 서로 얼굴 맞대고 활동하면서 서비스의 책임의식과 전문성을 높이려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시대 흐름 자체가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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