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조영미 원장
“경력 부족하다” 낙인효과 우려
여성이 사표 내는 진짜 이유는
육아 아닌 근로조건·직장환경 탓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조영미 원장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조영미 원장

 

서울시내 여성인력개발기관 23개를 총괄하는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조영미 원장은 ‘경력단절 여성’이라는 표현 대신 ‘고용중단’을 쓰자고 제안했다. 전문직업훈련을 받고 면접장에 들어서는 여성들이 경력단절여성이라 불리는 순간, 위축되는 낙인효과를 준다는 지적이다.

“경력단절남성이라는 말은 없는데, 여성에게만 그런 단어를 쓰는 것은 오히려 여성은 경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낙인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고용중단 상태의 여성은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취준생’(취업준비생)과 똑같습니다. 꾸준히 직무능력을 키우고 준비해 직업인으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지난 4월 22일 원장으로 취한 조 원장은 이화여대에서 여성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여성정책실장, 서울성별영향분석평가센터장 등을 지낸 젠더 전문가다. 그는 취임 직후 여성 일자리에 대한 관심 확대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논의를 하고, 관련 사업들이 추진력을 가질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모으는데 집중했다.

그는 여성들이 고용중단을 겪는 원인으로 ‘근로조건과 직장환경’을 꼽았다. 흔히 임신이나 출산, 육아를 이유로 회사를 그만둔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퇴사 이유’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는 지적이다.

“보통 임신·출산·육아를 이유로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경제활동을 그만둔 이유를 구체적으로 묻는 연구조사(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시 비취업여성의 일 경험 및 정책수요조사’)를 보면, 여성들이 일을 그만둔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근로조건 및 직장환경’이였습니다. 여성들의 고용중단 사유가 출산과 육아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정책이 개발되는데, 애초부터 여성들이 좋은 일자리에 진입하기 어려운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임금과 계약만료에 불안해하는 여성들에게 출산, 육아 정책을 아무리 홍보해봤자 관심이 없는 것이죠.”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조영미 원장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조영미 원장

 

일·가정 양립 문화와 성평등 조직문화 확산, 성평등임금제 도입 등이 조직에 안착해야 여성의 고용중단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 원장은 일하고 있는 여성과 일하고 싶은 여성의 ‘연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기업에서는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채용전쟁이라는데, 구직여성들은 일자리가 부족해 취업전쟁이라고 합니다. 서울시 여성인력개발기관들이 그 중심에서 여성일자리 플랫폼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여성기업인과 우수한 여성인재들이 모여 서로 멘토와 멘티가 되어 밀어주고 당겨주는 여성 네트워크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일하고 있는 여성, 일하고 싶은 여성의 연대가 우리 사회의 유리천장을 깰 수 있는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은 직업훈련 전문성 강화와 여성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일자리 창출, 적합한 지원체계 구축을 중점 과제로 삼았다. 조 원장은 “여성일자리를 선도하는 리딩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일하고 싶은 여성, 일하고 있는 여성 모두와 함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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