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있는 그 곳에 사람이 산다] 함께 읽으면 재미 두 배… 작은 서점이 일구는 책 마을
[온기 있는 그 곳에 사람이 산다] 함께 읽으면 재미 두 배… 작은 서점이 일구는 책 마을
  • 권혁년 도시재생팀 기자
  • 승인 2019.06.20 16:06
  • 수정 2019-06-20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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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 칠성면 미루마을
서점 하나 없는 곳에 문 연
부부의 ‘숲속 작은 책방’
59.4㎡에 1800권 빼곡
책 주문하면 한 달 걸려도
SNS 입소문타고 손님 북적

김탁환 등 유명 저자 북콘서트
북클럽·북스테이 운영하며
지역 커뮤니티로 자리 잡아
70개 동네책방 손 잡고
책 읽는 문화 정착 온 힘
‘숲속 작은 책방’을 찾은 어린이들이 동화책을 보고 있다. ©숲속 작은 책방
‘숲속 작은 책방’을 찾은 어린이들이 동화책을 보고 있다. ©숲속 작은 책방

 

“세상에서 가장 느린 책방이에요. 책방에 책이 없으면 출판사에 전화를 해요. 주문한 책이 올 때까지 빠르면 3~4일, 늦으면 일주일 이상 걸려요. 책이 도착하면 읍내의 약속 된 장소에 책을 가져다 놓아요. 이후 책이 주인을 만나는 시간은 알 수 없어요. 빠르면 일주일 이내지만 늦으면 한 달 이상 걸려요. 책 주인이 읍내에 볼일이 있어야 하니까요.”

충북 괴산에서 ‘숲속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백창화 대표 이야기다. 인터넷에서 책을 주문하면 빠르면 다음날 늦어도 2~3일 안에 받아 볼 수 있는 상황에선 약간 고개를 갸웃할 책방이다. 하지만 괴산 사람들 뿐 아니라 인근 음성이나 진천, 증평 사람들도 이 책방을 찾아가 책을 산다. 심지어 충북 대도시인 청주에서도 이곳을 찾는다. 책이 없으면 주문을 하고 백 대표의 설명처럼 책을 찾아간다. 짧게는 열흘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왜 그럴까?’ 하는 물음표는 가정식 책방에 들어서는 순간 사라졌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신발이 있어야 신발장엔 책이 있다. 시집을 배치해 놓았다. 중문을 열고 책방에 발을 내딛는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온통 책뿐이다. 주방과 거실을 터놓은 59.4㎡(18평) 공간엔 1800권의 책이 빼곡히 자리를 잡았다. 1800권의 책 중 500여권은 아이들의 위한 그림책, 동화책, 동시 등이다.

작은 책방이지만 서점이 갖춰야 할 모든 형식은 다 갖추고 있다. 책방 중앙엔 넓은 탁자를 놓은 곳이 신간 코너다. 이곳엔 최근에 출판된 책이 자리를 잡고 있다. 마당으로 난 창문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이벤트 공간이다. 이 공간 이름은 ‘한뼘 갤러리’다. 매월 이곳에서는 출판사와 연계를 해서 기획전시를 연다. 이번 달은 지난달 기획전시가 이어지고 있었다. 6월 기획전시 책이 늦어지고 있어 불가피한 상황이다.

5월 기획전시는 ‘새로운 노무현’이었다. 돌베개출판사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번 전시에는 4000질 한정판으로 제작된 『노무현전집』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위로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시절 사진이 함께 전시돼 있었다. 6월 전시는 그림 작가 권윤덕씨의 『씩스틴』이다. 5.18광주민주항쟁을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낸 그림책이다. 진압군의 무기인 ‘씩스틴’이 주인공이다. 시민들의 힘을 느끼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신념이 흔들리고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통해 시민들의 저항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표현한 작품이다.

“지난 5년 동안 출판사들과 꾸준한 교류를 하다 보니 기획전시에 대한 협조가 비교적 잘 이뤄진다”며 “기획전시는 마을 주민과 괴산지역의 학생들이 가장 즐겨 보는 단골 메뉴 중 하나다”고 백 대표가 설명했다.

‘숲속 작은 책방’의 백창화 대표. ©여성신문
‘숲속 작은 책방’의 백창화 대표. ©여성신문

 

백 대표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도시인이다. 서울에선 잡지기자와 도서관 일을 봤다. 작은 도서관에 관심을 갖고 일을 보고 있는데 이런 일을 지역에 내려가서 하면 더 보람될 것 같아 귀촌할 곳을 찾았다. 수도권에 모든 네트워크가 있어 멀지 않는 장소로 선택한 곳이 충북 괴산이었다.

2011년 정착한 괴산군 칠성면 미루마을에는 57가구의 전원주택 마을이 들어섰다. 그리고 마을 회관이 크게 들어서고 이곳에서 도서관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일은 잘 안 풀렸다. 사람과 돈의 문제였다.

작은 도서관을 못하게 된 후 백 대표는 작은 서점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래서 집을 책방으로 꾸몄다. 2014년 4월 ‘숲속 작은 책방’이라는 이름을 달고 서점을 시작했다. 지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고 손님들이 찾아왔다.

책방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에서 한발 더 나갔다. 지역사회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소통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북클럽이다. 북클럽은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한 달에 한 번 책방에 모여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 매번 나오는 사람은 15명 내외다. 하지만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200여명에 가깝다. 매 월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읽고 토론을 한다. 최근에 토론과 함께 작가 초청회도 진행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작은 책방 공모사업에 선정돼 지원이 나온다. 이 예산을 활용해 지역 주민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북클럽에서 지난해부터 작가 초청 토크 콘서트를 연다.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등으로 유명한 김탁환 작가를 포함해서 정혜신, 권윤덕, 이명수 작가와 제주올래 서명숙 이사장까지 ‘숲속 작은 책방’에서 괴산 주민과 이야기를 나눴다.

책방 명물 중 하나인 고양이 나비가 신간 서적을 베고 누워 있다. ©여성신문
책방 명물 중 하나인 고양이 나비가 신간 서적을 베고 누워 있다. ©여성신문

 

두 번째 프로그램은 앨리스의 다락방 북스테이다. 2층의 작은 방을 동화책과 침실로 꾸몄다. 사선으로 떨어지는 천장은 흡사 이상한나라 앨리스가 뛰어 나올 것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방문에서 가장 먼 곳에 침대가 있다. 어른은 한명이 아이들은 2명이 함께 잘 만한 공간이다. 그리고 오른쪽엔 그림책 전시실이 있다. 왼쪽은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위한 수납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가족, 친구, 연인 등 4인 이하의 체험객만 받는다. 주로 주말을 끼고 손님을 받는다. 가족단위로 북스테이에 많이 오지만 최근엔 친구와 연인도 책을 보면서 힐링을 할 수 있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이나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 이곳에서 책과 함께 힐링을 하고 가요. 최근엔 전국에서 손님들이 찾아오고 있는데 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유명음식(송탄 부대찌개, 대전 성심당 빵, 대구 막창 등)을 가지고와서 함께 먹곤 합니다.”

백 대표와 함께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남편 김병록씨 이야기다. 남편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일을 했는데 아내와 함께 시골로 내려와 책방을 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책방을 운영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가지고 책도 냈다.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라는 책이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방문한 날도 서울에서 오신 손님이 이 책을 사면서 저자 사인도 함께 받아 갔다.

괴산엔 참고서를 파는 서점은 있지만 책만을 놓고 파는 서점은 없다. 그래서 이 서점은 주민들에게 인기다. 특히 지역의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괴산읍에서 하루 6번 다니는 버스를 타고 책방을 찾는다. 부부는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비밀의 책방’이 그곳이다. 이곳은 출입문부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책꽂이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곳엔 책이 가득하다. 책꽂이 방문을 힘겹게 밀고 들어가면 비밀의 책방이 열린다. 책방 안에는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미니 책상이 놓여 있다. 그리고 다양한 책과 함께 크레파스와 도화지 등도 비치돼 있다. 책을 보고 그림도 그릴 수 있는 아이들만의 공간이다. 이곳에선 신나게 뛰어 놀아도 조용히 책을 봐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

북스테이를 즐길 수 있는 방에 깔끔한 흰색천으로 감싼 침대가 놓여져 있다. ©여성신문
북스테이를 즐길 수 있는 방에 깔끔한 흰색천으로 감싼 침대가 놓여져 있다. ©여성신문

 

“괴산도 다른 시골과 마찬가지로 조손(할머니와 손자), 다문화가정 등의 아이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은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고 책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제한적이에요. 그래서 책방에 오면 가끔 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곤 하는데 그때 마다 마음 한곳이 아파 옵니다.”

백 대표의 엄마 같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읽힌다. 백 대표는 아이들이 찾아오면 유독 큰 소리로 책을 읽어 준다. 도시에선 책방도 대형 서점도 도서관도 많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 책을 볼 수 있지만 이곳 시골에선 이런 공간이 적기 때문에 더욱 애정을 주는 것이다.

‘숲속 작은 책방’엔 두 개의 명물이 더 있다. 하나는 ‘나비’라고 불리는 고양이다. 나비는 책방을 찾는 사람들에게 항상 애교를 부린다. 그리고 새로 나온 신간서적을 항상 먼저 차지한다. 신간도서대가 자신의 침실이다. 다른 하나는 마당에 있는 ‘오두막책방’이다. 작은 방갈로 처럼 생긴 오두막은 책도 보고 여름에 더위를 피해 잠도 잘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다. 지역주민과 아이들에게 꾀 인기가 많은 공간이다.

백 대표는 자신의 일은 한 곳에서만 하지 않는다. 부지런한 발품을 팔아 전국의 작은 책방을 돌아 다녔다. 그 결과 두 개의 네트워크가 만들어 졌다. 하나는 북스테이(6개) 네트워크고 다른 하나는 동네책방(70개) 네트워크다.

“괴산 뿐 아니라 지역의 책방은 어디나 매우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어요. 그들과 연대를 통해서 책방이 지역에 새롭게 뿌리를 내리고 책을 읽는 문화가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정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이번 주말 한여름 밤의 꿈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괴산 ‘숲속 작은 책방’으로 나들이를 떠나면 어떨까?

아이들이 책과 함께 놀 수 있는 ‘비밀의 방’. ©여성신문
아이들이 책과 함께 놀 수 있는 ‘비밀의 방’.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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