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범여성계 이희호 이사장 추모예배
여성들 200여명, 선배 페미니스트 애도
한명숙 전 총리 “다부지고 당당하게 원칙 지킨 삶”
이연숙 전 장관 “대통령 부인 이전에 여성운동가”
차경애 이사장 “강고한 가부장 편견 깨는데 앞장”
김상희 의원 “성차별 정치인 낙선운동 펼친 선각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 지은희 전 여성부장관이 1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이희호 여사 범여성계 추모예배’에 참석해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 지은희 전 여성부장관이 1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이희호 여사 범여성계 추모예배’에 참석해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선배 여성운동가로서 이 이사장님의 큰뜻을 이어 받겠습니다.”

후배 여성운동가들은 강고한 가부장제에 균열을 내고 새 길을 낸 선배의 길을 따라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예배실은 검은 옷을 입은 여성 200여명으로 가득 찼다. 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을 애도하기 위해 한국YWCA가 주관한 범여성계 추모예배가 열렸다.

이날 고인이 생전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재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여성위원회 등 보수와 진보를 아울러 여성계 전체가 한 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를 냈다. 여성운동가로서 고인의 생애를 기억하는 후배들은 자매애와 연대를 다지며 선배 페미니스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1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이희호 여사 범여성계 추모예배’가 열려 참석자들이 추모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이희호 여사 범여성계 추모예배’가 열려 참석자들이 추모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추모예배는 이 이사장이 생전 즐겨부르던 찬양 ‘나의 갈 길 다 가도록’으로 함께 부르며 시작됐다. 이 이사장의 3남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은 “여성운동가, 민주화 투사로 치열하게 사신 어머니의 삶이 재조명 받았다”며 “어머니의 뜻에 따라 평등하고 평등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하늘나라에서 아버님과 함께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 지었다.

이 이사장이 출석한 창천감리교회의 박선희 목사는 ‘죽음은 없다’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어 여성계 후배들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 이요식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역사기록위원장, 이연숙 전 정무2장관, 차경애 YWCA복지사업단 이사장은 고인과의 인연을 회고하며 그의 삶에 존경을 표했다.

지은희 전 장관은 “선생님은 해방 이후 혼란기, 한국전쟁, 5·18, 군부독재 등 고난의 시기에 좌절하지 않으시고 꿋꿋하게 주위 분들을 보살피시면서 끈질기게 여성 인권 운동, 평화통일 운동, 민주화운동을 하셨다”며 “그의 삶을 보면 불굴의 의지라는 것이 저렇게 사는 것이구나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생님이 가신 길을 여성운동 동지들과 함께 이어가겠다”며 “남북평화, 성평등,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저희들이 온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이희호 이사장께서는 다부지고 당당하게 원칙을 지키면서 살아오셨다”며 “우리가 큰 뜻을 이어 받아 각자 자리에서 그 뜻을 이룰 때 이 이사장님도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숙 전 정무2장관은 “‘대통령 부인’이 아닌 여성운동가로서 기억해야 한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본격적인 여성정책이 시작되고 여성부가 세워지는데 이희호 이사장님의 역할은 매우 컸다” 강조했다.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 등 여성계 인사들이 1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 등 여성계 인사들이 1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이혜경 한국여성재단 이사장도 “이 땅에 ‘딸들에게 희망을’ 새기는 데 평생을 함께 해주셨다”며 “‘우리가 딸들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라는 이사장님의 말씀을 새기며 한국여성재단은 여성들의 힘을 길러 성평등한 세상을 여는 데 끝까지 함께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첩을 한 정치인의 국회 입성을 반대하는 최초의 낙선 운동을 벌이며 가부장제에 저항하고 뜻을 관철하고, 일깨우신 선각자”라며 “강고한 가부장제의 억압 속에서 고생하는 여성들을 위해 저항하고 소리를 외친 선배 여성운동가의 삶이 이제야 조명받는다는 점은 후배로서 죄송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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