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집에 방문하는
가스점검원·요양보호사
욕설·성폭력에 시달려
2인1조 등 요구해도
업체·지자체 묵묵부답

정의당과 공공운수노조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울산시와 경동도시가스가 가스안전 점검 노동자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 여성 가스점검원들의 2인1조 근무제를 촉구했다. ©뉴시스
정의당과 공공운수노조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울산시와 경동도시가스가 가스안전 점검 노동자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 여성 가스점검원들의 2인1조 근무제를 촉구했다. ©뉴시스

 

“진짜로 점검만 하러 왔어?” 울산에 사는 가스점검원 A씨는 지난달 5일 일을 하다 성폭력 위협에 떨어야만 했다. 가스 안전 점검을 마치고 집을 나가려던 A씨는 “집에 있던 남성이 못 나가게 막아 한 시간 동안 집안을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탈출한 그는 트라우마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아오다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

혼자서 검침을 다니는 여성 가스점검원이 성희롱·성추행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동도시가스 동울산고객서비스센터 노조 소속 점검원 11명은 “점검원에 대한 안전 대책 없이는 근무할 수 없다”며 지난달 20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의 파업에 따라 업무에 투입된 아르바이트 점검원 역시 지난달 23일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 검침을 위해 찾은 원룸에서 나체 상태의 남성 고객과 대면한 것이다. 울산 지역에서만 지난 4년 동안 3건의 성추행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2015년 8월에는 여성 가스점검원을 강제추행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안전점검 중에 이상한 낌새를 느껴 돌아보니 거주자 남성이 하의를 벗고 있거나, 회사 기숙사 점검을 갔더니 남자들이 웃으면서 “이쁜 아줌마 몇 살?”이라고 말하는 등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피해를 입어도 밖으로 알려지는 일은 드물다. 회사에 사건을 알려도 해결은 커녕 오히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로 업체는 호루라기 지급을 대책으로 내놓기도 했다. 노조에 따르면 점검율 97%를 완료하지 못하면 임금이 깎일 수 밖에 없는 업무구조여서 휴일 등 무리하게 일을 하면서 점검원들이 성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경동도시가스고객서비스센터 분회는 회사 측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지난달 20일부터 파업 중이다. 노조는 점검원 2인 1조 운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2015년부터 대책과 재발 방지 계획수립을 촉구해왔지만 제대로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성폭력을 비롯해 욕설과 폭언에 시달리는 것은 요양보호사들도 마찬가지다. 요양보호사는 노인성 질환에 걸렸거나 혼자 지내기 어려운 노인들을 찾아가 돌봄서비스를 해주는 국가자격증 소지자들이다.

B요양보호사는 나체 사진을 보여주고 직접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성 이용자가 있었다고 밝혔다. 일을 그만두자, 이 이용자는 새로온 요양보호사에게도 성추행을 시도했다. B씨가 해당 구청에 신고를 했지만 이들을 막을 현실적인 제재 방안은 없었다고 전했다. 요양보호사 업무가 아닌 허드렛일을 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집안일부터 반려동물 대소변을 치우는 일까지 요양보호사의 일로 떨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요양보호사 154명은 “우리는 하녀가 아니라 노동자”라며 ‘돌봄요양노동자 권리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나이많은 여성의 노동을 평가절하하는 성차별적 문화와 민간에 맡겨진 요양보호사들의 업무체계 때문에 ‘하녀 취급’을 받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돌봄노동을 한다는 이유로 보호자나 이용자로부터 인격 이하의 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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