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공간 디자인 기업 ‘CDS’ 박민정 대표
공간 디자인 30년 한우물
20년 다니던 회사 파산하자
“‘한국의 겐슬러’ 만들자”며
흩어진 팀원들 모아 창업
파르나스 호텔 등 디자인

CDS 디자인 철학은
Head·Heart·Hand ‘3H’
(지식·공감·창의성)
고객 습관 파악은 공감으로,
디자인 실현은 공학이 중요
“신탁회사·시행사 등과 협력…
설계부터 참여하는 사업 구상”

박민정 (주)CDS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민정 (주)CDS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새로 지은 집인데도 마치 오래 전부터 살았던 내 집처럼 편안함이 느껴지는 공간이 있다. 아름다우면서 개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생활 공간은 삶의 질도 높여준다. 종합공간 디자인 기업 ‘CDS(Creative Design Studio)’를 이끄는 박민정 대표는 “공간 디자인은 장소를 이용하는 사람의 평소 습관과 생활 패턴, 취향 등 수많은 조건을 분석하고 기획하여 디자인에 철저하게 반영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공간 디자인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연세대학교 주거환경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의 미술대학 프랫 인스티튜드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989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지난 30년 간 공간 디자인이라는 한우물을 팠다. 2010년 문을 연 CDS는 ㈜창조건축 자매회사로 국내외, 기업공간, 상업공간과 주거공간을 위한 공간 설계·기획 전문 회사다. 공간 디자인 업계는 여성 인력의 진출이 많지만,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른 여성 디자이너는 흔치 않다.

20년 간 디자이너로 살던 박 대표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다니던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팀원들을 불러 모아 2009년 창업 했다. 그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손을 내미는 동종업계 기업들이 있었지만 박 대표는 “디자인 작업은 무엇보다 협업이 중요한데, 10년 간 손발을 맞추며 일하던 동료들과 계속 함께 일하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그동안 쌓은 실력으로 승부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들은 세계적인 건축회사 ‘겐슬러’를 목표로 삼고 ‘한국의 겐슬러’를 꿈꾸며 사업을 시작했다. 이듬해 ㈜창조건축 자매회사로 합류했다. 지난 10년 동안 CDS는 호텔, 리조트, 사옥, 공공기관까지 다양한 공간을 디자인 해왔다. 대표 프로젝트로는 GS 홈쇼핑 신사옥과 파르나스 호텔 등이 있다.

박민정 (주)CDS 대표
박민정 (주)CDS 대표

박 대표는 공간 디자인에서 ‘3H’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Head·Heart·Hand의 약자로 지식·공감·창의성을 뜻한다.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의 동선에 맞게 사용자 경험이 공간에 녹아 있어야 해요. 그래서 고객의 시선, 입장에 서는 공감 능력이 매우 중요해요. 진심 어린 배려가 디자인에 담겨야 고객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거든요. 그런데 고객이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어요. 고객의 요구와 실현 가능성 사이에서 고객을 설득하는 일도 디자이너의 몫이예요. 결국 습관, 생활 패턴을 분석해 도출한 디자인을 공간에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학적 지식이 필요하죠. 결국 세 요소가 결합했을 때 고객이 원하는 공간이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간 디자인 업계는 남성 중심의 건축에서 여성 진출이 활발한 분야다. 여성 디자이너가 늘어났지만 고위직에 오르는 여성들은 많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육아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박 대표는 뛰어난 후배들이 육아를 이유로 일을 포기할 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베이비시터 비용이 월급과 비슷하거나,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만두는 분들이 있어요. 무엇에 더 가치를 두느냐는 사람마다 다르죠. 다만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난 뒤에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숙련도와 트렌드를 바로 따라잡기 어려우니까요. 자신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떻게든 경력을 유지하길 권합니다. 근무시간이나 근무일을 줄이는 식으로 회사에 제안을 해보면, 생각보다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어요. 먼저 두드려보세요.”

CDS는 올해 신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그동안 미리 건축 설계가 끝난 건물 내부를 디자인 하는 방식으로 일을 했다면, 앞으로는 대지 확보 때부터 신탁회사와 펀드회사, 시공사와 함께 설계부터 참여할 계획이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박 대표는 지난 30년 간의 삶처럼 새로운 길을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기존 시장에서 움직이는 것보다 직접 새로운 판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가끔은 왜 힘든 길을 가려고 하는지 스스로에게 궁금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게 제 운명인 것 같아요. 주어진 대로 사는 삶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삶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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