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불법 드러난 국민은행과
성별균형 포용성장 자율협약

수사와 처벌도 미흡

“노력을 협약할 게 아니라
재발방지대책 물어야”

(상단 사진)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6월 7일 서울 여의도 소재 KB국민은행에서 허인 KB 국민은행장, 박정림·김성현 KB 증권 대표와 함께 'KB은행·증권,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있다.ⓒ여성가족부(하단사진)‘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 회원들이 2018년 4월 24일 서울 중구 을지로 KB 국민은행 앞에서 채용 성차별 기업에 대한 항의와 채용 성차별 철폐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유리창에 항의 손피켓을 붙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상단 사진)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6월 7일 서울 여의도 소재 KB국민은행에서 허인 KB 국민은행장, 박정림·김성현 KB 증권 대표와 함께 'KB은행·증권,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있다.ⓒ여성가족부(하단사진)‘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 회원들이 2018년 4월 24일 서울 중구 을지로 KB 국민은행 앞에서 채용 성차별 기업에 대한 항의와 채용 성차별 철폐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유리창에 항의 손피켓을 붙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가족부가 불과 1년 전 채용성차별 혐의로 기소된 KB국민은행과 성별균형성장 자율협약을 맺어 비판이 일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여성가족부가 기업 측에 여성 일자리와 관련된 재발방지대책 요구는 고사하고, 먼저 나서서 면죄부를 준 셈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7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서울 여의도의 KB국민은행 본사를 방문해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여성가족부-기업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자율협약 4번째 기업이다.

여성가족부는 기업 내 성평등한 조직문화와 성별 다양성을 위한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을 당부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서에는 △채용부터 승진까지 성차별 금지 노력 △여성 중간관리자 확대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과 육아와 직장생활이 가능한 기업문화 구축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 등의 사항이 담겼다.

이 중에서 채용부터 승진까지 성차별 금지 노력과 관련해서는 여성리더 확대 목표제를 도입해 기존 10% 수준인 여성 리더 비중을 2022년까지 20%로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것 외에 채용 관한 내용은 없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검찰의 수사 결과 KB국민은행은 2015년 상반기 채용과정에서 특별한 이유없이 남성 지원자 113여명의 서류 전형 점수를 여성보다 높게 준 사실이 드러났다. 반면 112명의 여성 지원자의 점수를 낮춰 불합격시킨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수사와 처벌이 부실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서울남부지검이 수사한 KB국민은행 채용비리 수사에서는 청탁을 받고 면접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혐의 등으로 이 모 전 부행장 등 3명이 구속되는 등 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반면 윤종규 은행장은 합격자 변경 사실을 보고받거나 강요하는 등의 공모관계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10월 26일 국민은행의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사건에서 채용비리 관련자 3명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1명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민은행 법인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같은 판결 직후 금융노조는 성명을 내고 “가장 공정해야 할 은행에서 가장 불공정한 성차별·권력형 채용비리가 발생했는데도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하고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면서 검찰의 재수사와 법원의 엄중처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여성가족부는 KB국민은행뿐만 아니라 금융권 기업들과 계속해서 협약을 진행다는 계획이지만 KEB하나은행 역시 채용성차별 혐의로 기소됐다. 2013~2016년 신입사원 채용 때 내부적으로 남녀 채용비율을 4대 1로 설정하고서 성별에 따라 별도의 커트라인을 적용한 혐의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금융권 채용 성차별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고, 재발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이같은 협약을 맺은 것은 면죄부를 준 꼴”이라고 비판하면서 “협약이 먼저가 아니라 채용성차별의 실상을 밝혀내고 재발방지대책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채용성차별은 입직 단계의 차별이며 이를 없애는 게 여성 일자리 문제의 핵심”이라면서 “여성 정책 수행기관으로서 관련 사안으로 위법을 저지른 기업과 협약을 맺은 것 자체가 문제이며, 은행의 다른 부분에서 성차별이 없는지 점검하고 성차별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부터 점검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유리천장 깨기 등 기업 내 성별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한 캠페인으로 인식 개선을 위해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권에 특히 여성의 진출이 많기도 하고 지난해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특히 지난해 사건을 고려해 앞서 협약을 체결했던 다른 기업들과 달리 성차별 금지 노력 항목을 추가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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