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움길’ 언론시사회
15살 때 강제로 중국 끌려가
“일본의 공식 사죄·법적 배상 요구”
이승현 감독
“20년 전 할머니들 모습 정겹다”

‘에움길’에 나온 이옥선 할머니 ⓒ영화사 그램
‘에움길’에 나온 이옥선 할머니 ⓒ영화사 그램

“15살 때 심부름을 갔다 오다가 큰 남자 둘이 길을 막았어요. 무작정 저를 끌고 중국으로 갔어요. 중국에 위안소라고 만들어놓고 한국 딸들을 강제로 끌고 갔어요. 그러다가 다 죽였습니다. 이래놓고 오늘까지 와서 (일본이) 안했다고 했습니다.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는 11일 영화 ‘에움길’ 시사회에서 일본의 사죄를 꼭 받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잘못한 일이 없다면서 (피해자 할머니들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한다. 할머니들이 말하는 게 왜 거짓말이겠나”라며 “우리는 강제로 끌려갔는데 왜 우리가 위안부가 되어야 하나”라고 했다.

‘에움길’은 이승현 감독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공동생활공간인 ‘나눔의 집’에서 지난 20년간의 할머니들의 일상이 담긴 영상을 기반으로 만든 다큐멘터리다.

‘나눔의 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1992년 10월 서울 마포구에서 문을 연 뒤 1995년 12월 지금의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으로 옮겼다. 할머니들은 이곳에서 한글수업과 그림수업을 받고 있다. 현재 6명의 할머니가 머물고 있다.

이옥선 할머니는 영화 속에서 내레이션을 맡았다. 그는 “(영화를) 세계적으로 다 봤으면 한다. 여러분들이 널리 알아야 한다”고 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김군자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도 했다. “둘 다 같이 성당을 같이 다녔다. 그래서 가깝게 지냈다”고 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내가 죽기 전에 가지 마라. 나 죽은 후에 오라’고 말하고 사흘이 지난 뒤 선물이라고 10만원을 줬다”며 “먼저 가고 보니까 후회가 된다”고 했다.

이 감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귀향’(2016)에서 일본군 다나카를 연기하다 ‘나눔의 집’과 인연이 닿았다. 1600개의 비디오테이프와 CD를 기반으로 만든 다큐멘터리다. 그는 “‘귀향’을 찍으면서 이 문제를 알 정도로 무지했다. 영상을 보고 나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할머니들의 무거운 이야기보다는 가벼운 일상을 다뤘다. 그는 “할머니들의 20년 전 모습을 봤는데 혈기왕성하고 너무 사랑스럽고 정겨웠다”며 “우리는 현재 보는 할머니의 모습 밖에 상상할 수 없지 않나”라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나눔의 집’ 안선권 소장은 “영화 속에 할머니들이 30명 정도 나오는데 현재 4명밖에 안 계신다”며 “할머니들이 큰 상처를 받고도 문제를 알려야겠다는 신념을 보면 존경스럽다”고 했다. 이어 “할머니들의 투쟁적인 모습만 아니라 여성의 삶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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