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경 칼럼] 환경문제, 심리학의 답은 비관적이다
[정진경 칼럼] 환경문제, 심리학의 답은 비관적이다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06.13 08:20
  • 수정 2019-06-12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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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더위는 무서웠다. 더위에 맥을 못 추는 나는 아예 노약자를 자처하고 집안에 들어앉아 꼼짝도 못했다. 올 여름은, 앞으로의 여름들은 과연 어떨까? 우리는 환경문제에 합리적인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이미 늦었다”고도 한다. 인간은 이미 수많은 생물들을 멸종시켰고, 뒤이어 스스로도 멸종할 것이라고 일부 환경문제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 과정에서 갖은 재난과 자원부족 때문에 폭력과 전쟁이 난무해서 인류문명이 먼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저 아이들은?
심리학의 답도 비관적이다. 환경파괴행동을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다. 우선 환경교육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환경교육에 큰 기대를 걸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경험적 연구결과를 보면 어린이들 외에는 태도나 행동의 변화가 거의 없다. 설령 변화를 보인다 해도 지금의 어린이들은 이미 이전 세대에 비해 비교도 안 되게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산다.

행동수정이론에 따라 일부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기는 하다. 고속버스 탄 사람이 전용노선에서 시원하게 달리게 하고 쓰레기 많이 버리는 사람이 종량제 봉투를 많이 사게 만든다. 보상과 처벌은 효과가 좋다. 그러나 정책에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그 행동의 결과를 내가 바로 겪는 것이 아니면 수정이 거의 불가능하다. 인류는 진화과정에서 코앞의 일에는 적극 대응하고 먼 미래의 일에는 대체로 무심한 뇌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온난화 같은 현상은 수십 년 이상 수많은 사람들의 행동의 결과가 축적된 이후에야 그 피해의 심각성이 나타난다. 큰일 났구나 하는 시점에서는 노력을 시작해도 이미 되돌리기 어렵다. 현재세대가 가해자가 되고 미래세대가 피해자가 되는 구조다.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데 하면서 너도나도 무심코 한 행동의 결과는 가공할 규모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온난화로 거칠어진 기후를 겪으며 미세먼지를 숨 쉬고 미세플라스틱을 먹기 시작했다. 환경학자들이 수십 년 전부터 염려한 “공유지의 비극”, 공유자원을 남용하다가 불시에 닥치는 파국이 환경의 모든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30년까지 전 지구적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감축하지 않으면 되돌리기 어려운 기후재앙이 닥칠 것으로 예측했다. 비관적이기는 싫지만 공부를 해볼수록 무서워진다. 이제 우리는 삶에서 중요한 것의 우선순위를 혁명적이라 할 만큼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차마 희망을 포기할 수 없으므로, 지금은 인간의 성찰력과 도덕적 자기결정력을 무작정 조금 더 믿어 보는 수밖에.

에코페미니즘은 여성의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생태적 대안을 찾는 운동이다. 자연과 인간, 여성과 남성, 현재세대와 미래세대가 평등한 세상을 지향한다. 끝없는 자본의 욕망과 남성중심적 권력추구를 내려놓고, 평등하고 선하고 조금은 느린 삶의 방식을 만들어 가자고 권한다. 그런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순하고 영성이 있으며, 급진적이고 철저하다. 쌀 한 톨, 비누 한 조각도 아끼던 우리 할머니들이 그렇게 사셨고 지금도 그렇게 사는 이들이 있다. 희망을 버릴 수 없고 뭔가 해야 한다면, 나아갈 방향은 이쪽이다. 

내가 어렸을 때, 하늘은 늘 파랬고 여름 더위는 부채와 수박으로 넘길만 했다. 화려한 경제발전 시대에 산 한 사람으로, 아이들에게 망쳐버린 환경을 물려주는 것이 못내 미안하다. 나처럼 의지박약하고 게으른 사람은 오늘도 비닐 포장지에서 가격표나 오려내며, 아직 바꾸지 못한 습관을 조금이라도 더 고쳐보려고 죄책감 속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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