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쉬하는 성매매 문제 공론화시켜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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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돈으로 사는 행태가 없어지지 않는 한 여성의 인권은 요원합니다.”

‘성매매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조진경 사무국장(34)은 3년 전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만나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 그대로 ‘사람을 사고 파는’ 현실도 놀라운데 피해여성들 중 많은 수가 자신이 어떤 대우를 받아도 항의하지 않는 것을 보았기 때문.

그는 “아빠에게 성폭력 당하고 엄마한테 구타 당하고 엄마가 다른 남자와 집안에서 성관계를 갖는 것을 보고 가출해 방황하다 성매매산업에 유입된 여성이 업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말하지 못하는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자존감을 잃은 순간 자신에게 닥친 현실 속에서 그저 하루하루 넘기는 것이 삶이 돼버린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피해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조 국장은 “활동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힘을 주고 지지해 주는 존재일 뿐”이라며 “불가항력적으로 살았지만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한 순간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자기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장은 당연히 이뤄졌어야 할 부분이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은 꿈에 대해 말한다. “피해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100분 토론에 피해여성들이 나와서 ‘공창문제 생각해 보자’는 발언과 토론을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되는 것이죠. 업주도 나와서 자기 입장을 밝히고 피해여성은 피해자로서가 아닌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둡고 쉬쉬해야 하는 성매매 문제를 공론화해서 음영을 가릴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계속 거론할 것입니다.”

한소리회는 성매매 근절에 뜻을 두고 있는 활동가 및 단체들과 연계,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만들고 온라인도 개통할 예정이다. 그리고 ‘성매매 안 하기’ 백만인 서명운동을 전개, 사회 분위기를 전환하고 특히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매매 유입을 근절하는 것에 집중할 계획. 그는 “네트워크 일로 부산과 군산 등을 오가는데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더 바쁘다”며 “성매매 여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담이 쇄도, 자원활동가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털어놓는다.

조 국장은 약자들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인정돼야 하고 약자들의 이야기가 ‘경청되는’ 풍토가 돼야 한다며 이것이 ‘여성주의적 감수성’이라고 덧붙인다. 그의 또 다른 희망은 묵묵히 일하는 성매매여성 지원 활동가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느끼는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나눠 연대하고 고생한 만큼 대가를 받는 것.

사진을 찍으려는데 조 국장은 “왜 이렇게 많이 찍느냐”면서 “머리 손질해야 하는데…”하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활동가들의 자원을 너무너무 기다린다고 꼭 써 주세요.”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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