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젠더폴리틱스] 무법부 국회는 공존의 적이다
[김형준의 젠더폴리틱스] 무법부 국회는 공존의 적이다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9.06.06 08:50
  • 수정 2019-06-05 1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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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황 대표 1대1 면담 후
5당 대표 회동으로 물꼬 터라
진영의 한계와 과오
용기있게 인정한
​​​​​​​홍준표와 유시민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안과 각종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한국당의 조건 없는 국회 복귀를 거듭 압박했다. 반면,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 파행과 정국 경색의 책임을 청와대로 돌렸다. 이런 와중에 국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6월 2일 까지 국회에 접수된 법률안·예산안·결의안 등의 본회의 처리율이 29.2%로 나타났다. 접수된 의안 2만939건 가운데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인 법안이 1만4820건에 달했다. 국회의 존재 이유는 입법부로서 국민을 대표해 법을 만들고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을 만들어야 할 국회가 법을 만들지 않는 ‘무(無)법부’로 전락하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행위다. 더구나 국회법(제5조의2)에 따르면, “매 짝수월(8월·10월 및 12월을 제외한다) 1일에 임시회를 집회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는가? 청와대는 국회 정상화를 위한 방안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회동’ 그리고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일대일 회동’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원내 교섭단체 3당 대표 회동과 일대일 회담을 개최하자고 역제안하면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국당은 민주평화당과 정의당까지 범여권이 참여한 5당 대표 회동에선 황 대표가 정치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회담 형식을 둘러싼 청와대와 한국당간에 논쟁은 참 속 좁은 정치의 전형이다. 현재의 정국 상황은 회담 형식에 집착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문 대통령과 황 대표가 먼저 일대일 회동을 한 다음에 대통령과 5당 대표가 회동을 하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이 타협과 공존의 정치다. 상대방을 제압해 자기 입장만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것은 독선과 고립의 정치다.

최근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간의 유튜브 합동 방송 ‘홍카레오’(홍카콜라+알릴레오)를 선보였다. 지난 3일 ‘불펜 정치인’(홍준표)과 ‘어용 지식인’(유시민) 두 사람은 각각 키워드 5개를 제시해 160여분간 ‘토론 배틀’을 벌였다. 유 이사장은 양극화, 뉴스메이커, 리더, 보수‧진보, 정치를 제시했고, 홍 전 대표는 민생경제, 패스트트랙, 한반도 안보, 노동개혁, 갈등·분열을 내놨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조회 수는 4일 오전 10시 기준 약 62만7700회였고, 댓글이 약 1700개였다. 홍준표의 ‘TV 홍카콜라’ 조회 수는 약 42만회였고, 댓글은 약 4300개를 기록했다. 여하튼 100만명 이상이 홍카레오 유튜브를 시청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번 토론은 홍 전 대표의 지적처럼 “반대 진영을 증오와 분노로만 대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 갈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두 사람이 자신들이 속한 진영의 한계와 과오에 대해 용기 있게 인정했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는 “사실 독재는 우파 쪽에서 했고, 좌파독재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반면, 유 이사장은 "전직 대통령 두 분이 감옥에 가 있거나, 혹은 재판을 받고 있는 건 너무한 것 같다”고 했다. 상대방이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인정하고 경쟁자도 자신의 한계를 인정했다는 것은 진보·보수간에 상생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것이다. 이것이 토론이고 타협이고 절충이고 화해다. 영국 옥스포드 사전은 2016년에 올해의 단어로 ‘탈진실(post truth)‘을 선정했다. 단어의 의미는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그 진실 자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의미가 없어서 무시된다.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두는 것 보다 대중의 의견을 형성하는 데 더 큰 영향을 끼친다. 탈진실 정치에서는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서 거짓과 편견, 그리고 혐오에 빠지기 쉽다. 이번 토론으로 한국 진보와 보수가 탈 진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길 기대한다. 진보와 보수 모두 자신들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공존과 협치의 싹이 트고 비로소 숙의 민주주의가 빛을 발할 수 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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