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최태원·홍상수의 이혼 청구, 받아들여질까
‘불륜’ 최태원·홍상수의 이혼 청구, 받아들여질까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9.06.06 07:40
  • 수정 2019-06-06 0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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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자식 고백한 최 회장
“진솔한 사랑” 주장 홍 감독
14일 홍 감독 판결 선고 예정
최 회장 공식행사에 동거인 등장
현재 ‘유책주의’는 파탄 책임
배우자가 이혼 요구 못 해
‘파탄주의’ 허용 이전에
위자료 현실화·징벌적 배상 필요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홍상수 감독. ©뉴시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홍상수 감독. ©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홍상수 감독 모두 이혼 소송 중이다. 두 사람은 자신의 외도를 이유로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했으나 배우자가 거절해 결국 이혼 소송을 냈다. 홍 감독은 오는 14일 소송 판결 선고가 있을 예정이고, 최 회장은 두 번째 변론기일을 앞두고 동거인과 공식행사에 등장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혼 책임이 있는 쪽이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없는 ‘유책주의’를 택하고 있으나, 두 사람은 외도 사실을 자발적으로 밝히고 이혼 소송까지 낸 상황이다.

두 사람 사례가 특별한 것만은 아니다. 2015년 간통죄 폐지 이후 배우자의 불륜을 처벌할 방법이 없어졌고, 혼인에 대한 책임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가 커졌다. 회복할 수 없는 부부생활을 국가가 억지로 유지시키는 것은 행복추구권 침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래서 부부 사이가 파탄 나 더는 결혼 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라면 책임 소재를 따지지 말자는 ‘파탄주의’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최 회장과 홍 감독의 이혼 청구도 이런 분위기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책주의를 버리고 곧바로 파탄주의를 채택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한국사회에서 유책주의는 남성에 비해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열악한 여성들이 맨몸으로 쫓겨나는 ‘축출 이혼’을 막기 위한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대법원은 1965년 “첩을 얻은 잘못이 있는 남편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 내린 이후 50년 간 유책주의를 고수해왔다. 가장 최근 판결은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다룬 사건이다. 1976년 결혼한 남성 A씨가 1996년 다른 여성을 만나 살림을 차리고 혼외자도 낳았다. A씨는 아내가 이혼을 거절하자 2011년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유책주의를 재확인하는 결론을 냈다.

당시 대법관 13명의 의견은 7대 6으로 아슬아슬하게 갈렸다. 파탄주의 입장에 섰던 대법관 6명은 부부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이 나고 혼인 생활의 지속을 강제하는 것이 상대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는 민법이 정하고 있는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 원인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1~5호는 유책사유를 언급하고, 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명시하고 있다. 파탄주의를 수용하자는 쪽은 예외 사유인 6호에 주목한다.

2015년 대법원은 추가로 유책주의의 예외 사유를 제시했다. ‘이혼 청구 배우자의 책임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혹은 시간이 지나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한 경우’에 대해서도 이혼이 허용된다고 밝혔다. 유책주의를 유지하되 예외적으로 이혼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인정하는 범위를 넓힌 것이다.

장기적으로 파탄주의로 가야 한다는 데는 법조인들의 의견은 대개 일치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유책주의를 버리고 파탄주의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입법적 장치를 마련해 이혼의 책임이 없는 배우자나 자녀를 보호·배려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혼이 상대 배우자나 자녀에게 물질적·정신적으로 가혹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입증하면 이혼 청구를 기각하는 ‘가혹조항’이 있으며, 영국은 비슷한 상황에서 이혼 금지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파탄주의 도입에 앞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없는 배우자와 자녀를 위한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부장은 “2015년 간통죄 폐지 이후에도 위자료는 수년 째 3000만원 이하에 그치고 있고, 경제력이 없는데 외도를 한 배우자의 이혼 요구로 궁박한 상황에 내몰려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담 사례도 많다”며 파탄주의로 가려면 위자료 인정액의 현실화부터 선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산분할에 ‘징벌적 손해배상’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현욱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는 “위자료 인정액이 크지 않아 혼인 파탄의 책임이 없는 가족들이 제대로 된 금전적 배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파탄주의가 도입되면 위자료 인정액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특히 “혼인 파탄의 책임이 없는 배우자와 자녀를 배려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재판분할에서 가정 파탄의 책임을 물어 가중치를 두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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