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게 ‘알권리’ 요구해야
빈병·통은 재질에 따라 분리 배출
내용물은 키친타올로 닦아 일반쓰레기로

미세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그린피스 활동가들. ⓒ뉴시스·여성신문
미세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그린피스 활동가들. ⓒ뉴시스·여성신문

무심코 버린 화장품에 지구가 병든다. 화장품 용기, 포장재뿐만 아니라 내용물의 특성상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화장품 내용물 속 재료는 해양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화학성분으로 생기는 거품은 바다 표면에 피막을 형성, 빛과 산소 공급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내용물 속 알갱이도 문제다. 환경부가 2018년 7월부터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화장품 등에 대한 ‘마이크로비즈’(Microbeads) 사용을 금지했다. 마이크로비즈는 치약, 보디워시, 폼클렌징 등에 사용하는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다. 화장품 하나에는 최대 35만개의 마이크로비즈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화장품 용기를 버릴 때도 주의해야 한다. 내용물을 다 사용한 뒤에도 용기 속에 묻어있기 때문이다. 우선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화장품 용기를 재질에 따라 분리 배출하는 것’과 ‘내용물을 깨끗이 비워내는 것’이다. 석유계 원료를 혼합해놓은 것이 대부분인 화장품은 마치 기름을 버리는 과정과 비슷하다. 이러한 화장품 내용물은 키친타월 혹은 신문지로 닦아내어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2015년부터 화장품 속 미세플라스틱 규제운동을 했던 조화하다 활동가는 “더 나아가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는 제품인지 아닌지 외관상 확인이 어려운 제품도 많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기업에게 알권리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이미 많은 대체재가 있고 해외의 경우 대체 성분을 활용해 화장품을 만드는 시도가 활발하다”며 “미세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성분으로 화장품을 생산하라고 촉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화장품 용기는 재질에 따라 플라스틱류(HDPE, PS, PVC), 유리병, 캔류 등으로 분리 배출을 해야 한다. 그러나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 30개국 이상이 플라스틱 제품 금지 방안을 추진 중이거나 시행 중이다. 

화장품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문제가 되자 뷰티업계에서도 자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작년 4월 환경부가 포장재 사용 생산업체 19곳과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 사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페트는 투명하게 바꾸고 PVC(열가소성 플라스틱의 하나인 폴리염화비닐)는 자제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어 “화장품 제조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은 친환경 지류를 사용하고 종이를 만들 때 목재 펄프나 감귤 껍데기 같은 것을 섞어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바이오플라스틱과 같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용기에 ‘에어리스펌프’를 적용해 내용물을 기존 펌프보다 남김없이 비울 수 있게 하기 △공병을 수거해 매장 인테리어에 활용하기 △그린제품 심의위원회를 운영하면서 환경에 도움 될 수 있는 내용을 자체적으로 논의하기 △라벨 절취선을 만들어 일반 소비자의 쉬운 분리배출을 돕기 △용기, 캡 등을 단일 재질로 제작하기 △복합 재질이었던 완충제를 단일재질로 변경하기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책은 없을까. 여성환경연대 조화하다 활동가는 “요즘 환경캠페인의 일환으로 공병을 수거하는 화장품 제조업체가 많다. 다 쓴 화장품 공병을 다시 돌려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자원순환연대 김미화 이사장은 “아직까지 제대로 연구된 바는 없지만 가장 큰 문제는 처리”라며 “우선적으로 재활용이 폐기물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화장품 용기 자체가 재활용되기 까다롭기 때문에 많은 폐기물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를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도 일반 소비자가 안고 갈 수 있는 것이다. 미국 같은 경우 화장품 용기를 가져가면 화장품 내용물을 따로 팔기도 한다. 이런 부분들이 국내에도 도입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