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센터, 38기 수료자 연수보고서 분석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연수 뒤 제출 보고서
경기도, 도로교통공단 보고서 짜깁기 의혹

좌측이 2018년 작성된 경찰대 보고서, 우측은 2008년 작성된 경기도 보고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좌측이 2018년 작성된 경찰대 보고서, 우측은 2008년 작성된 경기도 보고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경찰 총경(서장급) 및 공공기관 임원 승진자들이 성평등 교육 과정에서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교육 과정을 이수한 이전 수강생들은 연수보고서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는 치안정책과정 38기 수료자들이 2018년 11월 공무국외연수 후 제출한 국외연수보고서를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살펴본 결과, 경기도, 도로교통공단 등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표절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치안정책과정은 경찰대에서 경찰 총경 및 승진후보자, 일반부처 서기관, 군 대령, 공공기관 1급 이상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24주 동안 진행하는 교육 과정이다. 교육과정은 공적가치, 글로벌 역량, 리더십, 전략적사고, 성평등, 인문소양 등 교육을 848시간 듣도록 한다. 또 일주일 간의 공무국외연수가 교육에 포함돼 있다. 보고서 표절 논란을 일으킨 기수는 작년 하반기 교육을 들은 38기다. 현재 논란을 빚고 있는 기수는 2019년 상반기 교육을 들은 39기로 이들의 연수보고서는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38기 교육생 18명과 경찰대학장 등 인솔단 3명은 이탈리아 로마, 피렌체 등에 다녀왔다. 이들은 ‘자치경찰제 시행대비, 경찰 기관간 협업 강화 시사점’과 ‘이탈리아 주요 교통기관별 교통정책과 시사점’ 두가지 주제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좌측 경찰대 치안정책과 38기 보고서, 우측 상단 경기도 교통국 보고서, 우측 하단 도로교통공단 보고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좌측 경찰대 치안정책과 38기 보고서, 우측 상단 경기도 교통국 보고서, 우측 하단 도로교통공단 보고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조사 결과, 해당 보고서 내용 중 일부분이 다른 기관에서 이미 제출한 보고서와 일부 일치했다.

‘이탈리아 주요 교통기관별 교통정책과 시사점’ 부분은 2008년 경기도 공무원들이 작성한 ‘교통선진지 종합국외연수 결과보고서’와, 2017년 도료교통공단이 제출한 ‘교통단속장비 등 교통안전 신기술 운영기법 습득을 위한 안전본부 해외 연수결과 보고서’를 짜깁기했다고 정보공개센터는 밝혔다. 기관 현황, 정책 내용 등 일반적인 내용의 서술 뿐 아니라 연수자 본인의 관점에서 적어야 하는 시사점까지 10년 전 보고서를 그대로 표절했다. 결론에 이르러서는 두 보고서를 동시에 짜깁기 한 뒤 경기도 보고서에서 ‘네덜란드’, 도로교통공단 보고서에서 ‘영국’이라는 글자만 삭제했다. 

해당 표절 보고서를 제출한 38기 교육생들은 이미 교육을 수료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상 및 경찰청장 포상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공개센터는 교육 대상자들이 경찰대학의 교육 과정을 공직자로서 본연의 의무를 되새기고, 역량 강화를 위한 기회로 생각하기 보다 단순히 다음 임지로 나아가기 전에 적당히 놀면서 휴식을 취하는 시기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라며 이런 방식으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경찰대학부터 제대로 프로그램을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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