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딩에 따라 다양한 커피 맛
다름 인정해야 세상도 진보

ⓒ뉴시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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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을 직접 볶아 판매하는 로스터리 카페에 가보면 블렌드 커피라는 메뉴가 있다. 원산지가 다른 여러 종의 원두를 섞은 커피를 말한다. 가게를 대표하는 블렌딩을 보통 하우스 블렌드라고 한다. 하우스 블렌드를 마셔보면 그 가게의 로스터가 추구하는 커피 스타일을 알 수 있다. 로스터리 카페가 많아지고 핸드드립 추출을 전문으로 하는 커피집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 블렌드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커피 시장 규모가 11조를 넘어서면서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생두를 많이 수입한 나라가 되었다. 그만큼 과거와 달리 이제 한국에서도 질 좋은 생두가 보편화됐다는 방증이다. 다시 말해 이제 웬만한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의 커피 맛은 상향 평준화 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커피전문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숍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커피를 개발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스터 자신이 추구하는 커피 철학이나 개성을 담아낼 수 있는 블렌드 커피는 최고의 무기라 하겠다.

물론 한때는 블렌드 커피가 자신의 가게를 대표하는 메뉴라기보다는 원두 재고량을 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 적도 있었다. 요즘 그런 가게는 거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입맛이 까다로워진 데다 커피 로스터란 직업도 전문화했기 때문이다. 로스팅과 블렌딩을 제대로 배우고 연마한 로스터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오히려 블렌드 커피는 더욱 확산되리라 생각한다.

블렌드 커피를 블렌딩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함이다. 커피는 각 산지의 재배 환경이나 종자에 따라 서로 다른 맛과 특성을 갖게 되는데 블렌딩을 통해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강화하면서 균형을 맞춘다.

일반적으로 커피는 산지에 따라 특성이 조금씩 다른데 예컨대 어느 지역은 산미가 뛰어나고 어느 지역은 단맛이나 초콜릿과 같은 맛이 뛰어나기도 하다. 커피 블렌딩은 바로 이러한 산지별 커피의 특성을 이용해 자신만의 유일한 커피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즉, 남은 커피를 이거저거 막 섞는다고 블렌드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좋은 블렌딩을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친 연구와 경험이 필요하다. 산미가 뛰어난 커피와 단맛과 초콜릿 맛이 풍부한 커피를 적절히 섞어 맛의 균형을 이루기도 하고 산미가 부족한 커피에 산미가 좋은 커피를 섞어 보완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생두별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만의 블렌딩 배합 노하우를 갖출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커피와 인간 세상은 닮은 점이 많다. 우리 사회는 ‘다르다’와 ‘틀리다’의 구분에 엄격하지 않다. 다르면 틀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저 집 커피는 틀렸어!”라고 무심코 내뱉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틀린 걸까?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커피가 저마다 다르고 하우스 블렌드도 저마다 다르듯이 우리 사람도 서로 다르다. 홀로 완벽한 커피가 없듯이 인간도 마찬가지다. 어느 사회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할 때 진보를 해왔다. 커피 블렌딩처럼 원산지별 커피의 다름을 인정해야 좋은 블렌딩이 나오는 것처럼 우리도 함께 어울려야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커피가 이처럼 더욱 섞여 맛이 좋아지고 있는데도 우리 세상은 커피만큼 진화하고 있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구분 짓기는 심화하고 있다. 커피에게 더 배워야 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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